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신선(八仙) 이야기  _  2009.5.17
우리 옛 그림에는 神仙圖(신선도)가 많다. 김홍도의 ‘군선도 팔곡병풍’ 그림은 대단히 유명하다.

이번 글은 그런 신선도에 등장하는 신선들에 대해 상식 차원에서 그리고 그들의 일화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신선들은 주로 여덟 신선 즉 八仙(팔선)들이다.  

팔선은 중국 도교 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八(팔)은 주역의 八卦(팔괘)와 같이 중국과 한일 등의 나라에서 상당히 보편적인 숫자.

신선은 ‘신선전’에 있듯이 대단히 많은데 유독 팔선이 인기가 좋고 대중적이다.

팔선이 사실상 확정지어진 것은 명나라 때 오원태란 사람이 지은 八仙出處東遊記(팔선출처동유기), 줄여서 동유기란 책 때문이다.

동유기는 중국에서 불교를 강조한 西遊記(서유기)가 상당한 반응을 얻자 도교 측에서 대항하고자 만든 신선들의 이야기책이다. 최초의 본격 신선 소설이었던 것이다.

짝퉁 기획 의도는 대단히 성공했고 그 이후 팔선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팔선은 신선 중에서도 스타 신선인 셈. 그 바람에 이 스타급 신선들은 끊임없이 그림 속에 등장했고 김홍도도 그렸던 것이다.

이 중국의 동유기와 고려 시대나 조선 시대 기행문인 동유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점도 알아두시길.

여덟 신선의 이름부터 거명해보자. 모처럼, 오랜만에 呼名(호명)이 되니 여덟 신선들께서도 잊지 않고 글로 써주는 호호당에게 복을 내리실 것이라는 얍삽한 계산도 곁들여서 말이다.

이철괴, 종리권, 남채화, 장과로, 하선고, 여동빈, 한상자, 조국구.

그러면 이 분들에 대해 간략하게 널리 알려진 얘기만 언급하겠다.

먼저 李鐵拐(이철괴)

이철괴는 팔선 중에서 첫째로 친다.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며칠 몸을 이탈해서, 즉 유체이탈을 해서 멀리 날아갔다가 돌아오니 스승이 죽은 줄로 오인한 제자로 해서 몸은 이미 화장을 당한 뒤였다.

일정 시간 내에 몸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영영 복구가 안 되는 까닭에 할 수 없이 굶어 죽어가는 빈사의 거지 몸속으로 들어갔다. 거지는 외모도 더럽고 못 생겼으며 허리에는 술이 든 호리병을 차고 다리는 절둑발이, 그래서 쇠로 된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이렇게 된 것은 이철괴가 그 이전에 노자를 만나 ‘도’를 배우고 여러 신선술을 배웠으나 아직 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함을 알아차린 노자가 이철괴를 수행토록 하기 위해 안배한 ‘트릭’이었다.  

그래서 쇠지팡이 즉 鐵拐(철괴)라 해서 이철괴가 되었다. 그러나 철괴가 된 이후 도력은 더욱 높아져서 팔선의 으뜸이 되었다.

이런 그의 캐릭터는 그 이후 끊임없이 우리 곁에 머물고 있으니, 무협지에 잘 등장하는 거지들의 조직, 丐幇(개방)의 방주들이 바로 그의 모습이다.

김용의 소설 ‘영웅문’에서 곽정의 스승인 ‘홍칠공’이 바로 그라 하겠고, 여타 무수한 무협소설에 등장해서 주인공이 어려울 때마다 결정적 도움을 주는 개방의 고수가 이철괴라 하겠다.


다음으로 鍾離權(종리권).

눈이 깊고 이마가 넓으며 두툼한 귀, 늘어진 젖가슴, 기다란 팔, 배불뚝이, 손에는 언제나 한가롭게 부쳐대는 芭蕉(파초) 잎사귀를 든 실로 여유작작한 신선에 걸 맞는 외모의 신선이다. 귀족의 집안에 태어났고, 漢(한)나라 때에는 대장군으로 토번을 토벌하다가 대패를 당해 자살하려는 순간 신선을 만나 傳道(전도)를 받았다고 한다.

신선으로부터 장생술과 금단을 만드는 연단술, 청룡검법을 배워 신선이 되었다. 종리권은 검을 날려 호랑이를 잡은 적이 있었는데 이로부터 御劍術(어검술)이란 용어가 등장했고 무협지에서는 검술의 최고경지로 소개되고 있다.

다음으로 藍采和(남채화).

옛날 신선세계에 살던 붉은 맨발의 신선, 赤脚大仙(적각대선)이 내려온 것이라 한다.

그에게는 세 가지 보물이 있었는데 물욕이 없다는 것, 자애롭다는 것, 늘 겸손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니 늘 노래를 부르고 다녀 어딜 가도 환영, 특히 어린아이들로부터 인기가 최고였다.  

