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특사의 방북 성과에 대해  _  2009.12.13
얼마 전 북한을 다녀온 보즈워스 특사는 이번 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용’했다고 답했다. 번역하면 ‘아무 것도 없어 짜증스럽다’는 얘기였다.

김계관 부상과의 대담에 대해 ‘매우 건설적이었다’는 얘기는 쌍방간에 들어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고, 6자회담에 대해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은 ‘당장 될 일은 하나도 없으니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얘기였다.

보즈워스가 11월부터 방북 시기를 조율했던 것은 그래도 시간을 좀 끌면서 사전 협상을 통해 뭔가 좀 건지려는 것이었지만, 결국 무위로 끝이 나자 그냥 다녀온 것이다. 안 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다녀오는 것이 외교측면에서 미국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냥 갔다 온 것이다.

이를 두고 그럴 거면 그런 쓸 데 없는 짓을 왜 하는가 싶겠지만, 그건 그렇지가 않다.

이번 방문으로 오바마 정부는 임기 4 년 동안 이끌어 나갈 대북한 정책의 테두리를 확고하게 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고려하고 결정지어야 할 요소들은 이런 것이었다.

먼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시킬 수 있는 것인가? 그 답은 이번 방문으로 ‘불가능하다’로 정해졌다. 따라서 오바마 정부는 임기 중에 북핵을 포기하게 하는 어떠한 정책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해봐야 헛짓이니까.

그렇다면 임기 중 가능한 차선의 해법은 핵이나 핵기술 이전을 방지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는 북한이 조건을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아직은 핵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용도로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니 그렇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정부는 재임 중에 북한과의 확고한 협상 채널을 열어두는 것이 여러 면에서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번 방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 다소나마 再選(재선)을 위한 정치적 선전용으로 써먹을 수 있는 여지는 남긴 셈이다.

따라서 급격한 북핵 포기 시도나 해결은 오마바 정부는 시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고, 북한 역시 이런 태도로 임했으니 당분간 동북아시아에서 급격한 긴장사태가 조성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 명확해진 셈이다.

그러니 이번 보즈워스의 방북으로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갈 데까지 간 놈, 공연히 건들지 말고 그저 사고치는 일은 없도록 관리’하는 정도로 귀결이 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건진 것이 있다.

미국 특사를 직접 불러왔으니 북한 주민들에게 미국이 여전히 김정일 위원장의 ‘위력’을 인정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더하여 미국 특사가 그렇게 애원(?)했건만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 하고 돌아가게 했으니 ‘물먹였다’는 선전효과도 있다.

그리고 이제 발등의 불이 된 긴박한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포석을 놓은 효과가 있다. 우리가 해마다 40 만 톤씩 보내주던 쌀이 이미 2년간이나 보내질 않았으니 올 겨울 식량 사정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쌀을 받긴 해야 하는데, 급작스럽게 죽는 소리 하면서 받을 수도 없다. 그러니 미국 특사가 왔다 가면서 ‘이제 조만간 남한으로 하여금 쌀을 보내게 하겠으니 제발 긴장 관계만은 조성하지 말아 주십사’ 하는 말을 남겼다고 핑계를 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건진 것이 있다.

쌀을 주고 싶어도 도대체 명분이 없었는데, 북한이 조만간 애매한 유화책이나마 들고 나올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처음에 옥수수 좀 보내고 그런 연후에 북한이 조금 더 고분해지면 본격적으로 쌀을 보낼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북한 주민을 굶겨 죽이는 일만큼은 막아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國益(국익)이기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일괄 타결’은 핵을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이  들어줄 리 만무한 바람임이 이번 방북으로 일단 확인이 되었다. 하지만 명분 면에서 대북 정책의 근본 입장으로 정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점도  확인이 된 셈이다.

동시에 쌀을 보낼 명분도 만들고 긴장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며 돌발적으로 있을 수 있는 북한의 붕괴를 막는다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실질적 대북 정책도 그 윤곽이 정해졌다.

그리고 이번 미국 특사의 방북 외교로 확실해진 것이 있다.

이제 북한이 또 다시 핵 실험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적 차원에서 비용 상으로도 무리인데다 저번에 있었던 제2차 핵 실험의 공갈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 북한 입장에서 더 이상 시도를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은 스스로도 원치 않는 핵 실험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을 이번 보즈워스와의 회담이라는 대화국면을 통해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은 모두에게 분명 이익이다.

이상이 이번 보즈워스 방북 외교의 내용이다. 절반의 실패 또는 절반의 성공이라 평하건 간에 그런 것은 그저 각자의 자유이다.

그리고 북한은 2012 년까지 핵보유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고, 아시아의 경제 호랑이(economic tiger)가 됨으로서 강성 대국을 이룩한다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주민들로부터 통치의 정통성을 겨우 유지해가고 있다.

‘조금만 더 참아라’ 식이다.

핵보유 인정이야 말로 장난쳐도 통할 문제라 하겠지만, 두 번째 목표인 경제 호랑이가 된다는 것은 또 무슨 말로 사기를 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허황된 목표임이 분명하지만, 이 말 속에는 중요한 의미가 하나 담겨있다.

경제적 호랑이가 되려면 최소한 더 이상 긴장을 조성해내는 일은 북한 스스로도 자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음양으로 사물을 보는 내 눈에는 2012 壬辰(임진)년이 되면 북한이 더 이상 현재의 야만 독재 상태를 이어갈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4 년은 북한 체제의 합리적인 終末點(종말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번에는 ‘북한 문제와 통일의 전망’에 대한 글을 올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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