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윽, 들들들, 덜덜덜, 아이고 이거 죽겠구나!
막 연기를 마친 흡족한 표정의 아사다 마오, 이제 경기장에 들어서려는 까만 마스카라의 연아-김연아가 아니라-를 보면서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파리도 미끄러질 빙판에서 사람으로서 실수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역전의 늙은 호호당도 떨어야 했다.
아침 9 시 반부터라 해서 세수도 하지 않고 지켜본 중계, 참 멍청하지, 경기 시작이 그 때부터이지 연아가 그 때부터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덜커덕 野獸(야수)비에스, SBS 놈들의 예고에 낚여 근 네 시간 동안 앉아 있노라니 체력도 떨어져 떨림은 더했다.
잘 하는지 못 하는지 내가 뭘 알랴, 잘 한다 하니 잘 할 것이고 그저 엉덩방아만 찧는 일이 없기를 빌었다.
다행히 최고 점수가 나왔고 환호했다. 무릎에 앉은 강아지를 머리 위로 올려 무등 태운 채 ‘이놈을 피겨 스케이팅 시켜볼 까, 어때? 플라잉 푸들, 좋지?’ 하고 몇 마디 헛말을 하다가 후다닥 씻고 작업실로 나왔다.
어제 실마리를 풀기 시작한 영국 얘기나 이어가자.
앞글에서 영국 유일의 수출품이라곤 羊毛(양모)가 전부였다고 했다. 양털을 이용하여 모직물을 짜는 기술은 주로 지중해 무역을 장악했던 북 이탈리아 도시들이었는데 이 도시들은 아울러 동방에서 들어온 실크 직조 기술도 알게 되어 중세 야만 유럽으로부터 가장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울과 실크, 21 세기인 지금에도 여전히 최고의 직물이고 옷감이다.
영국산 양모의 경우 스페인산 염소털도 있었지만 결국 경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양모를 이용한 모직의 경우 서서히 그 주도권이 이탈리아 도시들로부터 지금의 벨기에인 플랑드르 쪽으로 옮겨갔다.
당초에는 영국에서 플랑드르 해운업자들이 수입해서 육로로 알프스 산맥 너머 이탈리아로 가져가 이탈리아에서 모직물로 완성이 되어 다시 전 유럽 각지로 팔려 나갔지만 플랑드르 사람들이 직조 기술을 익히게 되자 원가 면에서 당연히 플랑드르 쪽이 우세해졌다.
그러자 이탈리아 도시들은 원가 경쟁력이 좋은 실크 방면에 주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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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처음에 영국 사람들은 양모를 헐값에 수출만 했다. 그것이 바다를 건너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까지 갈 때만 해도 너무 먼 거리라 그런 가 보다 했지만, 이제 바다 건너 플랑드르 사람들이 모직물을 만들게 되자 서서히 그 기술이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발전하려면 멀리가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잘 사는 놈이나 잘난 놈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아니 저 놈이? 별거도 아닌 놈이 저렇게 돈을 잘 번다 말이지, 그렇다면 나도 못할 것 없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생기고 의욕도 생긴다는 점이다.
그러면 우리는 엄청 시샘하고 질투하면서 실은 그 옆에 있는 놈을 어느새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덩달아 잘 되는 것이 발전의 기본 논리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급 발전을 하게 된 것도 실은 인근에 일본이라는 기술 좋고 부지런한 이웃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배경이 있지만 우리 옆에 왕래할 수 있는 일본이 있었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이토록 놀라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원인이라 나는 본다.
우리는 일본을 지금도 많이 시샘하고 미워한다. 쪽발이라 비하하면서, 하지만 냉정히 보면 참 열심히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는 과정이라 본다. 장차 우리가 일본을 능가하면 시기하지도 질투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이처럼 후미진 섬나라 영국도 바다 건너에 바로 플랑드르라는 앞선 놈들이 있었기에 마침내 자극을 받아 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척 간단하게 얘기했지만, 사실 이 과정은 여러 백 년에 걸친 과정이다.
