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村(강촌)  _  2010.7.14
맑은 강 한 굽이가 촌마을을 껴안고 흐르나니
긴 여름날 강마을에는 모든 것이 고즈넉하구나.
대들보 위 제비는 그냥 들락날락 거리고,
서로 친해서 붙어 다니는 물위의 갈매기라.
늙은 아내는 종이에다 바둑판을 그리고,
어린 자식은 바늘을 두드려 낚시를 만드네.
잦은 병치레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약물이니,  
미천한 몸 하나 건사할 뿐 달리 무엇이 필요하리.

淸江一曲抱村流 청강일곡포촌류
長夏江村事事幽 장하강촌사사유
自去自來梁上燕 자거자래양상연
相親相近水中鷗 상친상근수중구
老妻畵紙爲碁局 노처화지위기국
稚子敲針作釣鉤 치자고침작조구
多病所須惟藥物 다병소수유약물
微軀此外更何求 미구차외갱하구

詩聖(시성) 杜甫(두보)가 중국 사천성 成都(성도)의 강가에 草堂(초당)을 짓고 살던 시절의 한가롭고 평온함을 노래한 시이다.  

이 시는 지금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바가 있다.

여름날 맑은 강물이 강마을을 끼고 흐른다. 눈에 참 많이 익은 풍경이다.

안동의 하회마을, 경북 예천의 회룡포, 영월 주천의 그 맑은 주천강, 많은 경치들이 순간에 눈앞을 스친다. 모두 여러 번 강굽이가 지는 곳의 풍경이다. 영월 주천의 주천강은 지금은 많이 흐려졌지만 예전에는 견지낚시로 유명하던 곳이다.

내 사무실 한 구석에는 몇 년 전 주천강에서 주어온 강가 돌들이 지금도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五行(오행)에 따라 초록 돌, 붉은 돌, 누런 돌, 하얀 돌, 검은 돌이 모두 있다.

대도시에 사는 이로서 긴 여름 날 강가 그늘에서 쉬다가 따분하면 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돌도 주어가면서 또 담배도 시원하게 피워가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야말로 사실 따져보면 인생에서 그리 흔한 일도 아닐 것이다.    

오늘 낮 한 소나기 내리던 시간에 나는 주천강의 물굽이를 그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두보의 이 시가 떠올랐다. ‘청강일곡포촌류’로 시작하는 시구가.

그래서 이 시를 오랜 만에 문언소창에 올리게 되었다.

詩作(시작)에 뛰어났지만 벼슬살이는 제대로 해보지 못한 그는 평생을 떠돌다가 48 세 무렵 사천성 성도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이로부터 6 년간 친구의 도움으로 工部員外郞(공부원외랑), 오늘로 말하면 지방자치단체의 공사와 설비를 담당하는 부서의 별정직 공무원 자리를 얻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이 시기가 두보로선 평생에 걸쳐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그러나 요즘 말로 ‘친구 빽’으로 겨우 한자리 했던 두보는 54 세 무렵 다시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내어놓고 강호를 떠돌아다녀야 했다.  

처자식을 거느린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두보는 앞길이 실로 막막했으리라. 그러나 유랑 생활 중에 그가 남긴 시는 더욱 빛이 난다. ‘예전부터 동정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더니 드디어 오늘 악양루에 오른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등악양루’와 같은 시가 바로 그것이다.  

가족과 함께 동정호 일대를 정처없이 떠돌던 두보는 마침내 59 세에 병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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