採桑子(채상자)
別情(별정)
恨君不似江樓月 南北東西 南北東西 只有相隨無離別.
한군불사강루월 남북동서 남북동서 지유상수무이별.
恨君卻似江樓月 暫滿還虧 暫滿還虧 待得團圓是幾時?
한군각사강루월 잠만환휴 잠만환휴 대득단원시기시?
원망스런 그대, 강변 누각에 뜬 저 달만도 못하네요, 저 달은 동서남북 어디를 가든 그저 따라다니며 헤어지는 일이 없으니 말이지요.
원망스런 그대, 강변 누각에 뜬 저 달과도 같네요, 잠시 찼다가는 기울고 그러기를 반복하니 얼마나 기다려야 그칠 건가요?
송나라 때 시인 呂本中(여본중)이란 사람이 남긴 詞(사)이다.
내용인 즉, 강변 누각에 오르니 달이 떴는데 문득 멀리 떨어져 지내는 사람이 그리워졌다, 하여 그 마음을 달에 비기고 있는 노래이다.
누각에 올라 달을 보니 그리운 사람은 달보다 훨씬 못하다, 달은 어디를 가도 따라와 떨어지는 법이 없건만 당신은 먼 곳에서 나를 찾아보지 않으니 원망스럽다는 말이다.
다시 누각에서 달을 보니 저 달이야말로 꼭 그리운 당신을 닮았구려, 잠시 보름달이 되었다가는 금방 기울고 그러기를 그치지 않으니 변덕스런 당신 마음 같구려, 언제쯤이면 변치 않는 당신이 될 것인가?(하고 한탄하고 있다.)
여본중은 北宋四大家(북송사대가)의 한 사람인 黃庭堅(황정견)의 詩風(시풍)을 이은 사람으로 소위 강서파(江西派)를 유행시켜 송나라 시의 새 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宋詞(송사)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좀 드릴까 한다.
송사는 唐詩(당시)와는 달리 정해진 멜로디에 붙이기 위한 노랫말이다.
송나라 때에 와서 문물이 번성하고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많은 멜로디들이 만들어 졌는바, 문인들은 이 멜로디에 붙여 노래할 수 있도록 많은 시를 지었다. 그러니 오늘 날로 치면 유행가의 作詞家(작사가) 노릇을 한 셈이다.
오늘날에는 노랫말을 지으면 여기에 곡을 만들어 붙이거나 또는 반대로 작곡을 한 뒤 작사를 하지만, 당시에는 미리 만들어진 곡, 그러니까 멜로디들이 수 백곡 있었고 여기에 노랫말을 만들어서 유행했다는 점이다.
같은 곡에 노랫말만 달리 붙여 불렀으니 익히기도 쉽고 쉽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얘기했듯이 멜로디도 나중에는 수 백곡에 달했다.)
이 詞(사)의 경우 멜로디 명이 採桑子(채상자)이고 노래제목은 헤어져 그리는 정, 別情(별정)이다. 採桑子(채상자)란 ‘뽕잎 따는 아녀자’란 뜻이다.
당시 문인들은 기생집에 가서 술값으로 감상적인 노랫말-그러니까 詞-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더러 기분을 내기도 했었다.
그러니 당시 문인들 중에는 詞(사)로서 일반 평민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사람들도 많았던 것이다. 여기에 소개한 노랫말도 상당히 감상적이고 인기가 많았으리라 짐작이 간다.
오늘날 우리가 좋아하는 대중가요들의 정서와 맥락 속에는 천 년 전의 宋詞(송사)에 들어있던 수많은 감상적인 노랫말들과 그 구절들이 여전히 고스란히 녹아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문화적 정서는 형태를 변해가면서도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며칠 전 트로트 계열의 대작곡가 ‘박춘석’씨가 별세했다. 지금 들으면 참 단순하고 별 흥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곡이지만 60-70 년대 당시 우리 국민들의 정서에 뭔가 강렬하게 와 닿았기에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박춘석 작곡가의 멜로디에 붙여진 노랫말들이 바로 詞(사)인 셈이다. 가신 분의 명복을 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