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패션과 스타일에 대해  _  2009.10.22
먼저 수염에 관한 얘기부터 하겠다.

전 세계적으로 남자가 수염을 멋지게 기르면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우두머리란 뜻이다. 이런 관념은 세계적으로 거의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 기를 처지가 아닌 자가 수염을 기르면 ‘도라이’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일본에서 활동 중인 바둑기사 조치훈 씨를 보면 수염을 기르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일본 바둑의 대표이기에 어울리는 경우라 하겠다.

미국도 그렇다. 최근 모니터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는 미국의 버냉키 연방위원회 의장은 멋진 수염을 가지고 있다.

조폭 두목들도 수염을 많이 기른다. 특히 일본 야쿠자와 이탈리아 마피아가 그렇다. 홍콩 삼합회 총수도 수염을 곧잘 기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선 말기부터 워낙 심한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기를 겪어야 했던지라, 이 관념이 다소 애매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도 수염은 우두머리란 의미를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暗示(암시)한다는 것이고 다른 나라나 문화권에선 明示(명시)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 내심 우두머리임을 자처하는 사람도 수염을 기르기보다는 기르지 않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염은 권력과 권위의 상징이다.

예를 들면 가수가 수염을 기르면 가수가 아니라 스스로 일가를 이룬 음악예술인이라는 뜻이다. 문학 역시 수염을 기르면 그런 뜻이다.

그러니 그런 양반에게 눈치 없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를 묻는 것은 무척이나 실례가 된다. 말로는 수염이 워낙 잘 자라서 기르기로 했다는 식으로 변명을 하지만, 속으론 엄청 기분 나빠한다.

어떤 양반은 그래서 약간의 트릭을 사용한다. 수염만이 아니라, 머리도 꽁지머리 같은 것을 해서 슬쩍 위장전술을 펴기도 한다.

문제는 수염을 기른 본인 스스로는 대가임을 자부하지만 남들이 그렇게 봐주지 않는 경우라 하겠다.

수염 문화가 명확한 나라들은 그런 문제가 없다. 수염 기른 것을 지적하지는 않지만 그 분야에선 왕따를 당하게 되기에 함부로 기를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수염이 권력과 권위의 상징이란 것이 명확한 편이 아니기에 문제가 되고 불편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사회에서 수염은 권력과 권위의 상징이라기보다는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신호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세탁소 주인도 수염 기르면 그만이고, 커피 집 주입도 수염 기르면 그만이며, 지위는 없어도 아파트 몇 채 가진 여유만 있으면 길러도 그만이다. 수염은 우리의 경우 ‘독립자존’의 상징인 것이니, 아무래도 B 급 문화에 더 가깝다 하겠다.  

다음으로 넥타이에 대한 얘기를 하겠다.

서양에서는 빨강 색 넥타이가 두목의 상징이다.

넥타이는 자영업자보다는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 주로 매게 된다.

유럽이나 미국 기업의 경우, 일반 직원들은 감히 빨강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며칠 만에 직장을 잃게 된다.

넓은 사무실에 수백 명이 근무한다 해도 빨강 넥타이를 맨 사람은 단 한 사람이고, 그 사람이 바로 두목이다.

일본의 경우는 더욱 재미있다.

일본인들은 무늬가 화려한 넥타이를 매지 못한다. 무늬가 있어도 세 걸음만 물러나도 보이지 않는 잔잔한 넥타이를 맬 뿐이다. 무늬가 선명한 넥타이는 역시 두목만 맨다. 대기업의 전무급들도 무늬 넥타이를 매지 않을 정도라 보면 된다.

무늬는 사람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니, 시선을 끄는 사람은 두목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관념이 없다. 참 자유롭다. 하지만 은근히 존재한다. 대기업 간부들은 한 결 같이 눈에 띄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봉급을 많이 받는 머슴 신분임을 결코 망각하지 않는 것이다.

남자의 정장에 관해 얘기해보자.

