湖光秋月(호광추월), 호수에 어린 가을 달빛의 노래  _  2010.10.13
호수에 가을 달빛 드리우니 잘도 어울리고
바람 잔 수면은 닦지 않아도 절로 거울이라,
멀리 동정호의 山水(산수) 빛깔 바라보니
하얀 銀盤(은반) 위에 푸른 소라를 놓았구나.

湖光秋月兩相和 (호광추월양상화)
潭面無風鏡未磨 (담면무풍경미마)
遙望洞庭山水色 (요망동정산수색)
白銀盤里一靑螺 (백은반리일청라)

예로부터 무수한 시인들이 노래하고 화가들이 그려 남긴 것으로 瀟湘八景(소상팔경)이 있다. 중국 동정호 주변의 瀟水(소수)와 湘江(상강), 두 물을 주제로 하는 여덟 개의 경치를 말한다.

내가 직접 찾아가 본 실제 중국의 동정호는 물이 몹시 더러워서 실망 많이 했지만, 옛날에는 과연 아름다웠으리라.  

소상팔경의 하나로 洞庭秋月(동정추월)이 들어있다. 동정호에 비치는 가을달이라는 畵題(화제)이고 詩題(시제)이다.

시에서 하얀 은반 위에 푸른 소라를 놓았다는 말, 달빛 눈부신게 빛나는 밤의 동정호를 은반에 비기고 그속에 떠있는 작고 아름다운 섬, 군산을 푸른 소라에 비긴 것이다.

이 시 역시 동정추월을 詩題(시제)로 하고 있다. 시인은 유우석이란 사람이다.

유우석은 당나라가 쇠퇴할 무렵, 勢族(세족)들을 견제하고 황권을 다시 찾기 위한 황제의 개혁 드라이브 당시 시인 ‘柳宗元(유종원)과 함께 중용되었던 사람으로서 결국 세족들에게 밀려 평생 벽지를 전전하다 생을 마쳤다.

이 시는 시인이 개혁에 실패하고 최초로 지방으로 내쳐졌을 때 지어졌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시인의 나이 삼십대 중반이었고 자존심이 강했던 사람이라 詩文(시문)도 경쾌하고 기개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말년에는 長恨歌(장한가)를 지은 동년배의 白居易(백거이)와 시로서 교류했다고 한다.

(호호당의 감상)

가을에는 역시 호수가 좋고 호수하면 역시 달빛이 어울린다. 물결 잔잔한  호숫가에서 수면에 어린 달빛을 보고 다시 고개 들어 皎皎(교교)한 달을 바라보는 것, 살아감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풍류라 하리라.

그래서 나는 가을이면 서울 근교의 팔당호를 자주 찾는다. 마음만 먹으면 시내에서 40 분 거리에 불과하니 그렇다.

가을에는 그 어느 때 가도 모두 좋지만, 역시 달 있는 날 밤 팔당호를 찾아가면 情趣(정취) 가득 가슴에 담고 돌아올 수 있다.

집에 돌아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제2악장을 들으면 더욱 그윽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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