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고어체로 된 구운몽을 읽다보니 ‘아침’이 ‘아참’으로 되어있다. 가만히 보다가 알게 되었다, 참의 원형인 ‘아래 아’로 된 ‘참’은 시간을 뜻하는 말이란 것을.
‘이참에’ 혹은 ‘저참에’라는 말도 이때에 또는 저때에로 바꾸면 금방 이해가 간다. ‘저 많은 일을 어느 참에 한다냐?’하는 말을 쓸 수 있는데 여기서도 ‘저 많은 일을 어느 시간에 한다냐’로 바꿀 수 있다.
‘때 마침 어떤 일을 했다’란 표현도 쓰는데 여기서 ‘때 마침’이란 말이 재미있다. 고치면 ‘때 마참’이 되겠다.
‘마’는 시리즈 제1회에서도 얘기했듯이 ‘바야흐로’란 우리말과 같다. 그러니 마침이란 말은 ‘바야흐로 이 때’란 의미가 된다. 그런데 참이 때를 의미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다시 한 번 앞에 때란 말을 붙여 ‘때 마침’이란 표현을 쓴다. 우리말에서 흔한 표현이다.
농사일 하던 중에는 새참을 먹게 된다. 여기서 새참이란 새가 ‘사이’이고 ‘참’은 때인데 아침과 점심 사이의 때가 된다. 그리고 그 때 먹는 밥이다 보니 원래는 새참밥이어야 한다. 그러다가 밥은 생략되고 그냥 ‘새참’이 된 것이다.
줄여서 사용하다보니 나중에 와서 사람들은 ‘참’이란 말을 ‘식사’란 의미로도 받아들였다. 파생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겨난 파생어 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널리 쓰이고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게 된 대표적인 것이 ‘옳다 또는 진실’이란 의미로 쓰이는 ‘참’이다.
가령 맛있는 딸기를 먹다보면 ‘이 맛이 참맛이야’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맛이라는 의미로 쓰는 것인데 원래는 ‘딸기 철에 나는 딸기 맛’이란 의미가 나중에 ‘진짜’라는 의미로 사용되게 된 것이다. ‘제철의 맛’이란 의미가 원뜻인 것을.
다시 말하면 제철의 맛이 언제나 참맛인 것이다.
참이 시간을 뜻하는 것인 줄 모르고 널리 쓰다보니 참은 ‘진짜 또는 정말’이란 별개의 의미가 생겨나 정착이 되고 시간을 뜻하는 참과 중복적으로 사용된다.
‘차츰차츰’이란 말은 ‘서서히’란 의미인데 次(차)는 차례의 의미이고 츰은 참에서 변형된 것이다. 물론 서서히는 徐徐(서서)히로서 한자어와의 결합이다.
우리말에는 한자어와 결합하여 그것이 한자어인지도 모르는 말이 실로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차마’란 말을 들 수 있다. 차마는 眞何(진하), 何(하)는 ‘어떻게’란 뜻이니 ‘실로 어떻게’가 뜻이다. 그것이 ‘참하’로 변했다가 나중에 연음되어 ‘차마’가 된 것이다.
1800 년대 말만 해도 眞何로 썼고 1920 년대에는 참하로 쓰다가 1950 년대부터 차마로 바뀌었다.
어휘는 시간을 두고 끊임없이 변해간다. 불과 수 년 사이에도 변해서 의미를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하나 들면 시쳇말로 ‘짤 없다’는 말을 많이 쓴다.
‘앞으로 저치에게는 짤 없어’라고 분노를 표할 때의 그 ‘짤’은 ‘얄짤’의 준말이다.
그러면 얄짤은 어디에서 온 말인가? 오랜 말이 아니니 어렵지 않다. 一切(일절)이란 말로서 모두 또는 전부라는 의미의 한자어다. 일절은 일체라고도 한다. 일절이나 일체나 모두 한자로는 一切인 것이다.
일절이 ‘얄짤’로 변한 것인데 그다지 오래지 않다. 이처럼 단기간내에도 언어는 변해가니 변한지 수백년이 된다면 그 기원을 알긴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찾아 의미를 새기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사람은 궁리하는 동물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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