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중요한 삶의 기술(1)  _  2009.7.31
운명 상담을 작년 말까지 몇 년 했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지켜보는 것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다. 특히 사람들의 거짓말에 대한 관심이 크다. 나는 어떤 사람이 하는 거짓말의 내용과 수준 역시 그 사람의 인간적 성숙도와 개성, 그리고 취향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스스로가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도 내게는 흥미롭다.

그동안 거짓말에 관한 이런저런 책들도 제법 읽었고, 상담을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 바도 제법 되기에 거짓말의 심리에 대해 잠깐 얘기하고자 한다.

거짓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최근 읽은 책은 제법 공감이 가는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믿음이라든지 환상, 가상현실 등으로 구성된 내적 세계가 있고, 사회적인 믿음과 현실로 구성된 외적 세계가 있는데, 이 두 세계가 접촉할 때 남들에게 우리 자신이 내적 세계에서 믿고 있는 것들을 속이게 되면 그것이 바로 거짓말이라는 것이었다.

가령 사람은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내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세상의 잔인하고 추악한 모습을 자주 대하게 되면서 주변 사람에게 ‘세상이 원래 그런 거 아니겠어’ 라고 말한다면 이것도 역시 일종의 거짓말이 된다.

왜냐면 자기 신조와 상반되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그 사람은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내적 신념을 포기하지 않지만, 그렇게만 살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일종의 타협을 하는 것이고 스스로가 다칠까 두려운 나머지 자신을 방어하려는 거짓말이다.

이는 남을 속이려는 의도보다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니 일종의 자기 기만에 해당된다.

이 간단한 예도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동기는 엄청나게 다양하며 아울러 ‘자기기만’이란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무조건 나쁜 일만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미처 의식하지 않지만 惡意(악의)적인 거짓말도 많이 한다. 악의적인 거짓말 중에도 나를 속여서 자기 위안을 찾으려는 거짓말도 많고, 약간은 상대에게 손해를 입히려는 거짓말도 많이 한다.

가령 남자로서 내가 좋아하는 한 여자가 있었는데, 은근하고도 집요한 나의 구애 작전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반응이 없을 경우 하는 대표적인 거짓말이 있다.

그 여자를 내심 좋아하는 일종의 라이벌이자 친구에게 ‘걔 말이야, 알고 봤더니 형편없는 계집애더라구, 허영밖에 없어, 너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라고 말하는 경우이다.

실은 좋아했지만 반응이 없었을 뿐이다. 그러자 친구가 차지하게 될 것이 두렵기도 하고 동시에 그 여자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가 서린 거짓말이라 하겠다.  

거짓말의 세계는 이처럼 무궁무진하고 다양하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상대의 거짓말을 탐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거짓말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동기가 있고 수법도 많아 사실 상대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상담하면서 직접 들은 얘기이다.

순하고 착하게 생긴 젊은이였는데, 스스로 자신은 거짓말을 무척 잘한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에 나는 그럴 수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 젊은이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은 제가 거짓말을 잘 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세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얘기해주었다. ‘자네는 얼굴이 착하게 생긴 덕분에 거짓말이 잘 먹히는 타입이고 그러다보니 살아오면서 그 利點(이점)을 적극 활용하게 된 것이지. 그러니 놀랄 일도 아니지. 자네가 내게 그런 고백을 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자네에게 속는 것은 일도 아니겠는데 뭘.’

사람은 사회적 반응을 보면서 살아가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상이 더럽게 생기면 거짓말을 안 해도 잘 믿어주지 않는 것 역시 정상이다.  

또 친하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하는 거짓말은 액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향도 우리에게는 있다.

주변의 친한 사람 말이라면 그다지 의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 관계가 일치할 경우 더더욱 믿게 된다. 내가 원하는 말을 들었기에 비록 그것이 거짓이라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갈등도 예전에는 그런 차별이 있었다 보지만 오늘에 와서는 객관적인 것보다 사소한 거짓말이 세월 속에서 누적되어온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의 일화를 소개한다. 제법 알고 지내는 두 사람의 호남사람과 식사를 했다. (혹시 오해할 것 같은 걱정도 되지만 잘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실은 우리 사회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가 들어있다고 여기기에 말이다.)

‘현 정권은 전라도 사람은 모조리 자른다 하던데’ 하고 한 호남 사람이 얘기하자 다른 호남 사람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개새끼들!’ 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이고 선량한 사람들이지만,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의 그 말은 거짓말이다.

나는 그 거짓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호남 사람 다 자른다’는 얘기를 꺼낸 것은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된 다른 호남 사람에게 일종의 친근감을 표시하는 행동이라고. 즉 나도 호남사람입니다, 반갑습니다 하는 동향인에 대한 호감표시라고.  

다만 그 두 사람은 별 의식도 없이 주고받는 그 거짓말을 말을 통해 주관적 믿음 내지는 억눌린 정서를 객관적인 사실로서 도치시키고 있었다.

(내가 호남 출신이 아님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 그런 말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그래도 나를 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도 일러준다.)  

이 거짓말에 대해 내가 그렇지 않다고 말해봤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분위기만 이상해질 것이니 약간의 미소와 함께 침묵했다.

나의 그런 행동 역시 일종의 위장이고 거짓이다. 왜냐면 나는 속으로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을 부인하고 있는 내가 침묵한 것 역시 자리를 어색하지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예의이자 위장, 또 거짓이었다.

물론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런 무심코 주고받는 말들이 호남 사람들 사이에서 누적되고 돌아다니면 그 결과 호남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을 다치게 되고 또 현 정권을 미워하게 될 것인지 하는 걱정만 가득했다.  

앞서의 일화와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나 더 하자.

거짓말인줄 명확하게 알고 있거나 조금만 신경 쓰면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속아주는 경우이다.

가장 흔한 경우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경우, 아내는 확인을 해본다. 혹시 당신 다른 여자 있는 것 아니야? 하고. 그러자 남편은 무슨 소리, 요즘 직장 일로, 에이 그 박 부장이란 놈이 나를 무진장 괴롭히고 있어. 바람은 무슨 바람 하고 강하게 부인했다.

아내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대충은 알고 있지만, 그런 말을 던지는 것은 사실에 대한 점검이 아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 지 확인해보는 것일 수 있고, 또 아이들을 생각해서 이혼이 부담스런 상황에서 남편의 입을 통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경우이다.

서로 묵시적으로 알고 있는 사안이지만, 진실로 확인한다는 것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남편이 부인하는 것 역시 여러 가지가 있다.

그저 좀 즐길 따름이야, 이혼까지 생각해본 적 없어.
나도 갈등 중이지만, 마음이 정해질 때까지 아직은.

이런 다양한 동기가 속에 있다.

이처럼 거짓말에 대해 적극 수용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일에 바쁜 아버지가 아들보고 ‘야 너 공부 열심히 하냐?’ 라고 묻자, 아들이 ‘그럼요, 열심히 해요’ 라고 답했을 경우도 그렇다.

아들이 최근 해이해진 것을 알고 있지만 아버지는 바쁜 것도 있고, 너무 다그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에 그저 한 번 말을 던짐으로서 이 아버지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방법일 수 있다.  

아들 역시 아버지의 그런 확인이 최근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알아보고 견제 차원에서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아버지의 관심을 확인하는 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거짓말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자르기는 좀 그렇고 하니 한 번 더 얘기하고자 한다.

하고자 하는 요지는 거짓말 역시 우리가 살아가면서 익히게 되는 중요한 삶의 기술이란 사실, 또 인간성의 성숙과 거짓말과는 깊은 연관이 있다는 얘기를 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다음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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