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역시 우선이다, 세계 경제 회복과 관련하여.  _  2009.8.10
미국 버냉키 FRB 의장은 내년 1월말로서 4년 임기가 만료된다. 그렇기에 벌써 다음에 어느 사람이 되느냐를 놓고 정치가 한창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지만 성질머리가 나빠 왕따를 당하고 있는 스티클리츠는 며칠 전 버냉키를 잘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했고, 인기 많은 경제학자 폴 쿠르그먼은 어제 날자로 지지를 표명했다.

또 금융위기로 명성을 떨친 루비니 교수는 이미 버냉키를 지지했고, 반면 원로 학자인 안나 슈워츠 박사는 그가 베어스턴스는 구하고 리만 브라더즈는 망하게 내버려둔 이유가 명확치 못하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처럼 요즘 해외 경제지를 보다 보면 계속 찬성과 반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연준 의장 자리에 지명되기 위한 정치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오늘 ‘포브스’ 지를 보니, ‘연방은행 독립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비판적 글도 눈에 들어온다. 겉으로만 독립적인 것처럼 보일 뿐이지 결국 정권의 의도대로 움직인다는 내용이다.

이런 기사마저도 약간 의심을 하자면, ‘나 다 알고 있어 그러니 다음 의장에 뽑히려면 내게도 신경을 좀 써야할 걸’ 하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FRB 의장 임기가 만료될 때면 으레 이런 비판성 기사가 올라온다는 것을 저번에도 보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버냉키 의장이 연임하느냐의 문제는 경제 회복과 관련하여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앞서 볼커 의장이 8 년, 그린스펀이 20 년, 그러니 이제 4 년에 불과한 버냉키가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그 또한 불명예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 경제가 최근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말은 빈번해도 ‘진짜 그렇다’는 말은 함부로 없으니 이는 부동산 문제 때문이다. 특히 상업용 빌딩의 가격이 여전히 2007 년 최고가 대비 35 % 정도 하락한 상태에서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여전히 ‘큰돈’은 관망 중임을 의미한다. 상업은행들도 대출을 여전히 죄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비상대책을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는 문제, 마냥 이대로 돈을 찍어내다가 일단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걱정 때문에 금리를 다시 올려 풀린 돈을 걷는 이른바 ‘출구전략’을 언제 단행하느냐의 문제는 사실 내년 1월말 재임을 기대하는 버냉키 자신의 거취와도 관련이 깊다.

흔히들 일본이 2000 년에 어리석게도 출구전략을 썼다가 완전 거덜이 났다는 식으로 비판하지만, 그 또한 지난 뒤의 결과론일 뿐이다. 당시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높았기에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더 절박했던 사정이 있다.

그런 선례도 있고 하니, 지금 상황이 유지되기만 하면 재임을 노리는 버냉키 입장에서 섣불리 모험적인 출구전략을 단행하기 보다는 지금의 0.25 % 정책금리, 사실상 제로금리를 내년 1월말 재지명에 성공할 때까지는 유지할 공산이 커 보인다.

최근 세계 증시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大暑(대서)인 7월 20 일경부터 다시 상승을 보이는 근본 이유도 그 무렵 버냉키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대한 기고를 통해 ‘과다하게 풀린 돈은 언제든지 적절하게 환수할 수 있으니 당분간은 출구전략을 쓰지 않겠다’고 확실한 언질을 주었기 때문이다.

버냉키의 약점은 2006 년 초 취임 이후 2007 년 말부터 금융위기가 터졌다는 점에 있다. 쉽게 말해 그간 대처하지 않고 뭐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도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2007 년 9월 18일 5.25 %이던 정책금리를 4.75 %로 내리는 조처를 취했던 것도 사실이다.

