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歸家(귀가)  _  2009.5.12
섣불리 기적이라 하긴 그렇지만, 아무튼 신기하고 또 기쁜 일이 있었다.

집에는 2001 년에 들어온 토끼와 2003 년에 들인 잡종 마르티즈 강아지가 한 마리씩 있었다. 둘 다 2001 년생으로 묵은 놈들이다. 원래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아내도 그들을 기르다보니 어느덧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연유로 아내는 올 봄 동네에 버려진 어린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나 역시 불쌍해서 허락을 했다. 병원에 물어보니 한 살 정도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 몹시도 초라하던 모습이 잘 먹이고 애정을 받게 되자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래서 토끼 한 마리, 개 두 마리가 잘 살고 있었는데 그만 한 달 남짓에 또 한 마리가 들어오게 되었다.

늦은 밤 아파트 입구에 세워둔 자동차 밑에서 발견을 했는데, 너무 불쌍해서 아내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도 마음이 불편하니 일단 데려오라고 했다. 이번에는 두 살 정도 된 놈으로서 요도에 염증이 있어 오줌을 흘리고 다녔지만 잘 치료를 해 주니 아주 건강한 놈이었다.  

그런데 달포 먼저 들어온 놈이 여간 텃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었다. 아파트라 조심스럽건만 툭 하면 소리가 나니 부담스러웠던 아내는 수소문을 통해 동네의 어떤 아주머니가 소개해서 다른 주인을 찾아주게 되었다.

강아지를 내보내기 전날 밤 나는 잠을 설쳤다. 이미 ‘봉이’라는 새 이름도 지어주었고, 내 품으로 들인 생명을 다시 내보낸다는 것이 영 편치가 않았다.  

지난 5월 9일 아침 10 시경 아내는 중계해 줄 아주머니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개를 데리고 나갔다. 아침에 나는 강아지 머리에 입을 맞춰 주면서 부디 좋은 주인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아내는 강아지가 혹시라도 집을 찾아올까봐 차에 태우고 멀리 돌아서 그 집에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우리 집은 동작동 국립묘지 뒤쪽의 산비탈이고, 소개한 아주머니의 집은 산 저편 너머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토요일 밤 귀가하면서 나는 혹시 봉이 놈이 집을 찾아와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라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꼭 봉이 소리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니, 개 세 마리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봉이가 가장 요란스러웠다. 아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하고 아내에게 물었다.

영문인 즉, 봉이가 묶어둔 개줄을 뜯고 담을 넘어 탈출했으니 어쩌면 좋으냐며 걱정하는 전화가 그 아주머니로부터 오전 11시경 왔다고 한다.

이에 양심의 가책으로 힘들어하던 아내도 그 전화를 받고 더더욱 하루 종일 울적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봉이는 저녁 6시경 집에 들어오시던 어머님에게 발견이 되었고 얼른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거리상으로는 1 킬로미터 남짓이지만 산 너머에 있는 집이고 데려갈 때 혹시라도 해서 아내는 차로 먼 데로 돌아서 갔다고 하는데 어떻게 산을 넘어 집을 찾아올 수 있었을까?

아내 말로는 몇 시간을 길을 찾아 헤맸는지 몸 여기저기에 산에서 묻은 마른 솔잎과 덤불들이 붙어있었고, 집에 들어오니 자신을 보고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정말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해후를 마친 봉이는 물을 한참 들이킨 후 잠에 들었다가 내가 귀가하자 마중을 한 것이었다.

개가 집을 찾아오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그런 신기한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으니 실로 신기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자신의 체취를 맡아내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가정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 아주머니가 사는 동네 주택가를 빠져나와 산으로 들어섰을 거라 짐작은 하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과연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을까? 산에 들어섰어도 갈래 길이 엄청 많을 터인데 그 또한 무슨 수로 길을 잡았을까? 궁금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버렸어도 스스로 탈출해서 먼 길을 고생 끝에 집을 찾아 돌아왔으니 얼마나 감격했겠는가! 또한 여간 기쁘지가 않았다. 돌아온 강아지를 보는 순간, 이것은 운명이고 조상이 보낸 강아지가 분명하니 잘 키워야 한다고 다짐 또 다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아들을 포함해서 토기와 개들은 모두 수컷이라 급기야 다섯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지난 밤 나는 집안이 불같이 일어나고 있다고 확신과 함께 잠이 들었다.

이제 슬슬 강아지를 마음대로 키울 수 있는 마당 넓은 주택을 알아보아야  하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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