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曜(칠요)라고도 하는 일주일의 유래에 대해선 다양한 학설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설이 없다. 여기에 나는 아주 재미난 비밀을 하나 밝히고자 한다. 들어보시면 재미난 얘기이다. (약간 머리 아픈 얘기가 들어가므로 피하고픈 분은 미리 알려드린다.)
한 해의 날수가 대략 365 .25 일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오래전부터 고대 천문학자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천문학자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하나는 日蝕(일식), 달이 해를 먹어 들어가는 것을 예측하는 일이었다.
예측되지 않은 일식은 권력자의 정치가 잘못 되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되었던 것이니, 불시에 일식이 일어나면 민심은 크게 동요하곤 했다. 최근 우리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도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정확한 달력의 제작이었다.
달력이 중요한 까닭은 이렇다. 문명은 농경의 산물이고 권력은 결국 식량에서 온다. 농경에 있어 핵심적인 정보는 ‘언제 씨앗을 뿌려야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래야 알찬 수확을 기대할 수 있으니.
파종기가 언제냐 하는 문제였는데 이것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 모든 고대 왕조들은 달력을 연구했고 달력을 연구한다는 것은 바로 한 해의 순환과 날수를 정확히 알아내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되었다.
그런데 학자들을 괴롭힌 것은 한 해의 날수가 360 일로 딱 끊어지면 미학적 또는 수학적 관점에서 아름다울 터인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원의 내각을 360 도로 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1 년 360 일로 보는 개념이다. 더러 365.25 도를 사용한 문명도 많았고 우리 역시 조선 왕조까지만 해도 그렇게 썼다.
360 도로 한 것은 미학적 관점이었고, 365.25 도로 한 것은 사실을 더 중시한 차이였다.
우리가 쓰던 24 절기는 바로 365.25일을 24 등분하여 산출하니 양력적 요소이다. 그러니 절기가 표시된 옛 달력은 음력과 양력이 절충된 형태였다.
아무튼 정확한 달력을 만든다는 것은 지구의 태양 공전 시간을 산출해내는 일이라 그것이 그리 쉽지가 않았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달력의 원리에 들어가면 99%는 이해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음양오행을 연구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이해해야 했고 공부해야 했지만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다.)
돌아와서 이처럼 한 해의 날수가 정수로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고대의 신학자와 철학자, 미학자 또는 수학자, 천문학자들을 엄청나게 괴롭혔다.
신학자의 입장에선 신이 세상을 창조했을진대 우주를 어떻게 그런 정도로 불규칙하게 만들었을까, 일반인들이 알면 신의 권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쉬쉬했다.
신학자와 입장이 유사한 철학자, 특히 플라톤과 같이 ‘이데아’를 주장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우주가 조화롭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결정적인 반증의 하나인 한 해의 날수를 놓고 고민해야 했다.
피타고라스와 같이 우주를 코스모스, 즉 하모니로 바라보았던 사람의 입장도 난처했다. 고대인들에게 1,2,3 과 같은 자연수가 아니라 소숫점 이하 자리의 숫자는 대단히 불편한 진실이었다.
피타고라스같은 사람은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처럼 루트(root) 기호로 표시되어야 하는 이상하고도 괴기한 숫자의 세계를 발견했을 때 비밀로 붙이기도 했다. 나중에 붙여진 명칭도 ‘말이 되지 않는 수’, 즉 비이성적 수라 해서 無理數(무리수), irrational number 라 했을 정도였다.
미학자(수학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60 진법을 개발했는데 이는 60 이 여섯 번 거듭되면 360 이 되니 지구의 순환을 이해하는데 대단히 편리했던 것이다. 아울러 내가 늘 주장하는 60 년 주기설의 근원인 60 갑자도 실은 60 진법이다.
그런데 이 60 진법과 해의 날수가 맞지 않는다는 점은 정합성, 딱 들어맞아서 우아하게 떨어져야 직성이 풀리는 미학자(수학자)들에게 실로 골칫거리였던 것이다.
우주가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합성을 본질로 하는 인간의 이성적 사고와 부합하지 않는 일종의 혼돈이고 ‘카오스’였던 것이다.
서론이 다소 길었다. (물론 나는 최대한 간략하게 아주 간략하게 썼지만 그렇다.)
그런데 365.25 일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오히려 종교적으로 활용하는데 성공한 신학자들도 있었다.
沒日(몰일)이란 개념이 있다. 한 해는 원래 360 일이 더 맞다는 주장으로서 실제 일 년의 길이와는 5.25일의 餘分(여분)이 생긴다. 이것을 그저 의미 없는 우수리로 본 사상이 몰일의 개념이다.
사실보다는 당위를 더 앞세우는 이성의 요구라 하겠고, 쉽게 말하면 ‘저거 왜 있어서 우리를 괴롭히지? 하는 생각이다.
