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장부의 노래  _  2009.7.24
遠路不須 愁日暮 老年終自 望河淸
원로불수 수일모 노년종자 망하청

먼 길에 날 저문다고 걱정할 일 아니어라,
늙었으나 여전히 황하 물 맑을 때를 기다리노니.

청대 고증학자 고염무가 남긴 글이다.

31 세 무렵 명나라가 망하고 만주족의 청이 들어서자 독립운동에 투신했다가 실패한 그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장사치가 되어 천하를 떠돌아다녔다. 그러나 청의 통치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자 명의 부흥이 당장은 어려움을 깨닫고 방향을 전환했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개간사업을 통해 농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하던 그는 늘 노새에 책을 싣고 다녔다. 그러면서 명나라의 학문이 공허함을 느끼고 진리는 실제와 현실에서 얻어야 한다는 實事求是(실사구시)의 학풍을 열었다. 그리하여 그는 청대 考證學(고증학)의 開祖(개조)가 되었다. 조선의 實學(실학)이란 명칭도 여기서 유래한다.

평생 모친의 유훈을 따라 청조에 벼슬하지 않고 명의 부흥을 꾀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농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새로운 학문의 경지를 열었던 사람이 남긴 말이니 실로 그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명의 부흥을 위한 길은 아득하고도 멀게만 느껴지고 삶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산에 해가 기울고 있음이다. 그러니 영웅이 장탄식을 금할 길 없음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다 살은 몸이니 얼마 가지 않아 세상을 떠나야하겠지만 두 눈은 여전히 황하의 물이 맑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아시다시피 황하의 물은 濁流(탁류)이다. 그래서 그 물이 맑기를 기다리는 것이 실로 가망 없음을 비유하여 百年河淸(백년하청)이란 성어도 생겨났다.

고염무는 백년하청인 줄 알지만, 내 기다림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늙은 장부의 기개를 토로하고 있다.

정말로 큰 뜻은 생전에 이루어짐을 보기 어려운 법. 뜻이 크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이니.

그러니 이 글을 통해 우리는 고염무의 본 면목을 알아보게 된다.

세상이 내 좋은 뜻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울어대기만 하는 사람은 눈물로 옷만 더럽힐 뿐 志士(지사)의 축에 들지 못한다.

세상이 내 좋은 뜻을 알아줄 때까지 그냥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그때서야 지사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세상이 내 좋은 뜻을 알아주지 않아도 그러다가 한 평생 헛수고에 그칠지라도 상관없이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면 진정으로 지사의 앞 열에 서게 된다.

고염무는 당초의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세상에 많은 것을 남겼으니 진정한 志士(지사)의 반열에 든 사람이었다.

뜻을 세웠고 실천한다면 지사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날을 만들어간다면 참다운 지사의 面目(면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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