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의 성공에 관하여’와 ‘노력과 결실의 시차’ 글 두 편, 그리고 이번 글은 전체로서 하나의 글이다.
이번 글의 주제는 지그재그 행로를 밟아온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즉 처음부터 한 가지 일을 붙들고 가지 않은 사람들은 성공할 수 없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글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세상이고 아울러 변화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것도 있어 초지일관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렇기에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클 것이다.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면, 직업을 여러 번 바꾸고 전공을 여러 차례 변경했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핵심은 본인 스스로가 하나의 주제 내지는 테마를 가지고 살아왔느냐 하는 점이다. 처음엔 막연했더라도 살아가면서 자신의 테마가 점차 확실해지고 더 강력해져 갔다면 직업이나 전공을 변경한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얘기이다.
그것은 일종의 ‘코스’를 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연히 이 길이 성공하는데 있어 좀 빠를 것 같다 또는 저 직종이 대세이고 흐름이 아닐까 싶어 이리 가고 저리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는 주제나 테마가 없는 것이다. 테마가 없다면 성공의 문턱에도 들어서지 않은 것이다.
그처럼 문턱에 들어서지 않고 나이 40 이 된 사람 不知其數(부지기수)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인가 하면 그 또한 그렇지 않다.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의 테마를 갖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고 세월이 흘러 성공에 이르게 된다.
다시 말해 성공이란 자신의 길을 걷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것이란 얘기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가를 묻고자 찾아온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러면 내가 먼저 물어본다.
‘본인이 가진 테마, 내지는 주제가 있으십니까?’
‘그건 딱히 없고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하고 싶습니다.’
‘성공하려면 테마나 주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노력한다 해도 방향이 서야 그 노력도 누적되고 성취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테마를 가지게 되는지요?’
‘때가 되면요..’
목표라기보다는 주제 또는 테마가 있어야 노력도 방향성을 가지게 되니 세월의 복리이자가 붙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식이다. 직장에서 늘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는 그저 막연히 열심히 하다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테마를 정하고 그 방향으로 노력을 집중하는 것을 경영 컨설턴트들은 흔히들 조직화, 즉 organize 한다고 표현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 또한 하나의 목표 내지는 테마가 아니겠느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겠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정작 돈 많이 버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돈을 많이 벌어 풍족하게 살고 싶은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돈이 많은 것은 목표가 아니라 성공이 가져다 준 부산물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표 또는 테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심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 그 자체가 목표인 사람도 없지는 않다. 그런 사람들은 풍족보다도 돈이 많은 것 자체를 원한다.
공감하긴 어렵지만, 삶은 자유이니 그런 목표를 가졌다고 해서 흠 잡을 일은 아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에게도 엄청 인색해서 자연히 주변 사람에게도 인색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검소하고 절약해서 돈을 많이 모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 사람들은 목표가 돈이었던 것이고 그 결과 돈을 많이 벌은 것이니 나름 성공이라 하겠다. 남들이야 구두쇠라 하든 말든 오히려 주관이 뚜렷하다는 점을 사주고 싶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돈을 벌고 모은다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말로만 돈 버는 것이 목표라 하고 성공하는 것이 목표라 할 뿐이다.
기업에서도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을 본 적이 있는가?
아무튼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야, 돈이 돈 버는 세상이네’ 하고 푸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이다, 그것 또한 내가 말하는 ‘복리이자 현상’의 한 일부이다. 돈이 돈 번다는 엄청난 지식 내지는 지혜를 깨쳤으면 푸념만 늘어놓고 있을 일이 아니라, 돈을 만들어내는 바로 그 돈, 그러니 종자돈을 만들어서 돈이 돈을 버는 그 대열에 동참하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종자돈만 만들 수 있으면 절반의 성공이라 해도 좋다. 그런데 대출받은 돈은 종자돈이 아니라 그냥 빚이라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겠다.
여기서 잠시 테마란 것이 반드시 사회적 성공에 한한 일이 아니라는 점도 얘기해두고자 한다.
어릴 적에 부모님이 불화하여 결손 가정에서 자란 청년이 결혼하면서 나는 반드시 내 자식들에게 좋은 울타리가 되어주겠다고 결심했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코드이고 테마이다.
그런 사람은 비록 다른 꿈이 있다 해도 자신의 메인 테마가 워낙 소중하기에 다른 꿈을 좇기 보다는 성실하게 살아갈 것이고 좋은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지극함은 좋은 자녀를 길러낼 것이고, 또 만년에 그 보람을 얻을 것이다. 성공이라 해서 반드시 거창하고 요란하란 법은 없다.
