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는 우리 경제  _  2009.9.10
모두들 미국 경제 회복을 목을 빼어 기다리고 있는 오늘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 본질적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이 글은 앞서 얘기한 우리 교육의 현실에 관한 것과 연관되는 글이기도 하다.

엄청난 교육투자와 눈앞의 청년 실업 사태는 우리교육이 우려된다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대실패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고학력을 고부가가치 특용작물에 비유한다면 지금은 특용작물가격의 대폭락현상이다.  

이어서 이런 사태가 장차 우리 경제와 어떤 관련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 얘기해보자.  

지금 졸업을 했거나 휴학 등으로 졸업을 늦추고 있는 우리 청년들도 보통 문제가 아니지만, 학부모들 역시 자녀가 소기의 취업이 될 때까지 일종의 家內(가내)지원금을 부담하고 있다.

기왕지사 비싸게 투자를 했으니 헐값에 팔아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제 값을 받고 팔릴 때까지 특용작물을 창고에 보관하면서 비싼 보관료를 물고 있는 셈이다.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그래도 당장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학부모들이 창고료, 즉 미취업 자녀들이 취업될 때까지 자가 지원금을 그럭저럭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있거나 또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인난과 취업난이 공존하는 것은 엄청난 투자가 들어간 특용작물을 일반미 가격에 팔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고, 정작 특용작물인 젊은이들도 겉보기에 빈둥거리지만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보면 비싼 등록금 물고 졸업시킨 마당에 또 지원금마저 부담해야 하니 여간 힘든 노릇이 아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아직은 급여를 받고 있거나 또는 퇴직금을 받아 약간 목돈이 있긴 하지만 노후를 생각하면 사실 지원금 부담할 여유는 사실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 군데 믿는 구석이 있다.

그것은 지금 쓰고 있는 아파트 한 채가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가격이 그대로 유지가 되거나 운이 좋아 조금만 올라주기만 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그것을 정리하면 상당한 돈이 된다는 점이 학부모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물론 그나마도 없는 분들이야 오죽 할까 만서도.)

그런데 젊은이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의 아파트 시세가 그대로 유지될 것 같으면 요행스럽게 제법 좋은 직장에 취업이 된다 해도 자신이 벌어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희망이 있을까?

간단히 말해서 현재의 부동산 시세가 유지된다면 우리 젊은이들이 자력으로 산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학교 나오고 취업이 되어 수입이 생기면 결혼도 하고 알뜰하게 모으면서  또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고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의 전형적인 삶이다. 아니 삶이었다.

지금은 이 정상적인 순환 구조가 이미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취업을 해도 자력으로는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 젊은이들을 절망하게 만들고 있다. (왜 기업들이 고용을 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도 결국 높은 인건비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좋아하는 상대가 있어도 취업과 집 문제로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둘 다 벌어야 하니 아이를 가지기도 어렵고 그럼에도 집 장만도 어렵다.

두 가지 요인, 취업 문제와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해법으로 어떻게 해서든 자기 자녀에게만은 집 한 채 또는 반 채를 물려주려고 한다. 이른바 각개 플레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게임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하자. 만일 그렇다면 집 한 채 가지고 출발하는 젊은이와 그러지 못하는 젊은이는 출발부터 신분이 다르고 계급이 다른 결과가 된다. 어쩌면 이는 88 만원 세대보다 더 심한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다.

어떤 사회든 당장의 삶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는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취업 사태와 고가의 부동산은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막아버리는 결정적 장애물이 되고 있음이다.  

이런 상황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아직은 그렇다 해도 장기화된다면 우리 사회를 크게 불안하고 만들고 나아가서 급진적 요구가 주도하는 사회로 몰고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바 무산계급 혁명과 같은 급진 좌경 사상 같은 거 말이다.

결국 지금의 부동산 가격은 학부모로 하여금 착시 현상을 불러 자가 지원금을 부담해도 나중에 버틸 수 있다는 희망의 보루가 되고 있지만, 실은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결정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병리적 요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중대한 모순이라 하겠다.

이런 질곡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 무엇인가를 놓고 지난 2005년 부동산이 최후의 상승을 시작할 무렵부터 골백번 궁리를 해봤지만 답은 하나밖에 얻을 수 없었다.  

그 답은 바로 부동산 가격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가격으로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적정한 부동산 가격은 30 대 중반 직장인이 받는 연소득의 5-6 배 정도인 것 같다.

서울을 예로 들면 아파트 한 채는 대략 2억 원 정도가 적정하다. 대한민국은  철저하게 대도시집중적인 구조이고 서울 집중적인 구조이기에 그렇다.