서구식 정장은 ‘모닝 드레스’에서 변화되어온 것이다. 주로 검정색의 테일코트(연미복)과 웨이스트 코트(조끼), 그리고 회색 줄무늬 트라우저(바지)가 원형이다.

그것이 변해서 다소 약식인 턱시도로 변했고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변함이 없으니 예의를 갖춘 옷이란 의미이다.

최근에는 캐주얼 복장도 많이 입는 경향이 있지만, 직장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역시 정장을 권하고 싶다.

설령 상사가 캐주얼 복장이라 해도 정장을 입은 당신을 보면 마음에 들어 하고 더 중요한 점은 당신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장을 입을 때 중요한 포인트는 상사나 높은 직위의 사람의 복장보다 더 높아 보이는 차림을 갖추면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붉은 색 넥타이에 대해 그다지 관념이 없는 편이지만, 역시 피하는 것이 좋고 수수한 넥타이를 매는 것이 좋다.

복장 원단은 실키(silky)한 느낌을 주는 것을 철저히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하면 浮薄(부박)하거나 연예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늘 깔끔하게 차려입은 당신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 당신의 이미지로 정착이 되어 사회생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1997 년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글로벌 스탠다드’가 유행을 타면서 멜빵을 차는 경우가 현저히 늘기도 했는데, 미국 금융회사에서 멜빵 역시 하나의 권력적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멜빵은 ‘개멋’을 부리는 것에 해당된다.

신발에 관해 얘기하자.

신발의 경우 한 가지 점만 언급하기로 하자. 끈 있는 신발을 신으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수제화풍의 신발은 전 세계적으로 귀족의 상징이니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구두 제작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점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국내 수제화 가게를 찾아가서 잘 맞추어서 신으면 품질도 좋고 티를 별로 내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멋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스스로가 세계 최고의 신발을 없애버렸으니 아까울 따름이다.

소품에 관해 얘기하자.

먼저 필기구.

만년필의 경우 몽블랑이나 파커, 워터만 등등, 볼펜에도 대표적으로 크로스 등등 많은 명품이 있다.

하나 정도 가지는 것은 나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가지게 된 사연에 대해 변명거리를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상사가 ‘자네 그 만년필 좋은데, 어디서 생겼나?’ 하고 물어보면 ‘네, 아내가 결혼 10 주년 선물로 사준 건데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압니다’ 정도의 핑계는 준비해놓고 있으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멍청하게 ‘좋아 보여서 하나 샀는데요, 왜요?’하면 상사는 속으로 ‘웃기는 놈이네’ 한다.

그리고 지갑이 있다.

지갑 중에 최악은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 넣는 경우이다.

불룩한 지갑은 골반 구조에도 기형을 가져오니 건강상으로도 해롭다.

지갑 중에 품위 있는 것은 상의 안주머니에 두는 장지갑이다.

그리고 지갑 속에 카드가 수두룩 꽂혀 있으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된다. 잘해야 접대를 많이 해야 하는 중소기업체 사장이나 아니면 기업체 영업사원 같은 인상을 주게 되고 아니면 경제관념이 없는 사람으로 비쳐진다.

두세 장 정도가 한계라 하겠다.

그리고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소품은 바로 손수건이다. 남자의 품위와 너그러움을 최대한 살려주는 물건이다.

남자의 패션과 스타일에 관해 두서 없는 얘기를 했다.

복장과 소품은 멋을 내기 위함도 있지만, 신분을 상징하기도 하며 가장 중요한 점은 적절한 예를 갖추기 위함이다.

우리사회는 몇 년 사이 권위주의란 것을 없애지 않으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한편 결혼식 등을 보면 우리 사회의 허례허식은 절정을 달리고 있다. 모두 잘못된 생각이다.

하지만 권위는 사회 안녕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관계 문화’라는 점이다. 예절이란 것 역시 신분에 차별을 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을 위한 배려가 본질이다.

그런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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