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와 연꽃 --신화 이야기 제1회  _  2009.6.8
동쪽 바다 저 멀리 아득한 끝에 가면 외딴 섬이 하나 있는데, 그 섬에는 커다란 뽕나무-이름 하여 扶桑(부상)이라 한다-가 한 그루 있고 그 가지 끝에는 태양 알이 열리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그간 다 자란 태양이 하나씩 바다 위로 올라 하늘을 달리고 저녁에는 서쪽 끝 咸池(함지)라는 연못 속으로 빠진다.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아시아 일대의 태양 신화이다. 여기에 나오는 뽕나무는 태양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생산을 상징하고 있다. 유명한 우리나라의 에로 영화 ‘뽕’도 있지만, 뽕나무는 섹스를 상징하기도 한다. 뽕밭이란 삼돌이와 삼순이가 눈을 피해 야밤에 野合(야합)을 하는 밀애의 장소인 것이다.

사실 오랜 옛날 농경문화가 들어서던 시절에 들에서 교합하는 일을 큰 흉으로 치지 않았다. 오히려 해마다 봄이면 날을 정해 온 마을이 잔치를 열고 밤이 되면 마을의 젊은 처녀 총각들을 뒷산 뽕밭으로 올려 보냈다. 이에 평소 눈빛을 교환하던 커플들은 거기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더러 여러 상대와 어울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 春社(춘사)라고 햇는데, 이 때 생긴 아이는 그냥 엄마가 키웠고 마을에서도 기꺼이 도와주었다.

유교의 대성 공자님의 이름은 언덕 丘(구)인데, 이는 공자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 잔치 당시 뽕밭이 있는 언덕에서 아기를 만들었기에 그렇게 붙인 것이라 한다. 그만큼 당시 봄에 있는 잔치는 마을의 번영과 多産(다산)을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따라서 뽕나무는 그냥 누에치기 위한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섹스와 번영, 다산을 기원하는 상징의 나무였던 것이다.

참고로 일본을 중국이나 우리는 예부터 扶桑國(부상국)이라 불렀고 일본 스스로도 ‘부상’이란 이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동쪽 바다 해 뜨는 곳, 日出(일출)의 나라란 명칭이 그리 싫지 않았기에 국기도 붉은 태양을 묘사한 ‘일장기’를 쓰고 있다.

또 역사교과서 문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부소사’가 있는데 이는 바로 扶桑社(부상사)의 일어 발음이다.

이 태양신화는 서양 특히 이집트의 불사조 즉 피닉스 신화와 유사한 면을 지닌다. 태양이 咸池(함지)란 연못에 빠지면 밤사이에 다시 저 동쪽의 부상 나무가 있는 곳까지 달려간다는 변형 신화도 있는데 이는 태양 새가 저녁에 서쪽 바다에 빠져 죽고 나면 다시 아침에 동쪽 바다에서 살아난다는 구조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을 새로 묘사하는 있는 점, 우리와 일본 중국의 三足烏(삼족오)가  이집트 신화의 피닉스, 즉 不死(불사)의 새와 동일하다는 점도 재미있다.

그런데 얼마 전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에 관한 개설서를 읽다가 대단히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국내 번역본 책의 제목은 ‘파라오의 비밀 문자’이고 출판사는 ‘예경’이다. 본문을 옮겨본다.

“이집트 창조 신화에 따르면 태양신 ‘라’는 영원의 연못에 떠있는 연꽃에서 태어났다. 연꽃은 부활의 상징이었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 중에는 연꽃에서 왕의 머리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그린 것이 있다. 死者(사자)의 書(서)에 전하는 주술 의식 중 하나는 망자를 연꽃으로 바꾸는 것이 있다.

‘나는 정결한 연꽃으로
태양빛과 함께 떠올라
태양신 라의 코앞에 있다.’

새로운 생명과 관련하여 연꽃은 다산을 상징했으며, 성적인 상징으로도 사용되었다. 무덤 벽화에서 연회에 참석한 여인들이 연꽃의 향기를 맡고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읽다가 어느 순간 고대 이집트에서 연꽃은 동아시아의 뽕나무임을 알아차렸다.

위의 글에 나오듯이 태양은 동아시아의 경우 뽕나무에서 태어나고, 이집트에선 연꽃에서 태어나고 있다. 한 쪽은 동쪽 바다 외딴 섬이고 이집트는 영원의 연못이다.

그러니 뽕나무가 다산과 섹스를 상징하듯이, 이집트에서 연꽃이 그랬던 것이다.

실은 모든 것이 동일하다. 다만 동아시에선 뽕나무이고 거기에선 연꽃이란 점이 다르지만 모두 생활 주변에 흔하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선 황제를 天子(천자)라고 하여 ‘하늘의 아들’이라 했지만, 그 이전에는 王(왕)이었는데 왕 역시 그 뜻은 태양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집트와 동일하다. 파라오는 태양신 ‘라’의 아들이란 뜻이다.  

혹시 이집트에서도 동아시아의 춘사처럼 일 년에 어느 날을 정해놓고 실컷 삶과 사랑을 즐기는 파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좀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 먼 이집트와 동아시아의 신화가 이리도 동일할까?

신비하고도 재미가 있다.

재미난 얘기 하나 더, 내가 상형문자에 관심이 있는 이유 중에 하나로서 일기를 상형문자로 쓰고 싶다는 점이다. 그러면 아무도 읽지 못할 것이니 완벽한 비밀이 보장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상형 문자에 관한 책이 나오면 열심히 사서 보는데 국내에선 두 권이 있고 외국엔 여러 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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