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즐겨 마시는 술은 제조 방법에 따라 발효주와 증류주, 합성주로 구분된다.
막걸리나 포도주 기타 과실주들이 발효시켜 만든 것이고, 그를 다시 증류시켜 알코홀의 농도를 높인 것이 증류주, 위스키나 브랜디, 보드카, 소주 등 도수 높은 술이 대표적이다. 합성주는 증류주에 다시 색이나 맛을 내기 위해 다른 것을 첨가한 것이다.
만약 증류법이 발병되지 않았다면 술의 세계는 대단히 얕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증류법은 어떤 경로로 발명되었는지를 알면 약간은 황당하다.
증류란 용액을 가열하여 휘발되는 증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 응축시키는 기술인 데 그 출발점은 연금술 정확히 말하면 중국의 연단술이 가져온 부산물이다.
이 증류기술을 발명한 사람들은 이슬람이었다.
시작은 이렇다. 바그다드를 건설한 압바스 왕조의 칼리프 만수르는 비잔틴 제국(오늘의 콘스탄티노플)에 파견했던 사신으로부터 기이한 보고를 받았다. 비잔틴의 궁정에서 납과 구리를 가지고 금과 은으로 바꾸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원래 교역을 국시로 하고 돈을 엄청 좋아하던 만수르는 대뜸 ‘야 그리스 연금술에 관한 책들을 몽땅 가져와서 번역토록 해’ 라고 지시를 내렸다.
한 번 눈이 뜨자 중국에서는 도사들이 광물을 이용하여 신선이 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도 귀에 들어왔다. 당시 중국은 물에 해당되는 수은과 불에 해당되는 유황의 배합을 통해 불로장생의 연단은 물론 금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연단술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이리하여 이슬람 세계는 그리스의 연금술과 중국의 연단술에 대해 맹렬하게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 최고의 학자였던 ‘자비르 이븐 하이얀’이란 사람이 중국의 음양관, 음을 여성적 원리로 양을 남성적 원리로 이해했고 수은과 유황을 가지고 흔한 금속을 금은의 귀금속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당시로서는 첨단 하이테크였던 셈이다.
하이얀은 연금술의 목적이 조화-음과 양의 조화-를 구하는 것이며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물질을 ‘알 이크시르’라고 했다. 이는 나중에 유럽에 전해져 엘릭시르, 현자의 돌로 불리게 되었다. (프리 스타일에 올린 ‘서양 도학 시리즈 제2회’를 참조)
이처럼 성공할 리 없는 연구였지만, 수많은 연금술사들이 끓이고 데우고 섞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숱한 부산물의 하나가 바로 증류기였다. (오늘날의 화학 자체가 이슬람 연금술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증류기가 발명되자, 사람들은 도수가 낮은 발효주를 바탕으로 도수가 높고 맛도 더 뛰어난 술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기술이 유럽에 가서는 위스키와 브랜디를 만들고, 러시아로 가서는 보드카, 중국에서는 고량주와 마오타이 등의 백주-흔히들 바이주라고 한다-가 되었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소주가 되었으며 인도에서는 ‘아라크’가 되었다.
재미난 것은 정작 이슬람들은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한 꾸란의 규정으로 하여 지극히 연한 과실주만 마시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무함마드가 독한 술을 금지한 것에도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슬람 유목민족들이 워낙 용맹하여 술이 과한 상태에서 시비가 붙으면 즉각 칼을 빼들고 피를 보는 일이 너무 잦았다. 이에 무함마드가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독한 술은 추운 지방 사람들에게는 열을 주어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뜨거운 지방에서 독주는 간에 독이 되고 눈을 멀게 하여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술은 火氣(화기) 덩어리라 열이 많은 이슬람 세계에서는 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니 무함마드가 금지한 것은 잘한 일이라 본다.
동남아시아 일대에 가면 이슬람이 아니라 해도 독주를 잘 마시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사주팔자 상으로도 겨울 생들이 독한 술을 잘 마시는데, 그 또한 지나치면 의존성이 생겨 술 중독을 가져온다. 의존성이 생길 정도로 일단은 몸에 좋다는 뜻이다. 여름 생이 과음하면 반드시 장수에 지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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