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가 내릴 적에 북쪽에 보내다  _  2009.10.6
그대가 돌아올 날을 묻지만 기약할 수 없으니
파산의 밤비가 가을 못에 넘치네.
어찌하면 함께서 서창의 촛불 심지 잘라내면서
파산의 밤비 내리던 때를 말하게 될꼬?

君問歸期未有期   군문귀기미유기
巴山夜雨漲秋池   파산야우창추지
何當共剪西窓燭   하당공전서창촉
却話巴山夜雨時   각화파산야우시


호호당 생각: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戀情詩(연정시)를 쓴 이는 당나라의 李商隱(이상은)이고 제목은 夜雨寄北(야우기북)이다.  

‘이상은’은 연정시를 가장 잘 지었던 사람이다. 이 시는 그런 그의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나있다.

잔뜩 게으름피우면서 책상머리에 놓인 ‘七言唐音(칠언당음)’이란 책을 펼쳐들고 이런 시 저런 시를 감상하다가 마음이 내켜 이 시를 올리게 되었다.

이상은이 살았던 당나라 말엽은 글로 급제한 진사파와 문벌가문인 귀족파 간에 치열한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진사 출신인 시인은 권력집안의 미움을 받아 수도 長安(장안)에선 설 자리가 없었고, 지방 절도사의 하급 막료가 되어 늘 여기저기를 전전해야 했다.

이 시의 장소로 巴山(파산)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장안의 서남쪽 멀리 떨어진 사천성 일대임을 알 수 있다. 시인의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수도 장안에 있었던 모양이고, 가을이 되어 낭군에게 언제쯤이면 장안으로 돌아와 지낼 수 있느냐는 편지를 보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방 절도사의 하급막료로 간신히 먹고살아야 했던 시인은 선뜻 돌아갈 날을 기약하지 못한다.

편지를 받은 날 아내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모양이다. 창밖은 밤비가 내려 연못물이 불어나고 있었다. 심정은 많이 처량했으리라. 가을 밤비에 쌀쌀한 밤공기, 좁은 관사에서 가물거리는 등불 아래 아내에게 보내는 답장을 쓰다가 그만 두고 이 시를 지었으리라.

촛불의 심지를 자른다는 것은 어둠이 내려서 촛불을 돋우기 위함이다. 그러니 시인은 언제쯤이면 장안의 집 서쪽 창, 부부의 침방에 놓인 촛불의 심지를 가위로 함께 오순도순 자르는 날이 와서, 당신이 보낸 편지를 받고 파산의 밤비로 불어나는 연못물을 보면서 당신이 무척이나 그리웠다는 속말을 건넬 수 있겠느냐고 탄식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간의 애정이 절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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