觴政(상정), 술자리 매너  _  2009.6.2
기뻐서 마실 때에는 오히려 절도가 있어야 하고,
지친 피로를 풀기위해 마실 때에는 그저 조용히 마실 것이며,
심심해서 마실 때에는 농담을 곁들어야 좋고,
예를 지키는 술자리에선 간결한 운치를 곁들이면 좋으며,  
어지러운 술자리에선 미리 정하고 마시는 것이 좋으며,
새로 만난 사람과의 술자리에선 여유롭고도 진솔함이 마땅하며,
어중이떠중이들과 마실 때에는 한 순배 돌면 튀는 것이 상책이다.

飮喜 宜節 (음희  의절)
飮勞 宜靜 (음로  의정)
飮倦 宜詼 (음권  의회)
飮禮法 宜瀟灑 (음예법 의소쇄)
飮亂 宜繩約  (음란  의승약)
飮新知 宜閒雅眞率 (음신지 의한아진솔)
飮雜客 宜浚巡却退 (음잡객 의준순각퇴)

원굉도라는 사람이 남긴 觴政(상정)이란 글이다. ‘觴’이란 술잔을 뜻하고 政은 바름(正)을 펴는 것이니 각 경우의 술자리마다 그에 맞는 주법과 매너를 일깨우는 재치 넘치는 글이다.

원굉도는 1500 년대말, 중국 명나라가 망할 당시를 살았던 문인이다. 시대가 암울했던 만큼 기성 문단은 옛것만을 답습하고 있었고 이에 개인의 발랄한 개성을 글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을 펼쳤다.

원굉도의 글과 주장은 조선 후기 우리 문단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연암 박지원을 비롯하여 박제가, 정약용, 유득공, 허균과 같은 분들이 대표적이다. 당시 우리 문인들 역시 명나라의 고리타분한 사상에 빠져있었기에 원굉도의 글은 실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특히 정약용은 원굉도가 국화를 등잔에 비춰 만들어지는 그림자를 보고 시를 지은 그 탁월한 정서에 감탄하여 ‘국화그림자 시모임’ 즉 菊影詩會(국영시회)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근자에는 그의 시들을 모은 “역주 원중랑집”이 국내에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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