금리인하 조치는 계속 이어져 2008 년 4월 말까지 2 %로 지속해서 이어졌다.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보았던 것인데, 이미 상황은 악화일로를 달리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는 2008 년 10월 8일, 寒露(한로)에 가서 극단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해버렸다. 2%이던 금리를 12 월말까지 0.25 %까지 사실상 제로금리로 만들어버렸다. 돈을 빌려도 거의 이자가 없으니 ‘공짜 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미국 국채를 다 팔아버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새 정권이 일을 하기 시작해야 정치적으로 타협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1월 20 일경 오바마 행정부는 업무 시작 즉시 중국과 협상을 시작했고 모종의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자 3월 들어 버냉키는 중국이 국채를 팔아도 미국 스스로가 직접 돈을 찍어 국채를 매입하겠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초강경 대응책으로 응수했다. 당시 나는 제법 놀랐지만, 이미 오마바 행정부와 중국 지도부간에 사전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 결과 4월 21 일 오바마는 중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격상시키고 심지어 미국과 중국은 이제 월드 2강, 즉 G-2 라는 엄청난 선물, 비록 립 서비스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발표를 했다.

이런 고급 정보를 접한 증시 세력들은 3월 초부터 매수로 돌아섰다. 그리고 우리 코스피 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매수로 들어왔다.

우리 증시가 3월 3일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미국 증시가 3월 6일부터 상승한 것을 보면 미국과 중국 간의 막후 타협이 그 무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오바마는 취임 이후 불과 한 달 보름 만인 3월 驚蟄(경칩)에 중국과의 협상을 큰 테두리에서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다.

증시가 살아나고 돈을 공짜로 쓸 수 있게 되자 살아남은 투자은행들은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 정책적 금리가 거의 제로라고 해서 누구나 그 돈을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료로 돈을 나누어준다고 해도 역시 사회적으로 힘이 있어야 그 돈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점 또한 버냉키의 약점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버냉키를 지지하는 자들은 이런 게임, 즉 공짜 돈 타가기 게임의 수혜자라 볼 수 있을 것이고, 반대하는 측은 그 수혜로부터 왜 나는 빠졌냐고 툴툴거리고 있는 사람들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눈치를 살피고 있을 것이다. 재지명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를 생각해야 할지를.

아무튼 지금 당장은 버냉키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나는 금년 초 미국이 돈을 찍어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우 존스는 9000 선, 우리 증시는 1460 포인트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대서 무렵의 상황을 보면 결론이 날 것이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서 무렵에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서의 오바마 연설을 보고 나서 이 두 나라가 확실하게 타협했고 미국이 중국에게 경제적 급부를 받는 대신 중국에게 엄청난 정치적 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작년 말부터 가지고 있던 내 생각도 다소 수정을 가할 필요를 느꼈다. 일단 당분간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그리고 프리 스타일에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 대한 글을 올렸다.

앞서 말한 엄청난 정치적 약속이 무엇이었을까? 그건 다름 아닌 부시 행정부가 취해왔던 대중국 봉쇄전략의 해제였다. 그 정도의 언질을 받았으니 중국도 기꺼이 미국 국채를 재매입하는 등 협조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국 연준 의장이 경제를 움직이는 큰 손인 줄 알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건 일종의 쇼에 불과하다.

FRB 의장 역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고, 정권의 의도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자리이다. 겉으로만 독립성 운운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역시 미국 정권의 최고실세인 대통령이야말로 국제 정치 전략 경제 모든 면에서 틀을 휘어잡고 움직여가는 것이 확실하다 하겠다.

그런데 상승 중인 증시와 경제 회복의 징후들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보자.

물론 버냉키는 상황이 유지되는 한 내년 1월말에 있는 임명 때문에 출구전략을 쓰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새로운 변수가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바로 9월 7일 백로 근처라 할 수 있다.

증시 기술 측면에서 3월 초 경칩에 상승을 시작했으니 6 개월 흐름이라 보면 9월 백로절에 걸리기 때문이다.

또 하나 증시 구조를 보면 다우 존스의 경우 여전히 버냉키가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한 작년 10 월 초 寒露(한로) 당시의 지수인 9600 선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것을 지수로 확인하려면 다우 9600 선을 확실하게 상승 돌파하지 않는 한 시기상조라는 내 생각이다.

이 말은 우리 코스피 지수가 1630 포인트 대를 넘어선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나는 예전과 같은 경제 상황으로의 복귀, 즉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일들을 보면서 미국이 가진 힘, 경제적 힘보다도 정치/군사적 힘과 자산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느꼈다.

지금 우리 증시도 오르고 있지만 부동산도 열심히 오르고 있어 과열이란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배경에 오바마가 몇 마디 말을 하고 중국이 협조하는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무더위가 한창인 이 계절에 소름마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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