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에서는 너무나 간단명료한 것이 정작 말이나 글로 정리해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원리에 대한 설명은 그만 두고 그저 한 가지 기법만 알려드리고자 한다. 이것만 잘 써 먹어도 도사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니.
그 방법은 이렇다. 출발지점으로부터 12 년 뒤를 보면 그 일의 진행 여부를 가늠할 수 있고 또 24 년 뒤를 보면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서 36 년 뒤를 보면 아주 구체적으로 결론이 나있다. 아주 간단하다. 배웠으니 연습을 해본다.
오늘 아침 外信(외신)에 아일랜드가 리스본 조약을 국민투표로 가결시켰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는 유럽 통합과 관련된 중대 뉴스였다. 그러면 여기서 연습 문제는 장차 유럽 통합이 어떻게 진행이 될까요?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아일랜드가 어디에 있는 나라이고 리스본 조약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물론 대책은 없다. 그러나 인터넷만 들어가도 유럽 통합의 경과와 리스본 조약에 대한 기초 지식은 충분히 널려있다. 특히 위키피디어를 추천한다.
유럽연합 EU 는 1993 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성립되었다. 그러니 그 12 년 뒤는 2005 년이 된다.
2005 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이 해 프랑스와 네델란드가 유럽 헌법 채택을 부결시켰다. 12 년 지난 시점, 제1차 승부처였던 지점에서 부결된 것이니 ‘높은 정도’의 유럽 통합은 이로서 실패했다.
그러나 유럽 통합에 대한 의지가 완전히 좌절된 것은 아니었다. 다시 2007 년에 이전 헌법보다 완화된 형태의 ‘미니 헌법’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합의를 보게 되니 이른바 리스본 조약이다.
리스본 조약은 각 나라의 국회 비준만 받으면 되는지라 무난할 것으로 봤지만, 아일랜드가 제동을 걸었다. 아일랜드에서는 헌법개정이 아니면 불가능했고 이에 국민투표가 필수사항이었던 것이다.
이에 2008 년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었으나 이번에 다시 실시된 투표에서 아일랜드 국민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미니 헌법인 리스본 조약은 확정사항이 되었다. 발효시기가 금년이니 바로 시행되는 것이다.
리스본 조약의 핵심은 유럽연합의 대통령을 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유망하다고 한다.
이로서 알 수 있는 것은 유럽연합이 하나의 국가와 같은 정도로 통합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2005 년에 좌절되었다. 그러나 이번 아일랜드 투표를 통해 다소 느슨한 형태의 유럽통합은 확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느슨한 형태의 통합유럽이지만 그 또한 1993 년으로부터 24 년 뒤인 2017 년에 가면 그것의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느슨한 정도의 통합이란 말을 했는데, 이는 마치 지방자치체의 권력이 중앙 정부보다 강한 형태의 연합체 정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유럽연합이 단일적인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과거 로마제국 당시의 ‘보편국가’, 즉 하나의 유럽에 대한 이상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닐 것이니 그런 시도는 이제 1993 년으로부터 72 년-360 년의 1/5 지점-이 지난 2065 년에나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1993 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생겨난 유럽연합, EU 의 이전 과정을 보기로 하자.
이 조약은 대단히 구체적인 것이니 그 36 년전을 보면 뭔가 있기 마련이다. 36 년 전이면 1957 년이 된다.
과연 1957 년에 로마 조약이 있었다. 프랑스와 서독, 이탈리아, 베네룩스 삼국 간에 체결된 유럽 경제공동체가 그것이었다.
따라서 유럽경제공동체는 유럽연합의 시발점이었던 것이다.
이로서 연습 문제 하나를 풀어보았다.
문제 하나만 더 풀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4 년 제3공화국이 출발점이다. 甲辰(갑진)년은 우리 국운의 출발점이기에 그렇다.
대한민국이 발전하느냐 마느냐, 또는 어느 정도로 발전하느냐는 그 분기점이 12 년 뒤인 1976 년에 결정된다.
이 무렵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 독재로 국민의 입을 봉해놓고 차관해온 돈을 비롯하여 국내의 모든 가용한 재원을 죄다 끌어다 중화학 공업 투자에 ‘몰빵’을 쳤다.
박정희는 승부처에서 대찬 승부수를 던졌던 것이다.
그 결과 1964 년으로부터 24 년이 지난 1988 년 우리는 자랑스럽게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었고, 세계무대에 대한민국을 널리 알렸다. 그리하여 36 년이 지난 2000 년이 되자 이미 실패한 우리의 반쪽 북한에 대해 손을 내밀 수 있었으니 바로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박정희는 초기 험난한 과정을 매몰찰 정도로 밀고 나갔고 북한 김일성은 소련과 중국을 믿고 원조에만 의존했으며, 중국이 개혁 개방을 단행할 때의 호기마저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니 남북한의 체제경쟁은 사실 1976 년에 이미 결정이 지어졌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좀 더 이 기법을 설명하면 시작으로부터 48 년이 지난 시점부터 12 년간은 그간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반성하는 기간이 되는 바, 1964 년에 48을 더하면 2012 년이 된다. 따라서 2012 년부터 우리는 반성과 숙고의 과정으로 들어설 것이다. 그런데 그냥 반성을 하지는 않을 것이니 그 2 년 전인 내년부터 상당한 어려움이 밀려오는 법이다.
그러나 이 기법으로 큰 일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혼한 지 12 년이 된 부부는 그 시점에서 사이가 좋으면 아주 금슬이 좋은 부부라 하겠고 어렵긴 하지만 가정을 끌고 나갈 의지가 있다면 마침내 좋은 부부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결국 좌절하고 헤어지느냐를 판가름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 헤어지는 경우는 그저 해프닝이고 기량 부족에 해당된다. 결혼생활을 할 만한 준비가 태부족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세상의 큰 변화가 오롯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니 널리 사용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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