그래야만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서울 근교 베드타운의 아파트 시세는 대략 5 억 이상이다. 그러니 이것이 2 억 정도로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계산이고 이는 약 60 % 정도의 하락률이 된다.

이렇게 되면 모두가 특용작물인 젊은이들도 생각을 바꾸어 쌀값으로도 기꺼이 취업전선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나는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어야 하고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 길이 당장은 엄청난 문제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부동산은 하락할 것이니 그것이 자연의 이치라 본다.

좋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면 그렇게 된다고 치자.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40 대 이상 기성세대 중에 거액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세대의 파산은 일단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증시하락과 산업의 전반적인 위축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다만 문제는 경착륙이 아니라 연착륙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 부동산 문제가 지나치게 꼬여왔기에 초기 상당 기간은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 보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서서히 침체가 이어지는 연착륙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본다.

사실 이 문제는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부진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진행되는가와 맞물려 있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핵심은 부동산 하락으로 촉발될 경제문제는 우리 자체의 내부 요인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부동산 하락은 180 만 명이 먹고사는 건설경기 하락을 불러오고 실업대란을 불러일으킬 텐데 이 문제는 어떻게 될까?

잘은 모르겠지만 이대로 간다해도 결국 시간의 문제라 본다. 미래의 주택 수요자인 젊은이들이 집을 살 수 없다면 그는 더욱 심한 장기 침체를 부를 것이니 말이다.  

물론 상당수의 주택 업체들은 파산하겠지만, 축소 균형점을 찾을 때까지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부동산 하락을 계기로 정부가 주도해서 저가의 장기임대주택사업을 대규모로 실시한다면 그럭저럭 주택업계 침체를 어느 정도 경감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기존 주택의 하락을 더 촉진하는 요인도 되겠지만.  

세 번째 문제로 안 그래도 취업이 안 되는데 부동산 하락으로 인한 극심한 경제 불황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물론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극심한 불황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현상은 어느 선에 가면 낮은 임금과 함께 낮은 생활비를 가능케 하는 균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네 번째 문제로 경제불황의 심화는 또 하나의 거대 산업, 무려 150 만명의 사람이 먹고사는 교육산업에 엄청난 위축과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엄청난 위축이 일어날 것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사교육의 극심한 위축 현상이 생길 것이며 상당수 대학들도 통폐합될 것이 불가피하다.

내가 경제학자가 아니라 전체적인 부동산 경기와 건설 경기, 교육산업의 침체가 가져올 GDP 감쇄률과 취업감소가 어느 정도 될지 수치를 알 순 없지만 아무튼 상당한 위축이 올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 가서 위축으로 인한 축소 균형점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 균형점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특용작물이 아니라 벼만 되어도 먹고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낮은 인건비는 날로 취약해져가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에 일정 부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고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도 상당 부분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풍요를 만들어내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 신기술이 현실화될 때 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그것은 아직 요원한 일이고 당장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넣어주려면 부동산 가격의 정상화야말로 불가피한 일이라 여긴다.

나는 2009 년부터 우리 국운의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되어 정상화되는 과정이 완료되면 겨울의 전반부는 마무리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후반부는 어떤 과정인가? 이 과정 또한 제법 많은 얘기를 요한다. 다시 기회를 잡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글을 요약하면 현 상황은 지난 외환위기 이후 10 년의 기간 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높은 부동산 가격을 매개로 기성세대와 미래 세대 간에 이해상충이 일어났고, 그것이 지금에 이르러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만든 마지막 방아쇠는 청년 실업 사태였다.

즉 우리 경제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바로 내부 요인으로 하여 안에서 파열, 즉 內破(내파)되었다는 얘기이다.

미국이 회복되느냐 마느냐는 어떻게 보면 한가로운 얘기일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우리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 정상화 또는 하락으로 인한 초기 경착륙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고, 그것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연착륙이 일어나면서 우리 경제의 축소 균형점이 찾아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물론 여기에 북한의 붕괴로 인한 통일 과정 문제도 있으니 그것은 또 다른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니 앞으로의 세월이 대략 험난함을 말해주고 있다 하겠다.

겨울은 시작되었다.

(실은 이 글은 어제부터 쓰던 글이었다. 하지만 우울한 얘기인지라 좀 명랑한 꺼리를 찾다보니 문득 ‘가위 바위 보’가 생각났다. 어제 올린 ‘가위 바위 보의 유래’는 그런 심정에서 뜬금없이 올린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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