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공 소서에 대해  _  2009.12.23
黃石公素書(황석공소서)라는 책이 있다. 고래로 이 책은 兵法書(병법서)로 분류되어 왔으며 道家(도가) 계통의 지혜를 담은 전략 및 처세에 관한 책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작년 7월, 한 고문서 연구가가 제주도에서 1405 년 제주목사가 판각한 것을 발굴해내는 바람에 신문지상에 소개되기도 했다.

천하장사 項羽(항우)를 누르고 한 제국을 세운 劉邦(유방)에게는 세 사람의  傑出(걸출)한 인물이 있었으니, 장량과 소하, 그리고 한신이다. 그 중 장량이 다리를 지나다가 隱士(은사)인 황석공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해지는 책이 바로 황석공 소서이다.

素書(소서)란 비밀의 책이란 의미이다.

내게 있는 책은 제목이 武經七書(무경칠서), 1963 년에 나온 책으로서 가격이 400 원이고 글도 세로쓰기로 되어있어 이제는 거의 古書(고서)에 가까운 책이다. 고등학교 시절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이고, 오늘 소개하려는 황석공 소서는 이 책의 뒤쪽에 실려 있다.

가끔 이 책을 읽곤 한다. 그런 식으로 수 십 년간 읽어온 손때 묻은 책이다. 그리고 여전히 훌륭한 책이다.

책은 교훈적인 그러나 實戰(실전)적인 말들로 가득하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迷而不返者는 惑이라.  
미이불반자는 혹이라.  

길을 잃고도 되돌아오지 않는 자는 정신을 잃은 것이다.

우리가 인생길을 가다가 길을 잃고 헤맬 때도 있다. 그러면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와 다시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 지혜라는 말이고, 그러지 않고 앞으로 조금만 더 가보자는 마음으로 계속 고집을 피우면 그것을 일러 惑(혹), 즉 정신이 나갔다고 하는 것이라는 얘기이다.

怒而無威者는 犯하리라.
노이무위자는 범하리라.  

성을 내되 그 위엄과 절제가 없으면 사고 칠 사람이란 얘기이다.

살아가면서 화가 치밀 때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순간에도 자제할 줄 알아야 사고를 치지 않게 되고 또 사람들은 그 노여움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된다. 그러면 카리스마와 ‘포스’가 생기는 것이다.

好直辱人者는 殃하리라.
호직욕인자는 앙하리라.

바른 말로 타인에게 모욕을 주는 이는 災殃(재앙)을 만나게 된다는 뜻이다.

말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은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얼핏 이런 사람을 강직한 선비로 봐주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 함부로 신뢰할 일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목에 칼 그림자만 비쳐도 꽁무니를 빼거나 아니면 속말을 함부로 하다가 다치게 되고 당신도 덩달아  그러니 말이다.

慢其所敬者는 凶하리라.
만기소경자는 흉하리라.

마땅히 삼갈 것을 태만히 하거나 무시하는 자는 흉한 꼴을 본다는 말이다.

어딜 가나 몸조심하라는 어른들의 말이 결코 장난이 아닌 것인데 우리는 피를 보고나서야 알게 된다.

貌合心離者는 孤하리라.
모합심리자는 고하리라.

어떤 일에 있어 말이나 모양으로는 yes 라 하고 마음이 딴 곳에 가있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자들이 나중에 외롭게 된다, 즉 왕따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略己而責人者는 不治하리라.
약기이책인자는 불치하리라.

자기 잘못은 대강 넘어가고 남의 잘못은 엄히 따지는 자는 결국 작게는 한 집안을 크게는 조직과 나라를 다스릴 수 없는 법이라는 얘기이다.

自厚而薄人者는 棄하리라.
자후이박인자는 기하리라.  

자기에게는 후하게 하면서 남에게 박한 자는 결국 버림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旣用不任者는 疎하리라.
기용불임자는 소하리라.  

사람을 쓴다 해놓고 일을 믿고 맡기지 못하면 결국 사이가 멀어지고 만다는 뜻이다. 쓰기 전에 생각하고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말과도 같다.  

行賞吝嗇者는 沮하리라.  
행상인색자는 저하리라.

상을 줄 때 내용이 인색하면 막힌다는 것인데, 이 말은 실로 어려운 얘기이기도 하다.

多許少與者는 怨하리라.  
다허소여자는 원하리라.

쉽게 허락해놓고 정작 약속 이행을 꺼리는 자는 결국 원망을 사게 된다는 얘기이다.

旣迎而拒者는 乖하리라.
기영이거자는 괴하리라.  

이미 맞이하기로 한 다음에 정작 가면 오지 말라고 하는 자는 어그러진다는 말이다. 야, 가도 되냐 했더니 오케이 해놓고 진짜 가려고 하니 이거 사정이 좀 곤란한데 하면서 빼는 사람이 세상에는 널렸다.

薄施後望者는 不報하리라.
박시후망자는 불보하리라.

베풂은 박하면서 바라는 것은 큰 자는 결국 아무런 보답을 얻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다.

貴而忘賤者는 不久하리라.
귀이망천자는 불구하리라.

귀하게 된 다음 과거의 천함을 잊은 자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당연한 말이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말과 같다. 이를 두고 ‘싸가지’라 한다.

念舊怨而棄新功者는 凶하리라.
염구원이기신공자는 흉하리라.  

옛적 섭섭했던 일만 마음에 간직하고, 새롭게 공을 세워도 인정을 해주지 않으면 흉한 꼴을 본다는 말이다. 이런 자 밑에 있어봐야 돈 될 일 없다.

많지만 이 정도 소개로 그칠 생각이다.

당연한 말들 같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새길 말들이기도 하다. 세상사는 것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일들의 於中(어중)에서 興亡(흥망)과 成敗(성패)가 엇갈리는 것이니 말이다.

시중에 번역된 책도 있는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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