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달밤에 고향을 그려보다  _  2010.10.2
침상 머리로 스며드는 달빛을 보았네,
온 땅에는 서리 내린 듯 희게 빛나네,
고개 들어 산위에 오른 달을 바라보다
그만 고개 숙여 떠나온 고향을 그려보네.

床前看明月 (상전간명월)
疑是地上霜 (의시지상상)
擧頭望山月 (거두망산월)
低頭思故鄕 (저두사고향)

이는 萬古不滅(만고불멸)의 시인 이백의 靜夜思(정야사)이다.

시는 무척이나 이해하기 쉽다. 고요하고 밝은 달밤, 그 밝은 빛이 땅을 덮으니 마치 서리가 내린 듯도 하다고 시인은 말한다. 달을 한참 바라보다 저 달은 고향땅 위에도 빛나고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백, 재주 많고 포부도 큰 인물이었던 것 같다. 포부가 크면 현실은 당연히 그 반대일 것이니 마음 고생 꽤나 했으리라.

권력 게임에 밝지 못하고 자만심도 강했던 이백은 황제의 총애를 받는 등  잘 나가다가 그만 미끄럼을 타고 말았다. 그 이후 이백은 다시 재기하여 큰 포부를 펼쳐보려 했으나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실의의 세월을 보내야 했지만 겉으로는 끝까지 豪放(호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달밤에 객지에서 깨어나 산에 뜬 달을 보니 ‘아니, 처자식 다 멀리 두고 내가 왜 여기에 이러고 있나’ 하는 한심한 마음도 들었던 모양이다. 李白(이백)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한다.

늦은 밤 강아지들 산책시키려 뒷산에 올랐더니 동녘 하늘로 반쪽 달, 片月(편월)이 조용히 오르고 있었다. 헤아려보니 보름달의 추석을 보낸 지 벌써 열흘이다.

민망해 할 것 없어요, 달님! 보름보다는 창백한 그 빛이 덜하긴 해도 여전히 아름다우신걸요. 오히려 더 가을 달 같으세요.

무심결에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는 나를 보고, 강아지도 궁금했는지 저도 따라 먼 곳을 보는 시늉을 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놈의 목덜미를 간지럽게 쓸어주었다.

깊은 밤 시간의 달빛 사이로 어둑한 산책길을 나는 이제 너무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 그놈의 산모기도 보이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태풍 곤파스를 견뎌내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들이 보기에도 안쓰럽다.
  
달은 가을달이 제격이다.

음력 8월을 ‘달이 희게 빛나는 달’이라 해서 素月(소월)이라 한다. 본명이 ‘정식’이었던 시인 金素月(김소월)은 음력 8월생이라 필명을 素月(소월)이라 했었다. 참으로 운치가 서린 필명이라 하겠다.

올해는 늦봄까지 추웠고 비도 유난히 많더니 겨울 추위도 빨리 오는 것 같다. 강원도 산간에는 벌써 서리가 내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을 서리는 한자로  秋霜(추상)이다.

秋霜(추상), 떠올리기만 해도 차갑고 엄한 느낌이다.

한해가 저물고 있다는 소식이니 금년 한해 당신은 어떤 농사를 지었고 얼마만큼이나 거둬들였는지 궁금하네요. 한해 또 한해를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님을 너무 늦은 나이에 깨치게 되지 않기를 그저 바랍니다.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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