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슬람 아랍간의 오랜 싸움에 대해  _  2009.7.2
얼마 전 올린 ‘미국의 국가주의’에서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민주주의와 박애, 인권에 대한 신념이 있다고 했다. 이를 ‘미국적 가치(American Values)’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슬람과 아랍인에 대한 경멸의 감정이 있다고 했으니 對語(대어)로서 ‘미국적 폄하(American Devalues)’라 하겠다.

어쨌거나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이 오늘날 가장 영향력이 큰 나라라는 점이다. 미국이 미미한 나라라면 그들이 어떤 가치와 편견을 지니든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중이 크면 좋고 나쁨을 떠나 그 자체로서 문제가 된다. 그러니 오늘날 미국인들과  이슬람 아랍인간의 악감정은 쌍방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와 우리에게 많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면 오늘날 미국과 이슬람 아랍간의 증오와 미움으로 가득한 투쟁에 대해 좀 얘기해보자. 이미 이 갈등은 오랜 해묵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거의 반세기에 걸치고 있다.

(나는 이 글에서 어느 쪽이 잘못 되었다, 나쁘다는 가치판단은 하지 않겠다. 그런 점이 명백하다면 벌써 갈등은 해소되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다만 굳이 따진다면 강자로서의 관용을 베풀지 못하고 있는 미국에게 좀 더 책임이 있다 말하는 정도로 그치겠다.)

갈등이 오래 지속되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워낙 오래 되다보니 지금의 일반 미국인들은 갈등이 시작된 이유도 배경도 잘 알지 못하고 이슬람 아랍인을 그저 무조건 나쁜 놈, 무서운 놈으로만 여기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감정은 이슬람 아랍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할아버지 때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다 보니 당장 마땅한 해법이 없는 마당에 굳이 이유를 따질 이유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보다는 일자리와 주식, 마이클 잭슨이 더 중요하기에.

간단히 얘기하면 제2차 대전 후, 패권을 영국으로 이어받은 미국은 항상 이슬라엘 편을 들었고, 당시 소련의 지원을 받던 아랍인들은 전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자 이집트는 타협하고 평화를 택했지만 팔레스타인 문제는 정리되지 않았다. 이에 이슬람 아랍인들은 항거 항의하다가 어느 때부터인가는 폭탄 테러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1983 년 중동 평화를 적극적으로 중재하던 미국에게 있어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유명한 테러단체 ‘헤즈볼라’가 대사관과 미군 사령부를 폭탄차량으로 공격해 무려 280 명의 젊은 미군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일이다.

이로서 미국은 국내 여론에 밀려 중동과 레바논에서 즉각 철수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중동 문제에 대한 일반 선량한 미국인들의 태도도 무관심과 경멸로 변해버렸다. 가장 최악의 결과였다.

이후 미국인들은 이슬람 아랍이라 하면 이른바 치를 떨고 몸서리를 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급기야 사정은 이렇게 되었다. “모든 이슬람 아랍인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테러리스트는 거의 대부분이 이슬람 아랍인이 아니냐”고.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선뜻 부인하기가 어렵다. 이슬람 아랍인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 나빠지고 있는 것에는 이처럼 당연히 이슬람 아랍인들의 잘못도 있는 것이다.

이로서 우리는 ‘테러’가 약자의 입장에서 대단히 효과적인 투쟁방법이면서도 궁극적으로 손해가 됨을 이해할 수 있다.

이유를 떠나 약자 아랍인이 테러를 저지르고 이에 대해 강자 미국이 대응한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사실 다 알고 계실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테러와의 전쟁이란 다름 아닌 이슬람 아랍인과의 전쟁인 것이다.

테러는 행동의 동기 여부를 떠나 방법 면에서 비열하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그렇기에 테러를 감행하는 자는 유난히 대의명분과 도덕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선전한다. 하지만 아무리 선전을 하고 명분과 도덕적 필연성을 강조해도 ‘등 뒤에서 찌르는 칼날’은 그 자체로서 비겁한 것이다. 暗數(암수)인 것이다.

