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자의 메일로 촉발된 생각들이 제법 오래 이어지고 있다. 어제 올린 三才論(삼재론)을 다시 읽어보니 간결한 맛이 없다. 글의 論旨(논지)라도 그런대로 전달이 되었다면 다행이다.
간결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쓰는 도중에 더 많은 새로운 생각들이 연이어 꼬리를 무는 바람에 대충 끊고 마무리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글은 산만함을 면치 못했지만, 덕분에 또 다른 그리고 다양한 생각의 실마리들을 얻을 수 있었기에 나로서는 남는 장사였다. 그리고 다시 이 실마리들을 가지고 주물럭거리면서 한 동안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 싶다.
생각의 실마리를 더듬어가며 연결했다가 풀고 어떤 것은 끊어버리고 하는 이런 일을 思索(사색)이라 하니 先人(선인)들의 그 표현이 적절도 하다.
思索(사색)에서 索(색)은 ‘동아줄 索(삭)’이라 하고 또 ‘찾을 索(색)’이라 하니, 생각의 줄, 그러니 실마리를 따라 어떤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니 말이다.
생각은 생각을 물고 이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막히곤 한다. 이럴 때 잠시 생각을 내려놓고 엉뚱한 생각으로 즐기는 것이 좋다.
나는 길을 가다 막히면 잠시 주변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길이 보이지 않으면 아예 둘러가는 길을 찾는다. 막힌 길을 굳이 뚫거나 열어보려는 강인함이 내게는 없다.
아마도 이런 나의 성향은 물을 닮았다 하겠다. 원 성질은 불이라 아예 폭파시키는 것이 내 원 성질머리인데, 살면서 고초를 좀 겪다보니 내 用神(용신)인 물을 닮아가고 있음이다. 철이 좀 든 셈이다.
길을 열고자 갖은 애를 쓰는 이도 있을 것이니 그런 자는 땅밑을 뚫어나가는 굴착공사형, 그러니 나무뿌리를 닮았다 하겠다. 따라서 나무를 닮았다.
또 취약해 보이는 지점에 집중해서 강인하게 막힌 곳을 뚫어내는 자도 있을 것이니 쇠붙이형, 金(금)의 기를 닮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행동 유형을 보면 五行(오행)이 분류되니 그 또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니 음양오행이 말해주는 한 가지 교훈은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고, 그 어떤 것이든 ‘통하면 그게 정답’이라는 점이다. 더하여 그 정답은 잠시 정답일 뿐,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변하면 다시 다른 정답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만능의 열쇠는 없다, 원칙이나 가이드가 되는 원리만 있을 뿐 매 경우마다 새로운 애로가 있어 우리는 매번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만능 해법이라 여겨지는 유력한 대안이 하나 있기는 하다.
그것은 바로 돈이다.
찾다가 모르겠으면 결국 ‘돈’으로 떼우려 하는 경우, 제법 있고 또 제법 많다.
야, 이거 얼마면 되는 거야? 야, 돈이면 다 되는 거 아니겠어! 하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게 말하는 본인 스스로도 그것이 해법이나 정답이 아님을 알고 있다. 다만 그 경우를 모면하려는 것이다.
춘향이 마음을 돈이나 권력으로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사실 변 사또도 수능 0.1 % 에 들고 그 어려운 국가고시에 붙어서 한 자리 차지한 사람인데 그런 정도야 어찌 모르고 있으랴!
이 생각을 좀 더 연장해보자.
흔히들 오늘날을 물질만능 세상이라 한다. 그렇게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자 많다. 하지만 이 경우 그렇다면 당신도 물질 우선주의자인가요 하고 정색하고 물어보면 모두들 아니라고 한다.
물어보면 그렇다고 답하는 이 거의 없다. 이처럼 물질을 우선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데, 왜 이 세상을 그리고 남들에게 물질 우선주의자라는 꼬리표를 함부로 붙이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 모두 천부적인 거짓말쟁이거나 또는 세상은 물질만능이 아니든가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 본다. 내가 어디 한 번 물질우선주의자라고 공개적으로 표방하고 나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일단 튀고 봐? 키득키득)
흥분 좀 가라앉히고 돌아와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변 사또 역시 춘향이의 마음을 잡아보려고 애를 무진 썼을 것이라는 점이다. 변 사또의 眞正性(진정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돈과 권력을 만능의 열쇠로 써먹을 수 없는 이상, 행복에 있어서도 역시 그럴 것이다.
돈과 권력이 전혀 없으면 너무 비참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절대반지처럼 절대 열쇠가 될 수 없다는 정도야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나는 아무런 권력이 없는데? 하고 물어보시는 분도 있겠다. 참 한심하긴, 당신에게도 人權(인권)이란 것이 있고, 가족과 주변 사람에 대해 나름의 역할과 권력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을 뿐이다. (이런 착각은 원래 우리가 자신에게 있는 것은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버릇 때문이다.)
오늘은 정말이지, 횡설수설이다. 변명하자면 운명에 관한 여러 생각의 실마리들이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난 또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는 얘기 하나 더 들려드리고자 한다.
여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성에게는 없는 이상한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을 최근에야 발견했다.
아내가 내게 무슨 말을 해왔다. 그런데 말의 전체가 이어지지 않고 돌연 중단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말하나 보다 하고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이 한 10 여초 지나갔다.
기다리다 못한 나는 재촉했다. 여보, 하던 말은 마저 해야지 하고.
그러자 아내는 ‘무슨 말,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래?’ 하고 오히려 되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이런 말 했쟎아? 하고 약간 핀잔을 주었고, 아내는 전혀 어떠한 말도 한 사실이 없다고 우기면서 불쾌해 하는 것이었다.
으잉! 이게 뭔 스토리?
이런 일들이 실은 제법 있다. 그리고 잠정 결론을 얻었다.
결론이란 이렇다.
여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또 하나의 ‘말하는 뇌’가 혀를 움직이는 근육 밑 어느 부분에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 혀뿌리에 있는 ‘새로운 말하는 뇌’를 통해 나온 말이라 자신이 말해 놓고도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이다.
다시 말하면, 여성들이 남성보다 말을 50 %에서 두 배 정도 많이 한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혀뿌리에 새롭게 말하는 작은 뇌가 생성될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잠정결론이다.
혀뿌리에서 나온 말은 대뇌에서 생성된 말과는 성질이 다르고, 때로는 그 兩者(양자)간에 연결이 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여성의 말은 그 어떠한 말도 無罪(무죄)로 추정되어야 할 것이다.
아내가 말실수 해놓고 ‘아,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혀뿌리에서 나온 말인데요’ 하면 끝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橫說竪說(횡설수설)에 대해 얘기하고 마무리한다.
가령 카메라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횡설은 횡으로 벌리는 것이니 카메라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고 메이커는 무엇이 있는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설은 縱的(종적)인 것이니 카메라의 연원과 그간의 기술 발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橫說竪說(횡설수설)은 무지 상세한 브리핑이란 뜻이지 술먹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지금 당신이 핵심을 묻고 있는데 상대가 따분하게 횡설수설을 늘어놓으면 짜증이 나서 딱지 놓기 십상인 것이다.
그러니 사실 오늘의 글은 엄밀히 말해서 횡설수설은 아니다.
그런 무슨 말?
그냥 놀자고 하는 말. 봄꽃이 어서 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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