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시간, 사무실에 나와 파이낸셜 타임즈를 읽다보니 아주 오랜만에 만나게 된 어휘가 있었다.
Overdeveloped Economy, ‘과도개발경제’라 하겠다.
인터넷으로 과도개발경제와 과다개발경제, 두 가지를 모두 넣고 검색해 봐도 없는 것을 보니 아직은 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개념일 것이다.
이 개념은 그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책을 통해 알려져 왔다. 잘은 몰라도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은 있으실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환경운동의 이념적 기반이 된 책으로서 ‘슈마허’란 독일경제학자가 썼다.
슈마허의 스승으로 ‘레오폴드 쾨르(Leopold Kohr)’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쾨르는 1994 년에 작고한 경제학자로서 ‘The Breakdown of Nations’, 우리말로 하면 ‘국가의 분리’라 할 수 있는 책을 오래 전에 저술했다.
이 사람 주장에 의하면 ‘뭐든지 커지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도 지나치게 개발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을 했다. Overdeveloped Economy, ‘과도개발경제’의 개념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은 슈마허가 쓴 책이 그래서 ‘small is beautiful’인 것이고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지고 있다. 스승 쾨르는 천재답게 다양한 생각을 지닌 사람이었기에 왕따를 당했지만, 슈마허는 환경이라는 문제에 집중했기에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하겠다.
그러나 성장과 개발은 여전히 대세이고 주류이다. 돈이 되고 票(표)가 되기 때문이다. 자본의 이익에 부합되고 정치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거시적 관점의 문제라서 당장 내 손해가 되지 않는다. 당장 다음 달 돌아올 카드 대금을 막아야 하고, 당장 엄청난 아들놈 등록금을 만들어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환경을 보전하자, 그래서 개발을 자제하자는 얘기는 그야말로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불과하다.
환경주의자들이 제법 목청을 높이는 나라들은 한결같이 선진국들이다. 공해 산업과 오염 물질의 배출은 죄다 중국이나 인도 등 아직 저개발 국가 쪽으로 이전해놓고 저희들은 고상하게 환경 보존을 주장한다.
선진국이란 결국 자본에 의해 과다 개발된 나라들이다. 선진국의 환경주의자들 역시 그 물질적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환경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이 말이 오해일 순 있겠지만, 적어도 못 사는 나라 사람들에게는 모순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실한 환경주의자라면 적어도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나 핸드폰 자동난방이 되는 아파트 등등 거의 모든 현대생활의 利器(이기)들을 멀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금년 말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기후협약회의가 열린다. 자칫하면 블랙 코미디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가식과 위선의 일대 회의장이 되거나.
작은 것은 아름답다, 동감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포함해서 이른바 선진국의 대부분이 과다개발경제란 점에 대해 공감한다. 어쩌면 자연을 기본적으로 애호하는 일본 정도가 아닐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 옳은 주장은 똑똑한 독재자를 만나지 않는 한 백년하청이라는 생각도 든다.
후손들을 위해 청정한 환경은 만들지 못 하더라도, 적어도 이 상태에서라도 자연 환경을 유지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의실’에서가 아니라 ‘정치 유세의 현장’에서 과연 씨알이나 먹히는 얘기인 것일까?
정부의 4대강 살리기, 환경을 더 파괴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야당의 4대강 죽이기, 정치적 반대 명분이고 정치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진정으로 우리가 환경을 보전하고 가꾸고자 한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해마다 마이너스 5 % 씩 20 년만 지속하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누가 그런 정책에 표를 던지겠는가!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를 복원하려면 펜션 다 없애고, 국도 다 뭉개고 풀밭으로 복원해야 할 것이며, 현대자동차와 기아 자동차 없애고, 초고속 인터넷망도 없애고 이동통신망도 없애야 할 것이다.
가령 설악산 한 번 다녀오려면 조선시대처럼 한 보름 걸릴 생각을 하게될 정도가 되어야 자연을 제대로 보전할 수 있다.
더 쉽게 말하면 우리 인프라를 없애야 하는 일이다. 과격한 얘기 같겠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내 말이 틀리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한 얘기임이 분명하니 환경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괴롭다.
언제쯤이면 우리 그리고 나아가서 인류 전체가 자연과 인간 모두를 위한 최적의 지점, 그 적절한 선을 발견할 것이며, 또 그 선에서 자제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아직은 요원하기만 하다.
현실은 얽히고 또 섥힌 亂麻(난마)와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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