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시대별 이념 변천에 대해  _  2009.10.14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라는 일반적 구분이 있긴 하지만, 그 역시 나라별로 시대별로 상당히 다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그러니 좌와 우, 진보와 보수에 대해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으면 상당히 공허한 개념이나 관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처한 특수성이란 무엇일까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 순서라 하겠다.

크게 보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해방 이후 서울과 부산을 잇는 선이 발전의 기본축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문물과 지원이 미국과 일본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호남의 소외 문제가 발생했다.

셋째, 우리 경제의 발전과 성장은 기본적으로 ‘수출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이 세 가지 특수상황이야말로 해방 이후 분단국가로 출발한 우리 대한민국이 당면했던 여러 문제점 중에서 여전히 미해결의 과제로서 지금까지도 정치적 갈등과 분쟁의 원천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좌와 우, 보수와 진보의 특성과 색깔도 이에 따라 결정이 지워졌다.

위의 세 가지 상황 중에서 오늘날 다른 것에 비해 그래도 비교적 해결을 보고 있는 분야는 두 번째, ‘호남의 소외’ 문제라고 하겠다. 물론 현실에서 ‘지역감정’은 남아있지만 그것은 아직 慣性(관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과의 대치 문제가 그래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미 북한은 체제 경쟁에서 대한민국에 대해 현저한 열등성과 후진성을 노정시켰기 때문이다. 즉 체제경쟁은 이미 끝났고,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될 것이냐의 문제만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는 수출 의존형 경제라는 점이다. 이 문제는 사실 상황이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우리 수출 시장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는 점, 더하여 미국이 작년으로서 그간 해오던 수입 시장으로서의 역할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여기에 유로 지역의 나라들도 유로권 나라들끼리의 역내 교역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낸다.

따라서 수출 의존의 경제구조는 조만간 커다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우리 경제 규모 역시 상당한 수축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 본다.  

그러니 일부 실마리가 생겨난 것들도 있지만, 경제 문제처럼 더 악화되고 있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이 세 가지 문제는 향후 우리가 30 년에 걸쳐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런 전제 하에서 지난 우리 현대사의 이념적 지형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아울러 예측해보기로 하자.

좌와 우, 보수와 진보는 마치 陽과 陰과 같아서 부단히 번갈아드는 潮水(조수)와도 같은 것이니 그 절대가치를 놓고 당위와 우열을 가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전에도 얘기한 바 있지만 사물을 보는 나의 陰陽觀(음양관)이다. 다만 시대별 상황에 따라 더 필요한 것이 있어, 양의 때가 있는가 하면 음의 때도 오는 법이다.

지난 역사를 10 년 단위로 끊어, 좌와 우로 나눈다면 이렇게 된다. 이렇게 나누는 근거는 甲辰(갑진)의 해가 우리국운의 상승 ‘모멘텀’이기에 그렇다. (이제 우리 사회는 우파와 좌파란 말을 편하게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1958 -- 1967 우파 약진    
1968 -- 1977 우파의 시대
1978 -- 1987 우파 퇴조
1988 -- 1997 좌파 약진
1998 -- 2007 좌파의 시대
2008 -- 2017 좌파 퇴조

사실 이 리듬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다만, 시대에 따라 특성이 있다는 점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의 진폭과 편차가 줄어들 것이다.

오늘날 유럽의 정치지형에서 좌와 우 사이에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인 것도 그런 까닭이다.

1968 - 1978 년 기간은 유신 체제로 상징되는 시대였고, 우리가 자동차, 화학, 조선, 철강 등 중화학 공업에 승부수를 띄웠던 시기였다.

1998 - 2007 년 기간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시대로서 북한과의 체제경쟁을 끝내고 도움의 손을 내민 시기였으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는 노력이 강조된 좌파 또는 진보의 시대였다.

그러니 앞은 양의 시대였고 뒤는 음의 시대였던 것이다.

따라서 2008 년에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좌파의 퇴조기에 해당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중도실용’ 역시 우파의 입장에서 보면 좌의 성향이 있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고 좌파의 입장에서는 우의 성향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한다.

그러나 좌파가 퇴조하는 이 시대를 나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현재의 시점에서 좌파가 퇴조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점 때문이다.

좌파의 어떠한 행동도 수출에 지장을 준다는 점을 보수언론이 지적하기만 하면 즉각 힘을 잃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국민 전체의 ‘밥그릇’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니 ‘나누는’ 문제는 자연 뒷전으로 밀려버린다, 도무지 견뎌낼 재간이 없다.  

최근 민노총의 연이은 탈퇴도 이런 점과 무관하지 않다. 수출기업에서 그 경향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기업이 그것도 수출기업이 부진하면 우리가 수입해오는 무수히 많은 자재와 필수품목들을 그만큼 적게 들여와야 할 것이고, 동시에 채용감소로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것임은 不問可知(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귀족노조’란 말은 좌파 입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약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가장 열 받는 말은 귀족노조, 무쇠 밥그릇, 신이 내린 직장, 이런 말들일 것이다.

이 말들 앞에 더욱 열을 받게 만드는 형용사를 약간만 붙이면 효과만점이다. 예를 들면 ‘투쟁만 일삼는 귀족노조’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중도실용을 기치로 서민전용 금융기관을 추진하고 있으니, 사실 현 시점에서 야당이나 좌파나 이렇다 할 반격 수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모두 좌파의 퇴조를 말해주고 있음이다.

민주 대 반민주는 마치 이미자 노래만 틀어주는 다방 같은 느낌이고, 독일 관념철학 입문과도 같은 좌파 미디어의 글은 당사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읽지 않는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진보가 내부 쇄신과 창조력을 발휘할 때라고 본다. 모든 것은 어려울 때 진짜와 가짜가 가려진다는 묵은 금언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좌와 진보의 가치를 새롭게 규정해야 할 때라고 여긴다.

나는 이른바 ‘조중동’만 읽지 않고 반대쪽의 미디어들도 열심히 읽는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좌파 미디어에게 지적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함부로 던지는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익혔기에 감히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나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니 좌도 우도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좌파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 기고하는 사람들에게 드리는 간곡한 당부의 말씀이다.

‘제발 글 좀 쉽게 써주었으면 한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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