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제 대화, 2009 년의 클라이막스  _  2009.7.30
大暑(대서)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큰 판을 벌렸다. 양국 간의 공식 대화 채널은 부시 대통령이 만들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穀雨(곡우) 무렵인 4월 21일, 본격적인 양국 대화 채널로 격상시킨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 년에 서로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두 차례 진행되므로 금년 말에는 베이징에서 개최될 것이다.

G-7 회담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일곱 강대국이 모여 세계의 여러 일들을 논의하는 것인데, 이번 대화를 놓고 G-2 대화라고 부를 정도이다.  G-2 란 말은 오늘날 ‘지구를 지배하는 양대 세력의 회담’이란 의미인 것이다.

7월 27-28 양일간의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합의된 사항은 별로 없다. 하지만 진짜로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그저 순진한 것이다. 사실은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이미 합의되었기 때문이다.

G-7 회담이나 북핵 6자회담과 같은 多者(다자)회담은 생각과 이해관계가 복잡한 탓에 큰 틀에 관해서만 사전 합의를 보는 정도이지만, 일대일의 양자 회담은 이미 많은 것들이 사전에 논의되고 합의된 다음에 개최된다. 다만 여러 사정상 裏面(이면) 합의냐 공식 합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령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서 오마바와 정상 회담을 한다면 방문 이전에 양국간의 현안 문제에 대해 상당 부분 정리가 된 다음이다. 정작 방문하고 회담하는 것은 텔레비전을 통해 두 정상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로서 일종의 팬 서비스인 셈이다.

이번 대화도 곡우부터 대서까지 3 달 동안 양국 간에 치열한 논쟁과 타협, 조정이 있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잠정적으로 합의한 것도 있고 더러 확실하게 타결되었지만 공식 발표는 미룬 것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격상된 것은 작년 발생한 미국 금융위기가 큰 계기였다고 생각된다.

미국은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단기 유동성 거품을 만들기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 내어야 했고, 지금도 남발하고 있다. 달러의 남발은 가치 하락의 원인이 된다.

중국은 2 조 1천억 달러 상당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로서, 그 중 1조 5 천억 달러는 미국 국채로 가지고 있다. 달러가 폭락하면 국채도 폭락할 것이니 중국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 그리고 일본이 미국 국채를 내다팔게 되면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도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곧 전 세계 동시불황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미국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지난 겨울동안 중국과 논의를 해왔을 것이다. 중국은 기꺼이 협조할 수 있음을 내비쳤지만 우리도 그냥 당할 것이 아니라 얻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는 카운터 오퍼를 제시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좋아, 그럼 기존의 미중 대화를 완전히 격상시켜서 중국을 특별 대우해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 곡우 무렵의 공식 발표였던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외교적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그간 미국은 중국보다 일본을 동아시아의 지역 맹주로서 대우해왔는데 이제 중국의 힘을 인정하고 동아시아의 맹주는 물론 세계를 이끄는 양대 세력으로 미국이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에 중국은 4월 이후 여러 면에서 전향적인 자세로 미국과의 협상에 논했던 것이 분명하다.

이번 미중 대화에서 무슨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겉모습만 보아서는 알 수 없지만, 실은 연설 내용이나 발표된 자료를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면의 내용을 읽어내는 일종의 ‘문법’ 내지는 ‘해독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중 대화가 앞으로 미칠 영향이 워낙 크고 우리에게는 더욱 깊은 연관이 있어 월드 와이드 워치에 잠깐 올렸지만, 좀 더 친절하게 구체적으로 해설해주는 것이 좋겠다 싶어 이 글을 쓰고 있다.

먼저 전략 부문에 관한 얘기부터 한다.

이번 회담의 오프닝 세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엄청나게 중요한 언질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오마바의 연설 내용을 일일이 분석하면서 그 내용을 풀이해주고픈 마음이지만, 너무 큰 노동이 되니 접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테러에 공동 대응하자는 부문에서 오바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국가를 넘어서는 위협에 대응함에 있어 상호 이익 증진을 위해 협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현존하는 가장 큰 위험은 더 이상 강대국 간의 경쟁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극단주의자들로부터 오고 있습니다.”

we can cooperate to advance our mutual interests in confronting transnational threats. The most pressing dangers we face no longer come from competition among great powers -- they come from extremists.

이 말에는 새길 대목이 대단히 많다.

이전 부시 행정부는 여러 이유에서 중국을 미래의 가상 敵(적)으로 상정하고 은연중에 對(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해왔다.

