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진종일 비가 내렸다. 제법 거센 빗방울이다가 보슬비로 변하고 다시 세찬 모습도 보이더니 가랑비로 변해갔다.
4월 20일은 穀雨(곡우), 곡식을 자라게 하는데 좋은 비라는 뜻, 한 해를 걸쳐 곡우 전후에 오는 비가 가장 아름답다. 물론 영양가도 크다.
곡우가 어떤 때인가?
冬至(동지)부터 하늘은 햇빛을 늘려 땅을 돌아보지만 여성인 땅의 마음은 더욱 차가워지고 아예 등을 돌려 외면하더니 급기야 1월 20 일경의 大寒(대한)에 와서는 식을 대로 식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남성인 하늘은 실망치 아니하고 그로부터 더욱 정성으로 91 일간 빛을 통해 求愛(구애)의 메시지를 내린다.
마침내 3월 23일경 春分(춘분)에 이르러 여성인 땅도 마음을 돌려세우고 하늘의 사랑에 응답할 채비를 시작한다. 하늘도 이를 알아차리고 더욱 은근하고 간절하게 햇빛을 아끼지 않으니 곱게 단장을 마친 여성인 땅은 마음 속 땅속 문을 열어 더운 열을 내뿜기 시작하니 바야흐로 때는 곡우라.
더운 열기는 더운 바람이 되어 상승하니 높은 곳의 찬 공기는 밑으로 내리면서 서늘한 그러나 결코 차갑지 않은 손으로 여성인 땅을 어루만진다. 서늘한 하늘의 손에 전율하면서 여성인 땅은 더욱 더운 열기를 뿜어 올리고 급기야 하늘과 땅은 한 몸이 된다.
그러자 사랑의 비가 내린다. 사랑의 비는 여성인 땅의 깊은 곳까지 적시고 스며들어 여성인 땅은 겨워한다. 눈물을 흘린다, 연인 하늘이 결코 나를 버렸음이 아니라 잠시 사정이 있었음이라 짐작하고 이해한다.
사랑의 비는 여성인 땅의 자궁에까지 스며드니 이제 새 생명을 잉태할 때가 되었음이다. 이제 자궁은 따뜻하고 촉촉하기 때문이다. 자궁이라 하니 뭐하다. 그저 어머니 뱃속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모든 생명을 잉태하고 자라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곁에서 하늘과 땅의 격정적인 사랑을 숨죽여 지켜보던 농부는 살그머니 그간 준비해 둔 씨앗을 땅속에 심기 시작한다.
곡우,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 교합하고 그 커다란 몸과 마음을 나누고 섞는 때인 것이다. 곡우에 비를 맞으면 천지간의 精髓(정수)로 몸을 적시는 것이니 우리 마음속에도 새로운 창조의 싹이 틀 것이며 불임의 여성도 능히 잉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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