반면 그 불편한 우수리를 최대한 멋있게 써먹은 문명도 있으니 바로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이었다.
바빌로니아 神官(신관)들은 이런 식으로 해석했으니 대단히 흥미롭다. (지금부터 일주일, 칠요의 유래가 제시된다.)
바빌로니아 제국이 모시는 신은 해마다 한번 씩 죽었다가 부활한다. 신이 죽어버리면 세상의 종말이지만 부활하기에 천만다행이다.
신의 起源(기원)은 태양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冬至(동지)에 가서 해가 가장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지는 것은 바로 신의 부활과 직결된다.
부활 사상 또한 신의 부활이고 신의 부활은 사실 태양의 부활, 동지에 다시 해가 죽지 않고 길어지는 현상에 대한 인간들의 해석이었다.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탄생일을 12 월 25일로 한 것도 사실은 이 부활사상과 관련된다. 원래는 12 월 22 일경의 동짓날이었던 것이 달력의 오차를 바로잡고자 ‘그레고리’력이 시행되면서 며칠이 틀려졌을 뿐이다.
그러니 고대 바빌로니아 제사장들은 동지를 기점으로 태양신이 죽었다가 사람들이 그리고 제사장을 비롯한 신관들이 열과 성을 다해 기도하면 다시 살아나는 것이지 그냥 맨입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물론 그래야만 제사장도 체면이 설 것이니 말이다. 권력의 원천이었던 셈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신선한 발상인가!
그리하여 바빌로니아 신관들은 앞서 말한 5.25일에 달하는 몰일, 우수리를 오로지 기도에만 전념하고 다른 일은 해선 안 되는 신성한 기간으로 못을 박았다.
지금 신(태양)이 죽느냐 다시 살아나느냐를 가름하는 기간이라 다른 짓을 하면 不淨(부정)을 탄다고 하면서 철저하게 신의 부활을 기원하는 기간으로 삼았다.
(말로 하면 간단한 내용인데 글로 쓰니 왜 이리 길지! 투덜투덜!)
그래서 그들은 그 기간 동안 낭송할 기도문을 만들었다. 전체해서 일곱 개의 점토판에 새겨 넣었다.
하루에 한 개씩 낭송했는데 그러면 6 개가 필요하다. 5.25일은 없으니 6 개를 만들었던 것이고, 이어 마침내 정성껏 기도가 통해서 태양신이 부활하면 부활을 확인하고 환희와 찬양의 기도문 하나를 별도의 점토판으로 만드니 모두 해서 7 개의 점토판이 된 것이다.
즉 7 일간의 행사를 위한 기도문을 작성했던 것이다.
이러한 종교의식에는 국왕을 비롯하여 제사장과 신관들, 만백성이 참여해서 점토판을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해서 힘차고 경건한 마음으로 노래했다.
태양신이 살아나지 않으면 세상은 모두 얼어붙고 농사가 불가능해서 결국 다 죽을 것이니 열심히 기원하고 또 찬양했을 것이다.
이 점토판에 새긴 설형문자의 노래를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라고 한다.
1849 년 고대 바빌로니아 수도였던 니네베에서 발견되었고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첫 머리 원문을 발음대로 읽어보면 대략 이렇다.
에-누-마-엘-리쉬, 라 나아-부-우, 자-마-무,
‘저 위에 하늘마저도 아무런 이름이 없었을 때’란 의미이다. (나는 언젠가 에누마 엘리쉬를 번역 출간하려는 생각이 있다.)
경건하게 노래되던 에누마 엘리쉬는 바빌로니아 왕국의 멸망과 함께 사막의 모래 속에 묻혔다가 훗날 발견되었다.
그러나 모든 중동 종교의 중요한 자산으로 남게 되었으니 구약성서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창세기(Genesis)가 바로 그것이다.
창세기는 우주의 기원과 인류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느님이 엿새(실은 5.25일)만에 천지를 창조하고 보시니 기분이 좋았더라, 그리하여 일곱째 날에는 쉬었다는 내용이고 이것이 일주일의 유래이다.
창세기는 앞선 선진 문명권이었던 바빌로니아의 에누마 엘리쉬을 변용하여 수용한 것이다. 물론 공식 인정은 어렵지만.
일주일의 유래에 대해 학자들은 유대인들이 7 일을 중시했다는 정도로만 보고 있다. 그러나 그 기원은 바로 일 년이 대략 365.25 일이고 360 일의 우수리 여분의 날자인 5.25 일과 1일을 더한 날자, 즉 6.25일 따라서 7일을 종교적으로 활용했던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의 창안인 것이다.
생각건대 이 주장은 에누마 엘리쉬와 창세기가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아직은 인정하기 어려운 교황청의 입장-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과 천문학에 대한 조예가 부족한 종교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이 흘렸을 뿐, 가장 유력한 가설이라 여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