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바람  _  2009.6.5
'천년의 바람'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호호당의 생각:

솔바람 소리가 그대로 들려오는 박재삼 시인의 노래, 1997 년에 세상을 뜨신 분이다.

바람이 솔을 찾아와 치던 장난, 천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다고 한다. 익숙한 것에 우리는 식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치지 말라고 한다, 그런 것을 떠나 우리가 칠 장난은 없음이니, 매일 먹는 밥을 떠나 먹을 음식 별로 없고 매일 나누는 눈빛을 떠나 달리 맺을 정도 그리 없다는 것이다. )

"아득하면 되리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호호당의 생각:

기다림을 가진 사람에게 시일을 손꼽지 말라고 하면 병이 날 법도 하겠지만, 때로는 그저 아득하면 되리라고 그냥 있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좋은 세월 언제 오지요 하고 목을 뺀들 마음만 조급할 것이니, 그저 눈앞에 놓인 길을 한발 한발 떼어가는 것이 더 좋을 때도 많다.

그 날을 기다려 마침내 맞이하려면 애타는 마음을 조금 더 깊게 갈무리하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내숭이 더 좋다고 여긴다. 아득하면 되지 않겠냐고 시인은 위로하고 있지 않은가!  옛 어머니들이 자식 잘 되기를 내색하지 않으시고 그저 속으로 기원했듯이 그렇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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