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란 무엇인가? 주는 건가, 받는 건가?
이런 노랫말도 있듯이, 정이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哀歡(애환)의 세계를 대변하는 글자이다.
정에 대해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첫 번째 뜻으로서 ‘사물에 감촉되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라 되어있다.
참으로 的確(적확)하다. 아울러 정이란 것이 왜 골치 아픈 것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미 충분한 暗示(암시)를 주고 있다.
왜 골치가 아플 수 있을까?
같은 사물이라도 우리가 대할 때마다 마음이 작용한 결과인 ‘느낌’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때그때 달라요’처럼 우리의 느낌과 생각이 수시로 달라진다는 것이니 우연한 정에 끌려 장시간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을 한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은 거의 필연이다.
情(정)이 가진 문제는 따라서 그 可變性(가변성)에 있다 하겠다.
가변적이라는 말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로 내포한다. 다시 말해 정이란 믿을 것이 못 된다.
그러나 믿을 것이 못 되는 정이니 철저하게 외면하는 것이 인생을 잘 살 수 있는 기본이 된다고 여기는 바보는 이 세상에 없다.
가변적인 것은 믿을 수 없기도 하지만, 믿을 수 없는 만큼이나 매력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끌린다는 것이니 정을 다시 정의한다면 그것은 ‘끌림’이라 하겠다.
情(정), 이 글자를 생긴 모습 그대로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마음 心(심)변에 푸를 靑(청)이다. 따라서 ‘푸른 마음’이란 뜻이니 그 얼마나 풋풋한가!
이제 곧 新綠(신록)의 계절이다.
4월 말부터 5월 초에 걸쳐 산과 들에는 新綠(신록)이 돋아나서 그 기막힌 색깔로서 온 세상을 물들인다. 그 어리고 영롱한 푸르름의 광채는 잠시 머물다가 짙은 綠陰(녹음)으로 변해가겠지만 잠시 머무는 신록의 날들이야말로 ‘계절의 여왕’임이 분명하다.
정이 가변적이니 믿을 것이 못 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한 없이 거기에 이끌리는 것은 이제 충분히 설명이 되었다. 신록의 계절이 금방 사라진다 해서 어찌 우리가 그 영롱한 광채를 마다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벚꽃이 어제 내린 비에 우수수 졌다. 꽃이 지고 내리는 것이 아쉽고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 슬퍼할 일도 아니다.
이어서 바로 푸른 새싹이 그 장소를 메우기 때문이다.
벚나무의 매력을 흐드러진 연분홍의 벚꽃에서 찾는 이 많지만, 꽃이 지고 떨어진 꽃잎들이 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직후 어느새 그 공간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 벚나무의 신록 아래를 거닐어보면 그 또한 벚꽃의 화려함에 결코 못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푸른 마음’이니 글자 그대로 情(정)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情(정)은 靑心(청심)이고 新綠(신록)의 찬연한 光彩(광채)이다.
아름다운 것은 원래 이 세상에 잠시 머문다. 지속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으로 인해 결국에는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그 놈의 정 때문에’ 하며 사는 것이다.
젊은 날 우리는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또는 사랑에 상처받아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삶을 좀 살다보면 정을 탓할 것도 아니고 탓할 수도 없음을 이윽고 알게 된다.
우리가 어떻게 푸른 마음을 外面(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살아있음, 生生(생생)함의 징표인 것인데.
사물에 감촉되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라 했지만, 그 可變性(가변성)을 미워할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영롱한 푸름을 우리가 잊지 않고 가슴 속에 간직하는 일이다.
푸른 마음이 변해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슬픔으로 해서 외면할 일이 아니라 한 때 그곳에 분명 푸름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간직하는 것이 더 성숙한 삶의 자세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워즈워드가 ‘초원의 빛’에서 노래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시인은 먼저 이렇게 슬픔을 털어 놓는다.
‘한 때는 그리도 찬란한 빛이었건만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그러나 이내 시인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강한 힘으로 남으리
존재의 영원함을 티없는 가슴으로 믿으리’라고 말이다.
워즈워드가 말하고자 했던 바, 情(정)은 문제가 많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변적이고 한시적인 것 속에서 우리는 永遠(영원)을 보기도 하고 또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처럼 矛盾(모순)적인 존재이다.
아름다운 것은 잠시 머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다. 기억만으로도 삶은 慰安(위안)받을 수 있는 것이고.
그러니 젊은이들이여, 두려워하지 말고 깨질 것을 피하지 말고 마음껏 사랑하라! 이제 5월이 눈앞에 있다!
추신: 잠시 며칠 동안 호호당 블로그 방명록은 이념에 대한 저마다의 감상으로 제법 어수선했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이제 5월, 사랑할 때라는 점이다. 참고로 음양오행과 명리강좌 안내를 강좌안내 코너에 올려놓았으니 많은 참여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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