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간의 造化(조화)를 훔치는 자여, 그대 이름은 영웅이라! (2)  _  2009.12.18
저번 글에서는 갑자기 흥이 우리 정치로 가는 바람에 무협지와 유사한 구조로 얘기를 엮어갔지만, 오늘은 좀 더 진지 모드로 가고자 한다. 이처럼 기분은 매일 변한다.

‘교탈조화’로 다시 돌아오자.

천지간의 조화를 훔친다는 얘기인데, 그 훔치는 방법에 관해 좀 더 집중하자는 것이다.

조화를 훔친다는 것은 결국 黃帝陰符經(황제음부경)이라는 도교의 경전에도 주된 테마로 되어있다.

대학교 시절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 ‘이거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실로 나름 충분히 말이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정말 귀신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귀신에 대해 글 하나 써야지, 제법 재미있을 것이라 여긴다.)

결국 때와 곳을 훔친다는 것이 바로 천지간의 조화를 훔친다는 것의 핵심이다. 그리고 때와 곳을 훔친다는 말은 결국 때와 곳에 맞게 어떤 일을 도모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 말에 대해 아주 쉽고 평범한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농부는 4월 중순 곡우 무렵을 전후해서 씨앗을 뿌리고, 가을이 되어 추분부터 상강 사이에 쌀을 거두게 된다.

그런데 쌀을 만드는 것은 농부의 功(공)인가 아니면 자연의 功(공)인가? 이 점부터 한 번 생각해보라.

농부 역시 뿌리고 김을 매고 비료를 주면서 열심히 농사를 짓지만, 자연의 힘, 즉 봄부터 햇빛이 길어지고 땅의 온도가 올라가고 습기도 알맞게 있어야만 벼가 자랄 것이며 가을이 되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어야만 나락이 익는다.

어느 누구의 힘과 功力(공력)이 더 큰가?

당연히 농부보다는 천지자연의 위력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다.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되거나 홍수가 지면 농부의 수고는 무용지물이다.

그러니 농사를 짓는 主體(주체)는 자연인 것이고, 농부는 거기에 ‘숟가락을 얹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기독교를 믿는 어느 지혜로운 농부가 농사란 하느님과 함께 하는 同業(동업)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기독교를 떠나 얘기한다면 자연과의 동업이 농사인 것이고, 그 지분은 자연이 90 %, 농부가 10 % 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수확과 배당은 농부가 다 가져간다. 이야말로 천지간의 조화를 훔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렇다면 농부가 구슬땀을 흘리며 苦力(고력)을 다한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

그것은 농부의 욕망 또는 의욕 때문이다. 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 힘닿는 한 최대한 넓은 땅을 경작하다보니 바쁘고 힘든 것이지, 경험 있는 농부가 적당한 크기의 농토를 경작하는 것은 사실 일도 아니다.

다만 오늘날의 산업 정보 사회는 농부가 거둔 수확물에 대해 시장 가치를 그다지 높게 인정하고 있지 않기에, 농부는 힘겨운 노동의 대가가 너무 적을 뿐이다. 그것은 인간 사회의 문제이지 자연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오늘날의 세상이 가진 문제는 인간이 기술을 좀 가졌답시고 우쭐대면서 자연을 너무 혹사하고 학대하고 너무 값어치 없는 존재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자연을 정복, conquest 한다는 이상하고도 싸가지 없는 신념이 문제인데, 이 또한 얼마 가지 않아 혼줄 나는 날이 올 것이다.


돌아와서 그러니 농부에게 있어 중요한 지혜, 즉 조화를 훔치는 재주는 다름 아니라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수확할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동시에 논이라는 곳에 씨를 뿌려야지 야산 비탈에 뿌리면 그 또한 헛일이다.

이것이 때를 아는 지혜인 것이고, 곳을 아는 지혜이다. 그럼으로써 조화를 훔치는 것이다.  

만일 볍씨를 동짓달에 뿌려보라, 다 얼어 죽어 버릴까 우려해서 논 위에 모조리 비닐을 덮고 벙커 C 유를 마구 땔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제 때와 곳을 훔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농사일은 이제 너무 알려진 지혜라서 값을 쳐주지 않지만, 사업은 그렇지 않다. 가령 당신이 어떤 사업을 하려 한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는 얘기이다.

