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야말로 이해가 깊어갈수록 더욱 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나라가 아닌가 한다.
중국 사람들이 ‘deutschland’의 앞부분 ‘도이치’를 音譯(음역)해서 獨逸(독일)이라 했는데, 그 뜻이 ‘홀로 빼어나다’이니 상당히 잘 예우해 준 셈이다.
도이치는 독일 옛말로 ‘사람’을 뜻한다.
'German' 역시 all man, ‘만백성’이란 뜻이며, 프랑스에서는 독일을 알레마뉴(Allemagne)라 부르는데 이 또한 ‘all man’의 불어 식 표현이다. 모두 동일하다.
나는 세계 주요 나라의 음양오행상의 干支(간지)를 알아내는 연구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이 코드만 제대로 알아내기만 하면 그 나라의 운세 전개는 진정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것과 같다.
내가 干支(간지)를 알아내는데 성공한 나라는 우리를 포함하여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그리고 독일이다. 더하여 아직은 잠정 결론에 그치고 있는 나라들도 상당히 많다.
마음 같아서야 모든 나라의 간지를 알아내고 싶지만, 충분한 검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그런 것이다. 역사 자료가 풍부한 나라라면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해낼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정의 영역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11개국만이 확정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확정 결론을 내린 것 중에 여전히 때로는 미심쩍은 구석이 남아있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의 干支(간지)를 확정짓기가 까다로운 이유가 있다.
독일의 먼 前身(전신)은 ‘신성로마제국’이었고, 두 번째 제국은 1870 년 비스마르크에 의해 통일된 독일제국이며, 히틀러가 세 번째 제국을 건설하려다가 실패하는 등 여러 곡절이 많아서 판단에 적지 않은 애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나라별 간지를 어떤 생각과 근거에서 판단하느냐를 질문을 해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답을 하지 않는다.
음양오행에 대해 공유하는 지식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포괄적이고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답글을 쓴다면 책 한권은 되어야 할 것이니 엄두가 나질 않아서 답하지 않는다는 점만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이처럼 애매한 독일에 대해 오늘 얘기하려 하는 것은 유럽통합과 관련이 많은 까닭이다.
독일의 干支(간지)는 庚申(경신)이다.
그리고 地支(지지)에 정반대 기운의 코드가 들어가는 庚寅(경인)의 해를 맞이할 때 바닥을 치고 상승운으로 돌아선다. 독일의 운세는 庚寅(경인)에서 바닥이고 30 년 뒤인 庚申(경신)에서 절정이며 다시 30 년 후인 경인까지 하강운을 보인다.
그리고 2010 년 올해는 庚寅(경인)년이다.
독일의 운세가 바닥이라는 것이고 다시 말하면 금년부터 상승운으로 돌아선다는 말이다.
독일은 실로 애매한 나라인 것이 운세 바닥점이라면 여러 모로 한심한 구석이 있고 경제도 어려워야 할 터인데, 오늘날 선진국 중에서 국가의 재정상황이 가장 실한 나라가 독일이니 내 스스로도 당혹스럽다. (근본 이유는 보다 큰 주기인 360 년 사이클 상에서 독일은 여전히 상승운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기로 하자.
현재 유럽은 독일의 주도로 새로운 로마 제국을 건설해가고 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히틀러가 ‘제3제국’을 주창했다가 실패했지만, 어쩌면 그 제국은 지금 이 시점에서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제3제국 건설’이란 말을 쓰니 섬뜩한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히틀러나 나치스와 같은 狂人(광인)집단에 의한 폭력적 방법이 아니라 진정으로 유럽세계를 하나의 평화로운 나라로 만들기 위한 발걸음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말이고 그 흐름을 주도하는 나라가 독일이라는 말이다.
유럽인들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세계’라는 이상이 있다.
민족별로 세워진 나라가 아니라, 민족에 상관없이 로마/기독교 문명의 사조를 공유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세계, 또는 하나의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하나의 세계에서 울타리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것은 오직 하나, 로마/기독교적 전통을 지녔느냐의 여부이다.
유럽인들에게 있어 이런 理想(이상)은 과거 번영했던 ‘로마 제국’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鄕愁(향수)라 하겠다.
오늘날 독일 땅과 독일 민족은 엄밀히 말해서 고대 로마 제국의 변경 밖에 위치한 야만의 땅이었고 야만의 민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세계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열정은 AD 962 년 오토 대제에 의해 ‘신성로마제국’이 창건된 이래 오히려 이들 민족의 가슴 속에 가장 강렬하게 刻印(각인)되어 지금껏 전해져오고 있다. 참 묘한 일이다!
지금 유럽은 독일의 주도와 프랑스의 협력 구도를 통해 하나의 유럽을 향해 가고 있다.
1950 庚寅(경인)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60 년 한 甲子(갑자) 전에 당시 프랑스의 외무부 장관 로베르 쉬망의 건의에 따라 최초로 유럽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중앙 유럽 국가 간에 토론되기 시작했다.
이 구상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진전되어 마침내 1993 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의해 27 개국에 의한 유럽연합(EU)이 생겨났다. (재미난 점은 스위스만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정한 통합이 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있을 것이니 그 중에 하나가 공동의 통화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유로(Euro)가 생겨났고, 2002 년부터는 일제히 유로 통화만이 유일한 화폐가 되었다.
이는 일종의 ‘통화동맹’이라 할 수 있는 바,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이 가입한 것은 아니고 27 개 회원국 중에서 16 개국만 동의했다.
나는 몇 년 전 유로 사용국이 16 개국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황금비율상 의미가 있는 수치는 0.618 이다. 그러니 27 곱하기 0.618 하면 16.68 이 나온다. 그런데 16 개국은 약간 못 미치는 숫자, 따라서 유로가 정착되기 까지는 어려움이 남아있을 것이고, 장차 한 나라만 더 가입하면 유로는 대세가 될 것이라는 占(점)을 쳤다.
지금 유로는 남유럽 나라들로 인해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의 ‘프리드먼’과 같은 유명 경제학자는 통화동맹이 결국 불가능할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고 금기시하는 독일인 영원한 강세통화인 그들의 ‘마르크’화를 포기하고 유로를 택했을 때, 유로 통화동맹이 가지고 있는 약점과 문제점에 대해 몰랐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강력한 정책을 들고 나왔다면 남유럽의 나라들처럼 해이한 기풍의 사람들이 애당초 유로 사용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니 일단은 大義(대의)를 위해 양보한 셈이라 봐야 할 것이다. 紀綱(기강)은 나중에 잡기로 하고 말이다.
사실 독일이 속에 보다 큰 포부가 없다면 마르크를 포기할 까닭이 없었다.
물론 큰 포부란 로마제국의 정통성을 이어받아 진정한 하나의 유럽을 만들겠다는 마음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리스나 스페인,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와 같이 낭만적이고 계획성 없는 라틴 기질의 나라들과 한 배를 타는 어리석음을 범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글이 제법 길어질 것 같으니 오늘은 이 정도로 그치기로 한다. 다음 글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어서 포근한 봄날이 왔으면 좋겠다. 왜 이리 추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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