婚活(혼활)과 草食男(초식남), 한 겨울을 나는 일본의 풍속도  _  2009.7.15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로서 혼활은 결혼활동, 초식남은 초식계남자의 준말이다.

워낙 늦게 결혼하거나 아예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제 결혼 좀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어른들의 요구와 우려, 또 경제가 계속 침체하면서 역시 결혼을 하는 것이 좀 더 좋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온 신조어가 혼활이고,

초식남은 남자가 좀 야성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마치 풀을 먹고 사는 유순한 초식동물과도 같은 젊은 남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는 말이다. 간단히 말하면 킬러 본능이 없는 남자를 말한다.

이런 신조어들은 오랜 침체기에 빠져있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선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현재 일본의 운세 주기를 일 년에 비유하면 양력 1월초의 小寒(소한)이라 하겠다. 그런 까닭으로 지금 일본은 완전 갈 데까지 갔고 바닥을 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이즈미 이후로 인기 있는 총리도 나오지 않고, 며칠 전 동경도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대패했다. 그렇다고 정치적 대안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 일본이다. 그저 모든 것이 시들하고 기맥이 가라앉아 있다.

지금 일본은 내가 보기에 ‘우아한 겨울’을 나고 있다.

겨울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본 기업들의 신기술 축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수도 동경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명단에서 늘 3 위 안에 들고 있다. 실업자도 있지만 빈부 차이가 심하지 않은 일본이다 보니 미래는 없어도 그럭저럭 먹고 사는 것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우아한 겨울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은 보이지 않는 상태, 그러다보니 초식남과 같이 미래에 대해 별 생각이 없고 또 생각해봐야 별 신통한 수도 없어, 그저 현실 순응적이고 고기를 물어뜯겠다는 박력도 없는 젊은 남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도 일본과 비슷한 풍조가 은연중에 엿보인다.  

물론 우리와 일본의 발전 단계나 위상은 많이 다르다. 일본은 명실 공히 경제와 소득 면에서 또 생활의 질적 측면에서 선진국이고 우리는 세계 14 위의 경제 강국이라 하지만 생활의 질적 측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웃에 있다 보니 그리고 유교 문화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도 많다. 특히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것을 수입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간단한 예로 1박2일이나 무한도전과 같이 최근 유행하는 ‘예능’이란 오락 스타일도 일본에서 가져왔다. 또 유행하는 사업 아이템도 일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니 일본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라고 하는 것이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일본의 국운 주기를 보면 2015 년이 봄의 시작이 된다. 우리는 2024 년부터 봄이고. 그러니 9 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 얘기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준비하는 분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따라서 일본의 현재는 9 년 뒤 우리의 모습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2018 년이 된다.

그 해는 戊戌(무술)년이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행복해 하던 때가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1988 戊辰(무진)년이었으니 30 년이 지나 2018 년은 가장 불행한 때라고 하겠다.

초식남이 나오고 합쳐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니 결혼도 해보자는 ‘혼활’은 그처럼 가장 어두운 국면을 지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겨울은 일본의 ‘우아한 겨울’과는 달리 좀 더 추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겨울은 추운 것이 제 맛이라는 말처럼 그 나름의 맛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2009 년 우리 국운 상 겨울의 초입에서 봄을 기다리는 지루한 마음보다는 오히려 추운 겨울이라도 그를 이용하여 체력단련을 하는 셈치고 적극적으로 겨울을 즐긴다는 마음이 더 편할 것이다.  

우리 모두 좋은 나라를 만들고픈 마음이야 한결 같겠지만, 사실 또 좋은 나라를 만들고 나면 우리 후손들은 우리보다 더 나약해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부자가 되고자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가 부잣집에 태어나 취미생활이나 즐기는 젊은이보다 삶의 활력과 생기가 더하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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