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글로벌 세계를 만든 이슬람 상인(하)--역사 이야기 시리즈 제3회  _  2009.5.21
이슬람 상인들의 바다 비단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겠다.

걸프 만을 빠져나온 선단의 동쪽 항해는 앞글과 같고, 서쪽으로는 아라비아 반도의 서남단에 있는 예멘과 아프리카 동해안에 있는 잔지바르, 그리고 오늘날의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로 가서 이집트의 카이로와 연결이 되었다.

물론 이집트와 예멘과의 교역은 바닷길도 있지만 사막의 隊商(대상)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졌다.

그 시시한 예멘에서 뭐가 ‘나오는 디’ 하고 궁금하신가?

예멘 지방을 ‘행운의 아라비아’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이 지역은 계절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은 지역, 그리하여 농산물, 특히 감람나무 종류에서 얻어지는 ‘유향’이나 ‘몰약’과 같은 귀한 향료의 산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참고로 유향은 뛰어난 진통제이고 몰약(myrrh, 또는 muron)은 미이라를 만드는데 있어 없어선 안 되는 약재이다. 몰약은 예수님 때문에 대단히 유명하다, 동방박사들이 예수 탄생 시에 가져온 것도 몰약이고 기름 부음을 받았을 때의 기름도 바로 몰약이었으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게 로마 병정들이 신 포도주에 몰약을 타서 진통제로 주었었다.

다시 돌아와 육로를 통한 교역을 보자. 바그다드는 동으로 중앙 아시아 일대를 거쳐 중국 장안에 연결되었고, 북으로는 초원 지대와 연결이 되었으며, 서로는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 연결되었다.

다마스커스는 서쪽으로 가는 모든 교역의 중간 허브였다.

그곳에서 이집트를 거쳐 북아프리카를 통해 스페인의 안달루시아까지 연결이 되었고, 지중해를 통해 비잔틴 제국과 시칠리아로 연결이 되었으며, 북으로는 저 멀리 루스(러시아의 본래 이름)와 바이킹의 세계인 스칸디나비아 반도까지 연결이 되었다.

이처럼 방대했던 이슬람의 글로벌 상권 중에서 중추 부분은 나중에 고스란히 이슬람 문명권으로 자리를 잡는다. 그렇지 않은 유일한 곳은 스페인밖에 없다.

그러니 그 모든 물류와 사상의 최종 귀착지는 압바스 제국의 수도 바그다드였던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지만 더 넓은 차원에서 8 세기 경의 모든 길은 바그다드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글을 달리하여 얘기하겠지만, 그리스 철학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이슬람 세계로 유입되어 더욱 발전했고, 이를 다시 역수입한 것이 유럽의 르네상스였음이니 유럽 문명은 이슬람으로 하여 새롭게 창조된 것이나 마찬가지.  

원래 유럽은 없었다, 로마제국이 있었지. 그러다가 이슬람의 것들을 가져다가 변방에서 중심으로 발돋움한 것이 유럽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오늘 날 이슬람을 너무 홀대하고 있다. 죄 받지, 그러다가.

호호당이 이슬람을 소개하는 이유도 우리가 너무 이슬람을 모르는 까닭에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슬람을 ‘개무시’하다가 나중에 세상이 바뀌면 난리법석을 떨지 말고 이제라도 서서히 알아두자는 것이다. 알면 통하는 것이고 통하면 친해지며, 친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 법이다.  

화학이나 물리학 등의 근대 과학의 모태는 이슬람이었고, 사회과학도 마찬가지로 출발은 이슬람이다.

일례로 ‘이븐 할둔’이란 현자가 쓴 ‘역사서설’이란 책이 있다. 근대 역사학은 사실 이 책이 출발점이 되었고, 역사학자 토인비도 그의 역사철학을 가장 위대한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호당이 느낀 바, 슈펭글러의 역사철학은 이븐 할둔의 사상에 근원을 두고 있다.

이븐 할둔은 최초의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 역시 노동만이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 이븐 할둔의 사상에 크게 힘입고 있다. (이븐 할둔의 책은 도서출판 ‘까치’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도와 항해 등의 기술이 어디에서 왔겠는가? 뻔하지 않은가. 전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 상권을 개척한 이들이 아니면 달리 누구이겠는가!

사막의 대상 얘기가 나온 참에 얘기를 좀 한다.

먼저 사막을 가는 ‘배’, 낙타에 관한 얘기.

이슬람 대상의 낙타는 혹이 하나인 단봉낙타, 반면 중앙아시아의 낙타는 쌍봉낙타인데 이 낙타는 거의 멸종에 이르고 있다.

낙타는 근 백 킬로그램의 짐을 싣고 하루에 80 여리를 가는 동물, 신장기능이 워낙 뛰어나 수분을 끊임없이 재활용하면서 체외로는 거의 배출하지 않기에 며칠 물을 먹지 않아도 멀쩡한 동물이다.

그리고 사막의 유목민인 베두윈(bedouin)이 생각난다.

사막에서 진짜 말 그대로 천막을 치고 이동하며 사는 참 베두인도 있지만 사막 경계에서 농사를 짓는 전향 베두윈도 있으며 또 무역에 종사하는 대상 베두윈도 있었으며 유목도 하지 않고 대상을 습격해서 먹고 사는 沙賊(사적)-이 말은 편의상 지은 것이다-베두윈도 있었다.  

진짜 베두윈은 낙타와 염소에서 짜낸 젖 한 컵과 요구르트 정도면 식생활은 끝이고 고기는 잔칫날이 아니면 거의 먹는 법이 없다. 이 사람들은 물질에 대한 의존도가 없기에 물질 문명 세계를 경멸한다. 진정한 자유인이다.

물질의 풍요를 누리면서 자유롭고 싶다는 것, 실로 헛된 환상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서 얘기했듯이 그런 길은 세상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귀농한 사람이 자녀 교육 때문에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본인은 그런대로 좋지만 자녀에게 내 생활방식을 강요할 수 없으니 다시 서울 학교로 보낸다는 식이다.

자녀 핑계 댈 것 없이 귀농한 삶의 방식이 틀렸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베두윈은 자식도 베두윈으로 사는 것이 정답이라 여긴다.

골치 아픈 얘기는 접고 그저 일본의 기타로가 다큐 ‘실크로드’의 타이틀로  작곡한 ‘캐러밴 세리’, 사막의 모래 바람과 긴 여로가 주는 아련한 향수를 즉각 느끼게 하는 그 곡을 들어보심도 좋겠다.

(참고로 캐러밴 세리란 페르시아 말이다. 캐러밴은 대상이란 뜻이고 세리는 주막이란 뜻이다. ‘캐러밴 쎄라이’가 더 원음에 가깝다. 호호당은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마음이다. 이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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