足(족)이란 한자  _  2009.10.9
足, 이 글자는 한자에 문외한일지라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音(음)도 알고 뜻도 알 것이다.

그런데 自足(자족)한다, 知足(지족)한다는 말이 있다. 自足은 스스로 만족한다는 의미이고 知足은 자신의 분수를 안다는 의미이다. 왜 여기서 발 足을 사용하는 것일까?

그래서 가까운 이에게 ‘야, 너 직역하면 발을 안다는 말, 知足이 자기 분수를 안다는 말로 쓰이는 줄 알고 있니?’ 하고 물어보면 ‘그러게, 왜 발을 가져다 붙였지?’ 한다.

그러나 어려운 한자가 아니기에 약간 상상을 해보면 대충 짐작이 가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설명해본다.

한 충청도 양반에게 물건이 든 푸대-충청도 방언이고 표준말은 포대-를 하나 지게 했더니 충분히 견디고 설 수 있다고 하자.

다시 한 푸대 더 지게 하니 발이 떨떨 떨린다. ‘지는 더 이상 감당이 안 되는뒤유, 지 발이 견디질 못하는구먼유’한다.

발이 감당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힘이 모자란다는 뜻, 다시 말해 능력이 깜냥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이제 확실해졌다, 여기서 발은 능력을 의미함을.

그러니 知足이란 자신의 능력을 안다는 의미이고 自足이란 능력을 스스로 알아 분수를 지킨다는 말이다.

아울러 滿足(만족)이란 말은 사실 능력에 꽉 들어찬다는 의미이건만, 그보다는 욕망이 달성되어 기분이 좋다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러니 이 경우 만족은 滿腹(만복), 실컷 먹어서 배가 가득 찼다는 말로 써야 더 옳다 하겠다.

하지만 말이란 것이 원래 사람 사이에서 그렇게 약간씩 와전되면서 쓰이는 법이고 그러다가 세월이 오래 지나면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에 知足不辱(지족불욕)이란 말이 있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서 그 선에서 그칠 줄 알면 욕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신의 능력과 깜냥의 선을 안다는 것이야말로 실은 가장 어렵다.

이른바 ‘잘 나가던’ 사람이 어느 순간 급격하게 몰락하는 것 역시 자신의 한계를 몰랐기 때문이리라.

高手(고수)란 바로 무한대의 능력을 지닌 자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한계를 아는 자라 하겠다. 한계를 알기에 무리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고, 가능한 일만 알아서 손을 대니 실패하는 법이 없는 것이다.

知足이란 따라서 소크라테스가 말한 바, 네 자신을 알라, know yourself 와 상당히 유사한 말인 셈이다.

禮記(예기)에는 또 學然後知不足(학연후지부족)이란 말이 있다.

배운 다음에야 무엇이 모자란 것인지를 알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배우지 않은 자는 무엇이 부족한 줄 모르니 함부로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발을 뜻하는 足에서 무게를 감당하는 ‘능력’을 뜻하는 의미가 생겨나왔다.

참고로 知足에서 알 知는 살 矢와 입 口로 이루어진 글자이지만, 여기서 口는 입이 아니라 ‘과녁’을 뜻한다. 그러니 知는 화살로 과녁을 적중시킨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知는 사물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뜻하는 말이다.

(사실 이 글은 일이 바쁜 관계로 오늘은 글쓰기를 스킵하려 했으나 입안에 가시가 돋을까-口中生棘(구중생극)-염려되어 간단하게 몇 자 올렸다. 공연히 블로그에 들락거리게 하기가 미안한 마음이 더 큰 까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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