이로 보아 남채화는 문명 이전의 원시자연 속에 평화롭게 살던 천진난만한 사람들에 대한 후대 사람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張果老(장과로).

김홍도의 그림에서 노새를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장과로. 늙지 않고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오는 술법, 反老還童(반로환동)술로 유명하다. 몸의 정기를 허비하지 않고 잘 지켜서 영원히 늙지 않는 몸을 만들었다 한다.

오늘날 무수한 강남 아주머니들이 寤寐不忘(오매불망)하는 기술을 대성한 신선인 것이다. 보톡스, 당기고 흡입하는 기술을 사용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병원에 이 양반의 그림을 필히 걸어두고 장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는 何仙姑(하선고).

성이 ‘하’이고 선고는 신선 할머니라란 뜻. 홍일점 신선이다.

천도 복숭아를 통해 늙지 않고 손에는 연꽃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설의 여신선 西王母(서왕모)와 불교의 관세음보살 신앙이 합쳐진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인들에게 가정의 길흉화복을 예시하는 신선으로 인기가 높다.

다음은 呂洞賓(여동빈).

신선도를 볼 때 등에 검을 차고 있으면 劍仙(검선)이라 불리는 여동빈.

호호당이 가장 좋아하는 신선이다. 이 양반만 그린 劍仙圖(검선도)도 많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김홍도의 검선도는 수억원에 팔렸다고 한다.

가장 풍류가 있고 낭만적인 신선이며 당대의 시인 李白(이백)은 바로 이 여동빈을 닮아있다. 이백은 젊어서 검술을 익혔고 실제 사람을 상하게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천하를 주유하면서 곳곳에 많은 일화를 남겼다.

여동빈 역시 워낙 잘 돌아다녔고 기생들과의 풍류도 많았기에 이백의 이미지와 너무도 흡사하다. 또 천하를 떠도는 바람에 일반 백성들의 애원을 숱하게 들어주고 해결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여동빈이 과거에 급제 못한 것도 그렇고 이백 역시 출세를 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한 것도 같다. 어쩌면 詩仙(시선) 이백에 대한 사람들의 그리움이 여동빈이란 신선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韓湘子(한상자).

당나라 대문장가인 ‘한유’의 조카로 태어났다는 설. 집안이 좋고 명석했으며 시문에도 능했지만 痛飮放蕩(통음방탕), 술만 퍼먹고 방탕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를 볼 때 죽림칠현의 이미지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그를 상징하는 물건은 바로 피리, 그러니 그를 오늘에 비기면 ‘락’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다. 대마 좀 먹고 하드락에 심취하는 락커 말이다. 약간 비슷한 유형인 여동빈을 만나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어딜 가나 그의 피리소리에 짐승들이 모여 들었다 한다.

마지막으로 曹國舅(조국구).

송나라 조태후의 동생으로 전해진다. ‘국구’란 황제의 처남이란 뜻. 황제로부터 받은 궁중 출입 신분증인 玉板(옥판)을 들고 다닌다. 종리권과 여동빈을 만나 신선이 되었다.

인자하고 너그러운 관리 또는 권세가를 상징하고 있다. 이는 선량하고 현명한 목민관을 원하는 백성들의 바람이 투영되어 있음이다.

이상으로 팔선을 모두 소개했다.

그림 중에서 많이 그려지는 畵題(화제)는 八仙祝壽(팔선축수)가 대표적이다. 서왕모가 생일을 맞아 불로장생의 복숭아 파티를 열 때 이를 축하해주러 가는 여덟 신선의 모습이 그것이다. 김홍도의 그림도 바로 그것이다.

개성이 강한 팔선을 생각해보면 일반 백성 또는 서민들의 정서가 골고루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무협지에 등장하는 개방의 고수를 통한 협의 정신은 이철괴이고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공평한 판결을 내리는 포청천 역시 조국구의 모습이다.

대시인 이백은 여동빈이고, 음악에 심취한 자유롭고 괴팍한 한상자는 죽림칠현의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종리권은 자연 속에 노니는 선비나 문인의 모습이고, 하선고는 바로 서왕모이자 삼신 할머니이다. 그리고 장과로는 소를 타고 길을 떠나며 도덕경을 남긴 老子(노자)의 또 다른 변형이다.

이 여덟 신선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음악 속에서 그림 속에서 희극 속에서 그리고 병풍이나 도자기 등 우리 생활의 어디에서도 만나게 되는 신선들이고, 중화요리 집에 가면 여덟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팔선탁’에서 요리를 먹는다.

그러니 우리는 부단히 반복 등장하는 여덟 신선들과 매일 조우하고 있으니, 팔선은 우리 문화의 原形意識(원형의식)중 소중한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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