稷門(직문) 아래의 학문 -- 諸子百家(제자백가) 이야기 제1회  _  2009.7.12
중국 춘추전국 시대 여러 사상가들을 제자백가라고 한다. 그들의 주장과 논쟁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속한 동아시아 세계의 사상적 뿌리가 되었다. 이들의 삶과 주장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는 연재 글을 마련하기로 했다. 체하는 일이 없도록 쉽게 부드럽게 조리할 생각이다.

제자백가란 諸子가 여러 사람, 百家 또한 무수한 사람이란 뜻이니 대략 기원전 700 년에서 200 년에 이르는 동안 중국에서 전개된 다양한 사상가들 그리고 그들의 주장과 논쟁을 뜻한다. 대표 선수로서 공자를 위시하여 맹자와 순자, 묵자, 노자와 장자 등 그런 사람들의 얘기이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춘추전국시대라 부른다.

‘춘추시대’는 수백개의 도시 국가가 있던 시절로서, 공자가 엮은 노나라의 역사책 ‘春秋(춘추)’에서 따온 것이다. 춘추란 말은 본시 ‘한 해’를 뜻하는 보통명사이기도 하다, 올 해 춘추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하면 나이를 묻는 말인 것처럼.

‘전국시대’는 이전 수백개의 도시국가가 불과 7 개의 나라로 정리된 시기에 대한 전쟁과 외교를 다룬 戰國策(전국책)이라는 책에서 따왔다. 기원전 403 년부터 221년에 이르는 시기를 말한다. 전국시대는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면서 막을 내렸다.

춘추전국 시대는 수많은 나라들 간의 부단한 전쟁과 상호 모방, 경쟁 등으로 점철된 시대였기에 평화의 시기는 아니었지만 대단히 역동적인 시기였다.

각종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조직화가 나라의 운명과 나라간의 패권을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하던 시절이었기에 자연히 다양한 생각과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이름을 齊(제)라고 했는데 오늘날 인천에서 배를 타고 서해를 건너면 도착하는 중국의 산동 반도에 있던 나라였다.

그곳의 사람들은 東夷(동이)족으로서 우리와도 연관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풍토와 문화 또한 중국 내륙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제나라는 농경지가 협소하고 땅에 소금기가 많아 농산물은 적은 반면 바닷가라 고기잡이가 활발했고, 상업이 일찍부터 발전했다.

이른바 제나라는 海洋(해양)문화적 요소를 지녔던 것이다. 해양문화란 바다 저편에 있는 세상에 대한 동경심과 호기심을 가진 문화이다. 따라서 진취적인 면이 있고 空想(공상)도 풍부한 특색을 지닌다.

제자백가는 바로 이런 해양문화를 지녔던 제나라에서 시작되었다.  

기원전 379 년부터 제나라를 다스린 威王(위왕)은 특히 학문과 사상에 대한 열정이 컸다. 그는 도성 臨淄(임치)의 서쪽 문인 稷門(직문)밖에 학당을 세우고 천하의 학자들과 사상가들을 초빙하였다. 이를 두고 稷下之學(직하지학), 즉 직문 아래의 학문이라 부른다.

유교의 대성 ‘공자’는 직하지학으로 학문과 사상이 융성하기 훨씬 이전 사람이다. 하지만 공자 역시 학문을 널리 퍼뜨리고자 마음을 먹게 된 것도 역시 제나라를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고 하니 제나라는 오래 전부터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당시 직문 아래 학당에서 강론을 한 대표적인 사람을 보기로 하자. 공자의 학문을 이은 孟子(맹자)가 있고 책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당대의 최고 변론가인 순우곤, 도가적 입장에서 외교와 전략을 주장했던 윤문, 오행설로 세상의 변화를 설명한 鄒衍(추연)을 위시하여 실로 다양한 학자와 사상가들이 직하의 학당에서 강론을 하고 사상을 펼쳤다.

그 이후 제나라의 수도 임치는 제나라가 진시황에게 망한 뒤에도 무려 6백년에 걸쳐 비록 성쇠는 있었지만 끊임없이 학문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그리하여 임치의 학문을 흔히들 제나라의 학문이라 해서 齊學(제학)이라 했다.

삼국지, 그러니까 직하지학이 융성했던 시절로부터 무려 500 년이 지난 삼국시대 촉한의 황제 유비는 젊은 사절 ‘노식’이란 학자에게 사사했던 바, 노식 역시 산동반도의 임치에서 제학을 공부한 학자였다. 그러니 제학이 중국 사상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능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첫 번째 글은 제자백가의 배경에 놓인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 얘기했으니 다음부터는 여러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에 대해 매주 한차례 아주 쉽게 얘기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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