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매혹시킨 靑色(청색)  _  2009.7.4
날이 덥다, 시원한 색이 그리운 계절, 그래서 청색에 관한 글을 쓴다. 청색이라 해도 실로 무수한 청색이 있다. 오늘날 석유화공 기술은 수백만 가지의 인공 색을 만들어놓았으니 청색만 해도 수십만 가지는 될 것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오로지 천연에서 얻은 재료로만 색과 안료를 만들었다. 그 시절의 두 가지 청색에 대한 얘기이다.

먼저 색부터 밝히자. 하나는 ‘코발트 블루’, 또 하나는 ‘울트라마린’이다.

청화백자를 아실 것이다.

靑磁(청자)에서 철 성분을 제거한 것이 白磁(백자)이다. 그 고귀한 象牙(상아)빛은 보는 자의 마음도 고귀하게 만들어 준다. 그 아름답고 그윽한 백자에 다시 한 번 청색 문양이나 그림을 얹으니 바로 청화백자이다.

나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도자기이자 최고의 예술이 청화백자라고 생각한다.

靑華(청화)를 얹은 白磁(백자), 생각만 해도 그 화려한 색조와 표면의 투명함, 그 듬직함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청화백자는 몽골이 세계를 지배했던 시절, 元(원)나라 때 중국에서 개발되었고 그것을 다시 우리 정서에 맞게 발전시킨 ‘조선 청화백자’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표현도 거부한다.

청화백자의 청색 안료는 이슬람에서 중국으로 수입되었다. 이슬람을 回回(회회)라 했기에 ‘회회청’이라 했다.

그런데 그 회회청이 바로 천연 코발트이다. 천연 코발트는 이슬람 상인들이 전 세계를 누비던 시절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만 채취되었기에 이슬람 왕조는 그 사실을 극비에 부치고 철저하게 관리했다.

덥고 건조한 이슬람 세계인지라 그곳 사람들은 시원한 청색을 유난히 선호한다. 이 안료가 몽골을 통해 동서가 통하게 되자 중국인들은 그 이슬람의 기가 막힌 청색에 매료되었으니 그로서 백자에 회회청을 얹은 청화백자가 탄생했다.

회회청 안료는 너무나도 비싸서 조선시대 경국대전에는 관리가 청화백자를 사용하면 곤장 80 대에 처한다는 규정이 들어갈 정도였지만, 예나 지금이나 단속하면 더 한 법, 탐욕을 더욱 부채질했을 것이다.

아울러 조선 도공들은 비싼 회회청을 대신할 수 있는 안료를 열심히 찾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회회청의 코발트 블루를 재현하긴 어려웠다. 그러니 청화백자를 한 점 정도 소장한다는 것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음이다.

그러면 또 하나의 청색인 울트라마린에 대해 얘기한다.

이 안료는 ‘라피스 라줄리’라고 하는 보석을 갈아서 만들었다. 라피스는 돌, 라줄리는 청색이란 뜻이니 청색돌이란 의미이다. 중국인들은 이 돌을 靑金石(청금석)이라 한다.  

청금석은 오늘날에 와서 세계 여기저기에서 광산이 발견되어 가격이 저렴해졌지만 여전히 준보석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옛날에는 오로지 단 한 곳에서만 채취되었으니 바로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바다크샨’이란 지방에서 무려 6000 년 전부터 채취되어온 이 보석은 푸른 바탕에 황금빛이 들어있어 청금석이라 한다. (황금빛은 황철 성분이다.)

오늘날에도 금은 비싸지만 생산이 적었던 옛날에는 더 비쌌다. 그런데 라피스 라줄리는 금값보다 훨씬 높았으니 얼마나 귀한 보석이었겠는가. 중국에서는 청금석 하나면 도회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처럼 엄청나게 비싼 돌을 갈아 만든 안료가 울트라마린인 것이다. 오늘날 라피스 라줄리가 무척이나 저렴해졌음에도 천연 울트라마린은 1 킬로그램에 2 천만원을 호가한다.

천연 울트라마린밖에 없던 시절, 엄청난 고가에도 불구하고 또 고가란 이유 때문에 이슬람과 중국이나 인도의 벽화에 이미 널리 사용되었지만 16 세기경 유럽에 소개되자 유럽인들은 단번에 매료되고 환장할 지경에 이르렀다.

르네상스 이래 유럽 대성당의 벽화는 이 안료를 사용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가치가 정해질 정도였다. 울트라마린이란 이름도 그 때 붙여졌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모오 성당의 벽화를 위시해서 부와 금력을 자랑하던 도시국가나 궁정의 벽화는 죄다 울트라마린 안료가 칠해져있다. 돈 많은 귀족들도 화공들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할 때 이 안료를 얼마만큼 쓰게 하느냐가 바로 힘을 과시하는 표준이었다. 화공 역시 울트라마린을 얼마나 써봤느냐에 따라 인정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유럽 성화에서 성모 마리아나 예수가 걸친 푸른 빛 옷은 바로 고가의 울트라마린을 칠한 것이다. 이는 마치 고려불화가 금을 녹인 금니로 채색된 것과 같은 것이다.

이제 정리하자.

코발트 블루와 울트라마린은 천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청색이었던 것이다.

여기에도 나는 음양오행적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동은 건조하고 열기가 많은 지역이다. 그러니 그곳의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청색은 바로 최고의 청색이라는 생각이다. 陽(양)이 지극한 곳에서 견디는 陰(음)은 최고의 음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또 하나의 생각.

석유화학 기술로 해서 수백만의 색이 만들어지고 있다. 고가의 울트라마린이나 코발트를 인공적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이런 기술을 낳은 것이다.

기술은 인간들의 숙원을 해소해준다. 그러니 좋은 것이다. 그런데 해소되고 나면 따라서 흔해지고 나면 인간은 더 이상 꿈과 환상을 지니지 못한다.

어린 시절 나는 낙타를 타고 실크로드를 여행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실크로드에 대한 미련이 없다. 왜일까? 무엇이 나의 오랜 환상을 버리게 했을까? 바로 현대기술이다. 비행기타고 바로 우르무치까지 날아가서 자동차 타고 포장도로 또는 비포장이라 해도 주마간산 격으로 달려가는 실크로드는 더 이상 내게 환상의 실현이 아닌 것이다.

기술은 좋은 것, 그러나 모든 것을 시시하게 만든다. 꿈을 가진 고대인에 비해 기술문명이 일반화된 현대인이 초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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