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니, 難得糊塗(난득호도)  _  2009.8.11
어리석기가 가장 어렵고 손해보는 것이 바로 복받는 것이다.

難得糊塗 吃虧是福
난득호도 흘휴시복

이 문구는 액자로 만들어져 중국인들 사이에서 선물로 주고받는 인기품목이다.

그리고 ‘난득호도’ 밑에는 설명이 붙어있다.

聰明難 糊塗難 由聰明轉入糊塗更難 放一着 退一步 當下安心 非圖後來福報也
총명난 호도난 유총명전입호도경난 방일착 퇴일보 당하안심 비도후래복보야

‘총명하기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지만 총명하다가 어리석기는 더욱 어렵다네, 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면 즉시 마음이 편안하니 나중에 복을 받고자 하는 마음도 아니라네.’

또 吃虧是福(흘휴시복) 밑에도 설명이 붙어있다.

滿者損之機 虧者盈之漸 損於己卽盈於彼
만자손지기 휴자영지점 손어기즉영어피

各得心情之半 而得我心安卽平 且安福卽在時矣
각득심정지반 이득아심안즉평 차안복즉재시의

‘찼다는 것은 장차 비게 될 징조이고, 비었음은 이제 차게 될 조짐이다. 나로부터 덜어지면 누군가는 차게 될 것이니 각자가 원하는 마음의 반씩은 얻은 셈이다. 이에 내 마음이 가라앉아 평안할 것이니 그 자체로서 복 받은 때가 아니겠는가.’

이 글은 18 세기 중국 청나라 시절을 살았던 정판교라는 분이 남겼다.

‘판자로 만든 널다리’란 의미의 板橋(판교)는 그의 호다. 아마도 한 세상 건너가기를 널다리 밟듯이 조심하라는 의미로 나는 짐작하고 있다.

정판교는 `서예와 그림에 뛰어나 ‘양주팔괴’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대나무 그림하면 정판교라 할 정도로 묵죽화에 뛰어났고, 서예와 시도 일가를 개척한 사람이다.

강직한 성격이라 출세와는 인연이 없었고 그림을 팔아 생계를 이었던 사람이다. 일류 문인이자 화가였지만 세력에 영합하거나 아부하지 않았던 그가 남긴 글은 실로 뜻밖이다.

총명하기 보다는 바보 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을 하고 또 밑지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있으니 말이다.

내 생각에 정판교는 정말로 자존심이 강하고 강직한 성격이었기에 탁한 세상을 살면서 엄살 피우고 우는 시늉을 하면서 타인의 동정을 바라거나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아예 바보인양 사는 것이 더 장부다운 삶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몇 년 전 그가 남긴 글들을 모은 難得糊塗經(난득호도경)이란 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나는 그 책을 교보문고 길거리 할인 매대에서 저렴하게 샀다. 사면서 ‘세상은 진짜는 언제나 싸거나 값이 없고 가짜는 비싸거나 구하지 못해 안달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糊塗(호도)란 말은 ‘담벽에 칠해진 하얀 회칠’을 말한다. 예를 들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진실을 회칠로 은폐하고 가린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여기서 호도란 총명한 것을 가려서 어리석은 모습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의미로 쓰였다. 難得(난득)이란 얻기 어렵다는 말이니 ‘난득호도’는 어리석게 보이게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정판교가 남긴 난득호도경의 본질은 바로 노자 도덕경의 정신이다.

정판교는 출세하지 못했고 생활도 넉넉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마음마저 가난했던 사람은 결코 아니다.

그가 남긴 다음의 글을 보면 더욱 그렇다.

‘나는 토담을 둘러 집을 짓고 싶다. 문 뒤로는 대나무와 다른 나무를 풍성하게 심고 풀밭을 만들어 꽃씨와 풀씨를 뿌리며 벽돌로 중문에 이르는 오솔길을 내고 싶다. 오솔길은 두 간 방이 있는 오두막으로 통하게 해야지. 방 하나는 오는 손님들을 위한 畵室(화실)이고 다른 방은 책과 그림, 紙筆墨(지필묵), 술잔과 다구를 갖추어야지. 이곳에서 친구와 젊은 후배들이 오면 문학을 논하고 시를 읊어야지. 이 두 간 오두막 뒤로는 살림방 세 간, 부엌 두 간 그리고 허드렛방 한 간을 지어야지. 그러니 방은 8 개면 충분하고 지붕은 모두 띠풀로 덮으면 되리.’

아름답고도 소박한 정판교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이런 茅屋(모옥)에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과 차를 마시며 세월을 보내는 것은 문인들의 더없는 꿈일 것이다.

정판교는 혼탁한 세상을 비관한 것이 아니라, 達觀(달관)했던 일류 문인이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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