사업도 실은 제 때와 제 곳이 있다. 문제는 그 때와 곳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법 규모가 있는 기업은 신규 사업을 고려할 때 사전에 시장조사와 전망 등등 나름 다양한 분석을 해보지만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최근 SK 그룹이 오랜 침묵을 깨고 중국 사업을 대거 재정비 확장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이통시장에서 소리 소문 없이 순조롭게 돈을 벌어들이던 SK 그룹이 이제 힘이 넘치고 자금이 풍성하니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중국에서 찾아보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본다, ]

잘 될까?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끈기를 가지고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말이다.

나는 그간 SK 그룹이 조용히 알짜 수익을 올려가기에 미래에 삼성을 추월할 수도 있는 그룹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듣고 음, 최태원 회장, 장차 혼 좀 나겠네 하는 생각이다.

몇 년 더 은인자중하면서 아니면 좀 더 취미생활이나 하면서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젊은 나이라 더 이상 참기 어려웠구나 싶다.

나는 이 그룹의 결정이 비록 장소는 맞았으나 때는 잘못 짚었다 보는 것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으니 실패는 아니라 해도 상당한 시련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나는 이 그룹이 앞으로 6 년을 더 기다려서 2015 년 乙未(을미)년에 중국에 본격 진출한다면 순조롭게 대박이 날 것이라 보고 있었다.

이는 마치 이건희 삼성 그룹 전 회장의 자동차 사업 실패와 유사할 수 있겠다.

日干(일간)이 壬水(임수)인 이 회장이 자동차 사업에 대한 구상에 착수한 것은 1987 丁卯(정묘)년의 일이었다. 壬水(임수)에게 있어 丁火(정화)는 財運(재운)이었다.

재운에 돈이 들어와 풍족하면 그것을 즐기면 되는 일인데, 당시 이회장 역시 아버지로부터 그룹을 물려받은 터라 뭔가 능력 발휘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그 일이 씨가 되어 무려 4조 3000 억에 달하는 법정관리 신청을 해야 했다.

혼줄이 난 셈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간단하게 판단할 수 없는 법이다. 그 재앙이 약이 되어 삼성전자에 전념하고 노력한 결과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일구어 놓은 것이니 새옹지마란 말이 공연한 말은 아님이다.

이번 최태원 회장 역시 日干(일간)이 을목인 바, 금년 己丑(기축)년은 재운이다. 풍족한 운을 그냥 즐기면 될 일을 이건희 회장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물론 이번 일이 좋은 약이 되어 훗날 더 큰 도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니 지켜보기로 한다. 옛날 말로 下回(하회)를 기다려보시라!

이처럼 농사는 물론 만사 제 때가 있고 제 곳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제 때와 제 곳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바로 음양오행의 변화를 읽어냄으로써 巧奪造化(교탈조화)하자는 시도인 것이다.  

오늘 글은 이 정도로 그치고 이 조화를 훔친다는 얘기를 최초로 언급하고 있는 책이 저 유명한 노자의 道德經(도덕경)이니 다음 글에서는 도덕경에 나오는 대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잘 들으시길, 호호당의 블로그 속에는 돈이 되고 살이 되고 피가 되는 秘傳(비전)의 武功(무공) 口訣(구결)들로 가득하니 말이다.

아, 호호당은 어쩜 이리 마음이 후할까! (하고 호호당은 말하고 있다.)

이 사실을 선친께서 보신다면 엄한 표정을 하시리라. 이는 바로 스스로 優雅(우아)떨고 지랄하고 있다는 것이니 다행인 것은 그나마 호호당도 스스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진지’ 모드로 출발해서 ‘촐싹’ 모드로 끝을 내니 이는 오로지 추운 겨울에 모두의 웃음을 위해 그리고 연말 분위기에 잠깐 취한 탓으로 넘어가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가끔은 ‘얕게 취해 사는 것’도 나름 一味(일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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