이 모든 것을 거칠게라도 전체를 다룬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책을 한 권 쓰는 분량이 될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거지가 어떻게 해서 부자로 올라설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거지나라 영국이 나중에 세계 최대의 제국,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발전하게 된 그 초기 단서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니 이제 돌아오자.
중요한 것은 현재 비록 당신이 돈이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일지라도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되느냐에 관해 얘기하자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과 함께 그것을 받쳐줄 수 있는 근면성과 의지 그리고 재능이라 하겠다.
나머지 조건은 부자가 되고자 하는 당신에게 그럴 수 있는 어떤 계기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바로 운명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이 두 가지 요건은 때때로 충돌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바둑에는 ‘억지로 手(수)를 내다’는 말이 있다.
프로 바둑의 세계에서야 이대로 가면 도저히 안 된다 싶어 억지로 무리하게 手(수)를 낼 때가 있는데 이를 두고 던질 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왕 졌으니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부자가 되겠다는 당신은 이미 敗局(패국)을 自認(자인)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억지로 수를 내면 안 된다는 얘기이다.
다시 말해 억지 수를 낸다는 것은 이미 판세가 기울었을 때 하는 모험이지, 부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무리한 행동을 해서는 아니 된다는 말이다.
가령 당신이 젊은 직장인이라 하자. 연봉이 3 천만원이면 이런 계산을 해 봤을 것이다. 직장 다닐 수 있는 햇수 15 년, 그 기간 동안 평균 연봉을 5 천만원이라 할 때 총 7억 5 천만원이 벌어들일 수 있는 총 금액이다.
여기서 차 떼고 포 떼고 비용 쓰고 학교 보내고 하면 아무리 기껏 모아봤자 1억도 남지 않을 것 같다는 계산, 분명히 해 봤을 것이다.
그러고는 야, 이거 비전이 없다, 계산이 서질 않는다고 하면서 다른 수를 찾아본다. 무슨 수? 뾰족한 수 또는 대박 나는 수 말이다.
그러나 나는 지적해주고 싶다. 당신의 계산법은 틀렸다고 말이다. 사실 부자가 되는 데 있어 당신의 지금 연봉은 별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공연히 계산기 두들겨 봐야 손가락만 아플 뿐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부자가 되려면 그보다는 계기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어진다는 것은 당신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것,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억지수를 부리다가 부자는커녕 쪽박 차는 경우가 더 많더라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 아이고, 그냥 얌전히 밥이나 먹고 살 것을 하면서 후회하는 이가 실로 많더라는 것이다.
왜 이런 실수를 하게 되는가?
바로 앞에서 말한 첫 번째 요건 중에서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만 앞선 결과라고 하겠다. 재능이 남다르다 해도 의지가 강해도 부족하다.
정리하면, 그냥 당신 안에 있는 것을 넘어선 운명적인 계기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계기는 누구나 평생에 걸쳐 한 번은 찾아오게 되어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목격했고 검증했기에 이런 말을 한다.
따라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억지로 수를 내려하지 말고 기다리면서 자신의 능력과 의지 그리고 재능을 갈고 닦으면 그것으로 최선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기에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앞의 말처럼 발전의 계기는 사실 인근에 우연히 당신의 발전을 자극하거나 이끌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생기게 될 때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인연이 중요하고 운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運(운)이란 말은 다름 아닌 환경변수를 말한다.
운이 좋아졌다는 말은 환경이 좋아졌다는 말과 동의어, 따라서 인근에 측근에 당신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때 재능과 의욕과 부지런함을 갖춘 당신도 절로 부자가 되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근 또는 측근이란 말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반드시 공간적인 거리나 아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뭐냐? 실로 다양하기에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인근에 속할 뿐이다.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는 금언처럼 준비는 당신의 몫이고 성공은 운명이 계기를 마련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자의 것이다.
(고백하건데 영국이 부자가 된 스토리를 모두 쓰고자 했다면 얼마나 많은 분량의 글이 되었을까나, 기막히게 빠져나왔다.)
완연한 봄이다. 거리에만 봄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도 슬슬 봄바람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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