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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憶祭(기억제)

처음엔 그냥 칠했다, 마음 가는 대로. 시간이 좀 흘러 얌전히 있던 종이가 말을 걸어왔다. 음, 알겠어, 네 마음 속 기억들과 추억들, 전혀 대단할 것 없는 지난 일들, 잡스럽고 번다한 추억들, 뭐 그런 것들을 올려놓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보니 그랬다. 남루해진 누더기들이 내 속에 가득하다. 처음에, 그러니까 먼 저편의 아스라한 때에 선명하게 빛나던 것들이 세월 속에서 바래더니 이렇게 얼룩진 누더기가 되었구나, 기억의 파편 위로 또 다른 파편이 덮이고 그 위에 또 다른 색이 덧칠해져서 이렇게 되는구나. 다시 긁혀나가고 생채기가 나고 그 위에 다시 무언가로 덮혀지고 아물고 굳어버리는 것의 연속, 새삼 다시 돌아갈 이유가 있으랴, 되돌아간들 어디를 가랴? 살다보면 어차피 이렇게 되는 걸! 그러니 향 한 대 피워올리고 祭(제)를 지내야겠다. 그리고 나서 종이 위에 "기억제"라고 새겨넣었다.  며칠 내로 이 그림(?)은 태워 없애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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