그렇기에 강자의 입장에서도 그에 대한 대응을 위해 국민들과 자원을 동원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  

난마처럼 뒤엉킨 복잡한 역사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의 일반 대중에게 저 나쁘고 사악한 아랍 ‘놈’들이 우리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협하고 있으니 그냥 좌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그러니 응징합시다 라고 하면 금방 열렬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993 년 헌팅턴이란 사람이 쓴 “문명의 충돌”이란 책은 안 그래도 골머리 아픈 문제에 대한 해결의 가능성을 더욱 축소시켰다.

헌팅턴이 말한 문명의 충돌이란 바로 미국을 포함한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과의 충돌을 얘기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학자가 쓴 책답게 설득력 있는 주장과 자료들로 가득했을 것이니, 미국 대중들은 바라던 정답을 얻었던 셈이고 적개심은 더욱 고조되었다.
  
그런 책도 있던 마당에 마침 9.11 테러가 발생했다. 그 결과 2003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를 침공했다. 결과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량살상무기’를 무력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시작된 이라크 전쟁이었다. 아울러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빠져나오겠다는 미국의 주장이었다.

경멸의 대상인 이슬람 아랍인들에게 민주주의를 정착시킨다는 것은 말이 좋아 그렇지, 실은 무지몽매하고 사악하기 까지 한 이슬람 아랍을 손봐주겠다는 것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미국은 이라크에 이어 이란까지도 노렸던 것이 아닌가 하는 여러 주변 정황자료들도 발견된다. 다만 육상병력이 적은 미국으로서 이라크 주요 거점에 병력이 묶여 있는 터라 행동으로 옮기지 못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강 군사대국이긴 하지만, 징병제를 하지 않는 이상 그럴 정도의 병력 상의 여유는 없다. 그렇다고 징병제로 돌아가자고 하면 순간에 지지를 상실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석유를 노렸다는 식의 풀이는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처럼 석유자원이 없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일 가능성이 더 크다.

문제가 이토록 꼬인 것에는 실로 다양한 이유와 배경이 있다. 옛날 십자군 전쟁이라는 역사적 유산과 이슬람에 대한 청교도적 非(비)관용, 테러가 주는 악순환, 석유 문제, 자극적인 대중 미디어의 보도 등등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있다.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것은 이슬람 아랍인이지만 이는 또 다시 전체 이슬람 세계에 대해 미국의 인상을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영역이 이슬람 문명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내에도 소수이긴 하지만 이슬람이 존재한다.

지금은 비록 이슬람이 약하지만, 역사는 영원한 강자가 없음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미국이 최고 강대국으로서 보다 더 좋은 영향을 전 세계에 미치려면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실패하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불행이고 부담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 만일 이 문제를 미국이 장차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최강대국 미국을 끌어내리는 원인도 바로 그 점에서 온다고 나는 본다.

그런 점에서 미국 내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날카롭게 제기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헤비급 권투 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였다.

일반적으로 미국 흑인들은 청교도를 믿지만 그는 무슬림으로의 개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 나는 알리의 이런 행동이 이 엄청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라고 본다. 다만 미국인들이 이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느냐의 문제만 남은 셈이다.

제법 긴 얘기였다. 음양오행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전망해보자.

힌트는 1983 癸亥(계해)년 레바논 테러 사건이 하나의 기점이 된다. 그 10 년 뒤 1993 癸酉(계유)년에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 나와 문제를 더 키웠다. 그리고 다시 10 년 뒤인 2003 癸未(계미)년에 이라크 전쟁이 있었다.

아울러 9.11 테러사건이 있은 2001 신사년은 1983 년으로부터 18 년으로서 항상 강조하는 30 년의 60 % 지점, 악화된 사태가 더욱 가속되는 지점이었다.

따라서 해결의 실마리는 1983 년으로부터 30 년이 지난 2013 癸巳(계사)년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고 본다.

이 해에 가서 미국과 이슬람 아랍 사이에 전향적인 발전의 실마리가 생겨나지 않고 그 이후로도 계속된다면 그것은 잠시의 흐름이 아니라 역사의 주된 흐름(main stream)이 된다는 얘기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오늘날 금융사태 등으로 달러의 위치가 위협받고 기타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런 일들로 간단하게 권좌에서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 이슬람 아랍과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것은 미국이 쇠퇴하는 고질병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본다.

(참고로 내가 이슬람 세계와 역사에 관한 소개 글을 시리즈로 쓰고 있는 것도 이 얘기와 맥락이 닿아있다는 점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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