일견 북핵을 견제한다는 명분 아래 미사일 방어(MD)라든가 이지스 구축함 기술의 일본 판매, 최신형 스텔스 전폭기인 F-22 랩터의 일본 판매 의향, 한미일 함대간의 합동지휘체계 구축 등이 그런 일부였다.

그리고 중국이 원하는 대만과의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대만 무기 판매를 통해 미국의 양해 없이 무력통일은 불가함을 시사해왔다.

미국은 냉전이 끝난 시점에서 경제면에서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전략면에서 중국을 견제함으로서 일종의 세미(semi) 냉전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오마바는 테러 공동 대응을 말하는 자리에서 ‘강대국간의 경쟁에서 오는 전쟁 위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서 대중국 포위망을 풀 수도 있다고 엄청난 오퍼를 던지고 있다.

즉, 이번 연설의 저 짧은 문구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이 종전의 일면 협력 일면 견제에서 벗어나 대 중국 포위망을 풀어주는 한편 더 나아가서 향후 대만과의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 좀 더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음을 슬쩍 내비치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그렇게 해주려면 중국의 성의 표현이 중요하다, 적극성을 보여주는 첫 번째 단계로서 이란과 북한 문제를 놓고 보겠다는 말인 것이다.

엄청난 ‘오퍼’가 오고 또 간 셈이다.

오마바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지난 석달 동안 양국 외교관 사이에 이 문제들을 놓고 치열한 협상과 설전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오바마가 이런 내용의 문구를 ‘연설 속에 언급한다는’ 합의를 본 것 자체가 하나의 큰 성과물인 셈이다.

이제 미국과 중국은 화해무드로 흐르기 시작했고, 금년 말 베이징 회담에서는 중국 지도자들은 14 억 시민 앞에서 미국이 드디어 우리 중국을 인정했다고 요란스레 보란 듯이 자랑을 해댈 것이다.

그리고 이미 중국은 상당 분야에서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7월 30일, 신문에 중국 국가 부주석이 지원하던 대북 사업이 돌연 중단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 이전에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던 점도 기억할 수 있다.

또 최근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던 북한이 급격히 대화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이에 통일연구원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미국 독립기념일 발사로 마무리되었다는 보고서까지 내놓았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에 있어 중국이 좀 더 전향적으로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 종전보다 대단히 확고한 대북한 포위망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최근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폭동과 그 진압 과정에 대해 평소 미국과 달리 적극적인 비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상기할 수 있다.

이번 양국 회담 과정에서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내용들이다.

실로 할 말이 많지만 이쯤 그치기로 하고 경제 문제에 아주 간략히 얘기하겠다.

이미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우리 미국이 다치면 너희도 좋을 것이 없다는 점을 부드럽게 경고하고, 우리 모두 경기부진을 막고 일자리를 지키려면 함께 협조하는 길밖에 없다는 점을 오바마는 강조했다.

또 중국의 금융기관들이 상당한 부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도 알고 있으며, 닉슨의 방중 이후 너희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은공을 앞으로 잊지 말고 계속 협력하는 길만이 서로가 사는 길이라는 경고도 은근히 곁들였다.

따라서 우리가 달러를 남발한다고 해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를 내다파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더욱 사줘야 하겠다는 점을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달러 하락은 정부간의 공조를 통해 방어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올 봄 중국은 호주의 철광석 기업을 인수하려다가 실패한 사실을 기억하시는지.

그러나 이번 회담으로 중국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달러에만 편중된 외환 보유고의 일부를  해외 자원이나 에너지 기업의 인수에 사용해도 된다는 미국의 양해도 있었다. (돈이 있어도 미국이 허락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이 국제 권력관계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작년 ‘화폐전쟁’이라는 책을 여론에 의도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미국 국채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미국에게 보냈다. 이 또한 이번 회담으로 타협이 되었다.  

에너지와 기후 변화 문제 등 두 나라 사이에 엄청나게 다양한 이슈들이 오갔다. 하지만 다시 언제 기회를 보기로 하고 이 정도로 마치고자 한다.

아울러 이번 대화가 우리의 앞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함이었다. 북핵과 북한 문제는 우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안인데, 그런 사항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논의 합의되고 있다는 사실, 많은 것들 생각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오늘 글은 해야 할 얘기의 1/10 도 안 된다. 하지만 오늘 글은  나라간의 외교가 어떻게 진행되고 합의되며 그 결과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약간이나마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 그 의미를 둔다.  

신설 코너인 ‘월드 와이드 워치’ 역시 바깥세상을 좀 더 면밀히 살피고 주시하고자 하는 의도, 앞으로 많이 읽어주시길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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