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만든 놀라운 세상  _  2009.8.13
오늘 글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의 정보공개정책에 대한 글이다.

전북 군산에 주한미군의 공군기지가 있다는 것에 대해 들어보신 분이 제법 되실 것이다.

그런데 내가 들어가는 미국의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군산 미공군기지의 위치는 북위 35.55 도, 동경 126.37 도라는 위치 표시와 함께 기지의 항공 사진, 시설과 약도, 활주로의 규격, 나아가서 현재 배치된 공군 전력에 대해서까지 소상하게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심지어 미국 내 기지의 경우 시설별 기능별 전화번호까지 적혀져 있다.

군복무를 마친 사람으로서 인터넷이 생긴 이래 늘 이런 정보들에 접해오면서 늘 신기하게 여긴다.

아니, 이런 정보들은 만일의 경우, 있어선 안 될 끔찍한 일이지만, 북한이 남침을 하거나 전쟁이 발발할 경우 결정적인 군사정보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사항들이 무료 공개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와있다는 사실은 몇 년 동안 접해오면서도 늘 신기하고 충격적으로 여겨진다.

군산 공군기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미군 기지의 최근현황과 상세한 정보가 죄다 이런 식으로 올라와있으니 사실 아연할 따름이다.

사실 인터넷이 생기고 저런 비영리 사이트가 생긴 이래 웬만한 스파이 활동은 어렵게 특수 소형 카메라를 들고 목숨 걸고 돈 들여가며 침투해서 암약할 일이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컴퓨터 몇 대 놓고 영어 해독이 가능한 요원들을 사무실에 배치해서 자료를 작성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더욱 이상한 것은 저런 정보를 그 비영리단체 회원들이 미국 국방성 컴퓨터에 침투해서 빼내오는 것이 아니라, 군사 당국이 공개적으로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이 정도 수준의 정보를 공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우리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미국이란 나라를 정말 이상한 나라로 비치게 한다.

아니, 저 미국 친구들은 핵심 군사비밀에 가까운 정보를 죄다 공개하고 있으니 그래도 해 볼테면 해보라는 건지 아니면 이 정도 있으니까 아예 덤비지 말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하는 심정이다.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하다 만난 수많은 사이트들에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일급(성?) 정보들로 넘쳐난다. 읽다가 죽으라는 건지 뭔지 원.

최근 우리나라 우주정책의 핵심인 ‘나로’호가 여러 이유로 자꾸 발사가 연기되고 있다. 그런데 모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이 점에 대해 대단히 상세한 설명과 전문가들의 분석이 올라와 있다.

또 그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제시와 토론을 위한 포럼도 마련되어 있다. 내용 수준도 모두 관련 일을 하는 전문가 수준인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선 우주공학 분야에 문외한이니 잘 모르겠다.

노무현 정권 당시 한미 간 동맹 균열에 관한 정보들도 여러 공개 사이트를 통해 그동안 무수히 접할 수 있었고 전문가들의 평과 분석 글도 엄청 많이 보았다. 물론 그 정보만으로 판단을 내리긴 어렵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전문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엿보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였다.

최근 내가 월드 와이드 워치란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런 다양한 그리고 접하기 어려운 정보 중에 이건 소개해도 좋겠다 싶은 것을 선택해서 올리는 것이다.

얼마 전에 올린 작전계획 5029 에 관한 글에서 잠시 얘기했지만 작전계획 5027에 관한 대목,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되고 그것을 방어하고 나중에 북한 전역을 평정하는 한미간 군사 행동 계획 같은 것은 아무에게나 공개할 내용이 아니다 싶다.

그런데 그런 내용들을 공개하고 있으니 놀랍기만 하다.

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이유로 저런 엄청난 정보들을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하는지 또는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지 대한민국 시민인 나로서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보 공개가 최강국으로서의 여유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대단히 순진한 판단일 것이다.

그래서 관련된 책이나 자료를 늘 뒤져보게 된다, 그리고 대충 짐작은 간다.

미국이란 나라는 건국 초기부터 개인의 자유권에 대한 엄청난 믿음, 거의 종교적 믿음을 가지고 출발한 나라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시민이 모르는 사이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정부의 행동과 행위에 대해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들의 수준을 넘어서는 견제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원인이라 본다.

미국인들은 자유를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 적에게 대단히 유리할 수 있는 사항이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신조를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내 짐작일 뿐이지만, 그간 많은 공개 사이트를 보아오면서 놀라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해서 쓰는 글이다. 그저 엄청난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에 압도된 나머지 내 나름의 생각이다.)

저토록 정보 공개에 유례없이 철저한 나라이면서도 끊임없이 정부의 비밀 부처가 미국시민들이 모르는 음모와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 즉 음모론이 가장 활발하고 무성한 나라 또한 미국이라 생각하니 그 또한 실로 역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아침도 월드 와이드 워치에 올릴 글감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서 서핑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쓴 글이다.

세상은 인터넷 세상이고 인터넷을 통해 거의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이다.  비밀과 음모로 가득한 세상이란 주장도 있지만, 내 느낌은 다양한 사이트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공개 자료들을 주의 깊게 읽다보면 거의 모든 것들을 알 수 있는 세상이 오늘의 세상이라는 생각이다.

인터넷은 거의 마법사의 수정 구슬에 버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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