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의 잣대  _  2009.8.7
기업가들이 정치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여자를 '조달(pay)'하는 것은 이탈리아 정치판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나는 그저 그 시스템의 한 부분이었다.

이탈리아 총리와의 섹스 스캔들을 폭로한 한 매춘 여성의 말이다.

이런 스캔들에 대해 ‘나는 聖人(성인)이 아니다’라고 얼버무린 총리의 말도 재미있다. 스캔들을 그 정도의 해명으로 양해해주는 이탈리아는 분명 우리보다 훨씬 덜 僞善(위선)적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녀를 총리에게 조달했던 기업가를 검찰이 부패와 매춘알선 혐의로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내는 것을 보면 그 점은 우리와 참 유사하다 싶다.

지금까지의 일만으로도 충분히 책 한권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얘깃거리가 나오지만 참기로 하고 몇 가지만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얘기할 것은 어느 나라건 관계없이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이중의 잣대가 존재한다는 점이고 그것이 나름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역시 매춘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섹스를 돈으로 사고 팔면 벌을 받는 것’이 공식적인 법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섹스를 사고 팔다가 경찰에게 걸리면 벌을 받는다’는 것이 현실의 법이다.

이 말은 제법 큰 차이가 있다. 매매춘 자체가 不法(불법)이 아니라, 매매춘을 하다가 경찰에게 걸려야만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에게 걸릴 때 비로소 불법이 되다보니 걸린 사람은 엄청나게 억울하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재수가 없는 것이다.

매매춘 자체는 관계가 없고 그 행위가 경찰에게 걸렸을 때 불법이 된다 함은 우선적으로 경찰관의 직무 수행과 관련하여 ‘거래’가 생겨날 온상을 제공한다. 포주가 경찰관에게 사전 상납을 하거나 단속에 걸린 성소비자-이런 단어가 있을라나-스스로가 직접 시쳇말로 ‘쇼부’를 칠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매매춘 금지법으로 국가는 국가 공무원인 경찰들에게 부패의 여지를 제공했다 해도 충분히 말이 된다.

법 제정의 의도가 옳다고 해도 그것이 현실의 공간에서 지켜지기가 사실상 어렵다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법을 ‘선언의 형식’으로만 포고하는 것이다.

즉 단속과 처벌과 같은 법집행은 하지 않고, 장차 우리 사회에서 매매춘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이자 규범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방식이다.

이런 선언 형식의 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되어있다. 현재 북한지역은 사실상 우리 영토가 아니지만 헌법은 그렇게 되어있으니 이는 선언형식의 법이라 할 수 있다.

매매춘 금지 법률도 이런 선언형식의 법으로 제정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법 그리고 제도 중에는 사실상 또는 결코 지켜질 수 없는 규범과 가치들을 공식적으로 강제하고자 하는 억지가 허다하다.

그렇기에 여기에 이중 잣대의 여지가 생겨나 그 메울 수 없는 공간을 억지로라도 메우게 되는 것이다.

어느 의학자가 쓴 책을 보니 남자의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구, 노골적으로 말해 가급적 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으려는 남성의 욕구는 기본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저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글을 읽으면서 그 의학자 역시 남자다 보니 자신 스스로의 욕구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그런 책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잠시 했었지만, 역시 그 말은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탈리아 정치판에서 이득을 보고자 하는 기업가가 권력자에게 접근해서 여자를 조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이다. 까놓고 얘기해서 그래봤자 콜걸 하나 붙여주는 데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닐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이탈리아 국민들도 분노하기 보다는 ‘뭐 그렇지’ 하면서 넘어가줄 수 있는 것이다. 분노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분노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정치인의 성적 스캔들을 ‘공격’하는 것은 그 출발부터가 정치이고 권력다툼인 것이다.

정치인이나 권력을 가진 남자들의 성추문이 사회 문제가 되게 된 것은 여권신장을 외치는 사람들의 노력보다는 정치적 적대세력 간에 가장 이용하기 좋은 먹잇감으로 활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렇다 할 약점이나 치부가 없는 政敵(정적)을 제거하는 데 가장 손쉽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섹스 스캔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탈리아 총리가 나는 성인이 아니다 정도로 말하고 국민들도 그렇지 뭐 하면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은 이탈리아 정치가 우리보다 政爭(정쟁)의 치사함이 덜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왜 이런 이상한 말을 하느냐 하면, 겉으로 내건 규범과 현실간의 괴리가 클수록 그 사회는 부패의 여지가 많고 실제 부패의 정도도 심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암살된 케네디 대통령이 희대의 여배우 마릴린 몬로와 한창 놀아나고 있을 때 CIA 국장 후버는 이 사실을 염려하여 대통령에게 경고했고, 이에 케네디 대통령은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보내 몬로와의 관계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이번에는 동생 로버트 케네디가 몬로와 놀아나기 시작했다.

정적으로부터의 공격을 우려한 후버 국장은 대통령의 허가를 받아 마침내 요원을 보내어 몬로를 약으로 죽였다.

미국과 같은 청교도적 엄격함이 있는 나라였기에 몬로가 죽었지, 이탈리아였다면 결코 몬로는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겉으로의 가치나 규범과 현실간의 괴리가 너무 컸기에 그런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국가정보부는 국가 안전에 관여하는 부서이니 그 중에는 정권을 책임진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도 그런 임무에 속한다. 후버 국장은 잔혹했지만 나름 책임을 다한 것이다.

그러나 가치와 현실간의 괴리가 크지 않은 사회라면 발각이 났어도 케네디는 ‘정무 피로를 씻기 위해 좀 놀았어요’ 했을 것이고, 몬로는 ‘야수와 미녀의 당연한 결합 아니겠어요, 호호호’ 했을 것이다.

부패는 어느 문화이건 어느 사회이건 존재한다.

공식 규범과 현실의 괴리가 없는 따라서 부패가 없는 그런 도덕적 사회는 존재한 적도 없고, 만약 존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도덕적 지옥일 것이다.

도덕적 지옥은 인간의 상상력과 도덕에 대한 허영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정신적 지옥이다.

게임에 환장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최신형 닌텐도를 사다 주면서 하루에 한 시간만 하라고 하면 아이는 어떻게 행동할까? 실제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싫증이 날 때까지 할 것이고, 그러다가 들키면 일단 거짓말을 할 것이다. 그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거짓말을 강제한 거나 마찬가지이다. 거짓말도 요령이니 교육시키기 위해 그렇게 했다면 모를까.

이럴 경우 거짓말을 막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에 CCTV를 설치한다면 아이에게 집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정답은 아이는 실제 하루에 여섯 시간 정도 게임을 하고, 부모가 ‘오늘은 얼마나 했니’ 하고 물으면 ‘두 시간 정도밖에 안 했어요’ 라고 아이가 대답하게 한다. 그러면 부모는 ‘하루에 한 시간 정도로 줄이면 좋겠구나’ 하고 희망 사항을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네, 알았어요’ 라 답한다.

시간이 지나 싫증이 나면 아이는 하루에 한 시간도 하지 않게 된다. 물론 다른 오락기를 찾아 나서겠지만.

(부패에 대해서는 언제 기회를 보아 여러 번에 걸쳐 재미난 얘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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