기분 같아서는 직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자유인이 되어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고 싶어도, 자녀를 생각해서 마음 다독이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그러니 의외로 우리 주변을 보면 삶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30-40 대 청장년층 중에는 그런 것은 성에 안 찬다고 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시 바삐 그런 허영일랑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이른바 비전도 없고 성공할 것 같지도 않지만, 일단 내가 낳은 자녀를 먹이고 입히는데 크게 부족한 것이 없다면 그로서 당신은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녀가 젊은 시절 만나 눈 맞추고 희희거리면서 놀러 다니다가 어느 날 배 맞추고 그러다가 식 올리고 시간이 지나 아이 돌 잔치하는 것이 처음엔 놀이 같고 장난 같겠지만 실은 장난이 아닌 것이다. 알고 보면 조물주의 교묘한 각본인 것이다. (나 역시 그 시절엔 그게 그런 줄 몰랐다.)
살다보니 지겹고 재미가 없어 ‘너만 없으면 될 것 같아’, 다른 사람 만나 또 놀이를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끝내 제 자리로 돌아가 지키는 사람을 보면 야단은커녕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싶다.
또 외도한 남편이나 아내에 대해 외도 그 자체보다 그간 거짓말하고 사기친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백번이라도 죽이고 싶지만 그저 머리 끄덕이며 받아주는 사람들을 보면 실로 훌륭하다는 말을 가슴에 그냥 담아둘 수가 없다.
그런 경우 부부는 저마다 인생의 큰 고비를 한 번 넘게 되고 그로서 한층 높은 차원의 지혜를 얻게 된다.
修身齊家(수신제가)가 治國平天下(치국평천하) 보다 먼저라는 사실.
그러니 집안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성공을 꿈꾸는 사람은 실로 격이 맞지 않는 일이다.
드라마나 소설, 그리고 현실에서도 집안은 엉망이고 이혼과 결혼을 수십번 반복하면서도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을 멋지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극적이고 이례적인 것이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은 집안도 화목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가정이 화목하지 못한 경우, 성공 역시 한 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새겨야 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중천에 뜬 해를 보고 성공이라 말한다. 하지만 참된 성공은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지는 落照(낙조)의 장엄함이다.
‘석양이라 한 없이 좋기만 하네, 夕陽無限好’ 라는 한시 구절이 그래서 유명하다.
가정의 화목과 평화에 대해 이 정도 얘기하고 사회적 성공에 대한 것으로 돌아와 보자.
하는 일을 자꾸 바꾸다보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그것이 그저 먹고사는 일에 그친다면 그렇다. (물론 앞서 얘기했듯이 자녀들을 잘 부양할 수도 있을 것이니 그로서 만족해도 될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니 나만의 코드가 있느냐 나만의 테마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냥 직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 월급 몇 푼 더 준다고 바꾼 것이 아니라 전략을 가지고 그 전략의 단계를 밟기 위해 직장을 옮기고 전공을 바꾼 것이라면 사실 그것 역시 이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길을 간다는 말은 때가 되면 세월의 복리이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과 동어의이다.
이는 손문이 중국을 개혁하겠다고 마음 먹은지 30 년 만에 신해혁명으로 새로운 중국이 된 것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거창한 성공만이 성공은 아니다.
직장을 다닌다고 해도 늘 언젠가 더 조건이 나은 직장으로 옮기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 이 직장에서 반드시 성공해서 내가 미래의 사장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과는 세월이 조금 지나면 큰 차이가 난다.
또 같은 직장을 다닌다고 해도 저축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고 한 건을 기대하며 일단 쓸 건 쓰고 보는 사람과는 세월이 조금 지나면 큰 차이가 난다.
마음먹기에 따라 같은 직장을 다녀도 세월의 복리 이자가 붙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사십대 중반이라고 하자. 내가 하는 말들을 곰곰이 따져보니 허송세월이었다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늦은 때는 결코 없다는 말을 하고자 한다.
인생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운명의 이치는 실로 자상한 손길과 같다는 말처럼.
공자가 조국에서 추방되어 방랑길에 올랐을 때 공자를 많이 도와준 ‘거백옥’이란 위인이 있었다.
이 사람이 한 말인 즉, 나이 50 이 되고 보니 지난 49 년이 헛됨을 알았다고 자탄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누군가를 탓하고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아직 길의 初入(초입)에도 들어서지 못했음이다. 그리 알면 정확하다.
그러나 재미난 것은 늦은 때는 없다는 것이니, 그저 나에게 주제가 있느냐 테마가 있느냐 또는 코드가 있느냐, 내 행동과 계획이 지향하는 바를 설명할 수 있는 그 ‘한 마디’를 가졌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더러 삶을 우습게 알고 까불어대다가 40 대 중반에 이르러 바닥을 치는 경우도 많다. 모든 것이 날아가고 떠나가고 스스로 한심해서 죽고 싶을 정도라면 그것이 진정한 바닥이다.
그러면 사람은 그 바닥 운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만나게 된다, 그러면 자신만의 코드를 얻게 된다.
그러면 그로부터 30 년간 운이 뻗어갈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세상의 경험 특히 쓴 맛을 알기에 더욱 멀리 뻗어갈 사람이다.
松柏(송백)은 겨울이 되어서야 그 靑靑(청청)함을 안다는 옛말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신만의 테마를 만들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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