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특사 방문 외교의 실체  _  2009.8.6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잠깐 방문했고 여기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일을 놓고 국내 미디어들은 제법 바쁜 척을 한다. 보도가 일인지라 그저 보도를 위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북한학 교수라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고, 북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럴 때 얼굴 한 번 더 알리고 그저 그런 식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부 흠집 내느라 분주하고.  

이렇듯 필요 없는 말들로 가득한 오늘의 세상이다.

그런데 약간 재미난 점은 어느 누구도 이번 클린턴 특사 외교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얘기해주는 곳은 없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죄다 봉창 두들기는 소리들만 무성하다.

그러니 알려드리고자 한다. 뭐 알아서 아는 체를 하자는 마음 추호도 없으니 그저 알려드리고자 한다. 적어도 무슨 내용인지는 알고 가자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을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원칙이고 북한은 핵 보유에 쏟은 돈과 희생이 얼마인데 핵 포기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들은 이번 여기자 인질 건이 양자 담판을 이끌어내는 계기로까지 만들어내긴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했다.

다만 김정일은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현 실정에서 자신의 권력이 건재하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런 면에서 클린턴은 딱이었다. 대통령직을 지낸 사람이니 북한 주민들이 보기에 ‘야, 봐라, 결국 미국 양키놈들의 두목을 지낸 클린턴이란 놈이 지도자 동지 앞에 와서 읍조렸다는구먼, 그래서 지도자 동지가 은혜를 베푼 거지, 양키 놈들, 우리 강성대국인 북조선이 미사일 몇 발 날렸더니 완전 겁먹은 모양이야!’, 바로 이런 소리가 나오도록 할 수 있다면 김정일의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성공이었다.

오바마 역시 김정일의 의도를 뻔히 알았지만, 국민들을 보호하고 찾아올 수 있다면 정치적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얼굴이 서는 일이었기에 할 수 없이 클린턴에게 전화를 걸어 ‘형님, 한 번 다녀 오시지요’ 하고 부탁을 드렸던 것이다.

클린턴은 사실 좀 비참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한 때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자신이 겨우 인질 특사로 의기양양한 김정일과 사진을 찍고 오는 용도로나 이용된다는 사실이 불쾌했을 것이다. 하지만 클린턴과 그 참모들 역시 그런 치욕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던 것 같다.

가장 재미를 본 자는 김정일이고 다음은 오바마 대통령, 미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보호자로서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었으니. 다음으론 클린턴, 궂은 역할이긴 하지만 여전히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 길에 우리 정부는 현대 아산 직원의 석방도 요청했겠지만, 김정일 입장에서 그 요청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그래야만 차별이 되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 전달은 없었다. 그러나 클린턴은 떠나기 전, 오바마에게 ‘뭐 전달할 말은 없을까’ 하고 물었을 것이고, 오바마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끝까지 개기면 죽음밖에 없다는 말을 상황에 따라 할 수 있으면 하시고 분위기상 아니면 그냥 오셔도 좋구요’ 정도의 말을 건넸을 것이다.

이상이 이번 클린턴 특사 방문 외교의 전말이다.

지금 김정일 입장에서 핵개발로 북조선의 앞날을 담보하겠다는 야심은 어쩌면 이미 접었을 지도 모른다. 부시 8 년에 오바마 4년의 세월은 그런 김정일의 꿈을 완전히 꺾어놓았다 하겠다.

따라서 북한 핵 도박은 완전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패했다 하더라도 수습은 해야 할 입장에 놓인 것이 김정일이다.  적어도 북한 주민들에게 핵 개발이 미국을 충분히 겁주었다는 생각은 가지게끔 해야만 최소한의 본전은 나오는 셈이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클린턴 특사 건은 김정일에게 나름의 효과는 있었던 셈이다. 나아가서 이 일로 하여 김정운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일이 순탄히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수명을 생각할 때 김정운이 권력을 넘겨받은 뒤 북조선의 앞날이 어떻게 되느냐는 아마도 자신의 손을 벗어난 일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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