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기틀, 성공은 실패의 단초이니...  _  2009.12.15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으니 세상의 참된 이치가 들어있다.

늘 느끼는 바, 수 십 년 熱誠(열성)을 다해 터득해낸 智慧(지혜)라는 것이 대부분 시중의 평범한 속담 속에 이미 전해져 오고 있다는 사실, 허탈한 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세상에는 答(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답을 거부하기에 생고생을 하는구나 싶다.

却說(각설)! 본 마디로 들어가자.

오늘의 주제는 앞서의 속담이 진리임을 음양오행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다.

일본은 1895 乙未(을미)년에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조선반도에 대한 패권 다툼을 위한 전쟁이었다.

당시로서 아무리 청나라가 서구 열강들에게 죽사발이 났지만 여전히 동아시아를 지배해온 대국의 위신을 가진 청 제국이었다. 섬나라 일본이 제 아무리 근대화를 통해 군사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무리일 걸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청 역시 서양식 강철 군함을 여러 척 사들여와 해군을 보강하고 육군도 서양식 총포로 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하드웨어 스펙만을 따진다면 청이 앞서고 있었다.

일본은 내심 엄청 쫄고 있었지만 결과는 大勝(대승)이었다.

일본은 이로 인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하여 다시 10 년 뒤인 1905 乙巳(을사)년에는 러시아와 전쟁을 해서 간신히 승리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서구 열강 중에서 다소 후진성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대국 러시아였던 것인데 승리했던 것이다.

그러자 영국과 프랑스, 미국, 독일 등의 열강들도 일본을 전혀 다르게 대우하기 시작했다. 서구인들은 동양인들을 그저 채찍질로 가르쳐야 할 啓導(계도) 대상으로 보던 눈을 일순 변경해버렸다.

일본이 대국 러시아를 상대로 이기자 여러 아시아 나라의 사람들은 열광했다. 아시아인들에게 당시 일본의 승리는 새로운 희망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게 을사 보호조약을 체결하면서 큰 반항 없이 순순하게 주권을 넘겨준 것도 그런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

일본을 통해 근대화를 달성할 수 있겠다는 기대였던 것이다.

1895 년의 청일 전쟁 승리가 작은 성공이었다면 그 10 년 뒤 1905 년의 러일 전쟁 승리는 큰 성공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일본은 必勝(필승) 공식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을 가졌다. 요즘 말로 필살기를 익힌 셈이었다. 뭐 딴 거 없구나, 결국 군사력이 최고구나, 열나게 무기를 만들고 그러기 위해서는 방위산업에 ‘몰빵’을 해야 쥐- 하면서 등장한 것이 일본 軍國主義(군국주의)였다.

세상은 36 년이면 어떤 것의 옳고 그름을 판정해준다는 얘기를 북한 문제에 관한 글에서 한 적이 있다.

일본은 미국에서 발생한 공황의 여파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1931 辛未(신미)년에 가서 뚜렷한 명분도 없이 만주를 침공했다. 이른바 滿洲事變(만주사변)으로서 대단한 무리였고 아무 명분이 없는 전쟁이었다.

1895 년의 청일전쟁, 즉 작은 성공으로부터 36 년만의 일로서 작은 무리를 감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만주사변은 중일전쟁으로 이어지다가 결국은 미국의 진주만을 습격하면서 1941 辛巳(신사)년의 태평양 전쟁이 되었다. 그리고 패망으로 끝이 났다.

이 구조는 이렇게 된다.

1895 년 청일전쟁에서 36 년 뒤의 1931 년의 만주사변, 이는 작은 성공과 작은 無理(무리)가 짝을 지은 셈이다.

1905 년 러일전쟁에서 36 년 뒤 1941 년의 태평양 전쟁, 이는 큰 성공이 큰 무리로 연결된 것이다.

그러니 쫄면서 시작한 청일전쟁이 러일전쟁이라는 큰 성공으로 이어졌고 그로서 군국주의가 탄생했다. 그리고 군국주의로 밀고 나가던 일본에게 억지와 무리였던 만주사변이 통한다 싶었고 이는 결국 더 큰 억지이자 무리인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패망을 하고 군국주의는 마무리가 되었다.

결론인 즉은 1905 년의 러일 전쟁은 36 년 뒤 1941 년의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지면서 군국주의의 타당성 없음을 입증했고, 아울러 1910 년의 한일합방은 36 년 뒤인 1945 년 해방으로 타당성 없음을 입증했던 것이다.

그러니 正義(정의)에 관한 문제, 是非(시비)에 관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절로 가려지는 법이니 공연히 한 개인이 마음속에서 ‘이다 아니다’를 놓고 마음 쓸 일이 아닌 것이다.  

총칼로 일어난 자 총칼로 망한다는 말 역시 진리임을 말해주고 있으며 모든 것은 시간이 정해준다는 것이 虛妄(허망)된 말이 아님을 알 것이다.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또 있다.

작은 성공은 자신감이 되어 큰 성공을 가져오고 그러다가 그것이 필승 공식이라 믿게 되니 나중에 작은 무리를 부르고 그것이 그런대로 통하면서 더 큰 무리를 불러오니 세상사 실로 묘하지 않은가!

그리고 또 한 가지 교훈이 있다.

당신이 오늘에 와서 망했다면 그것은 이미 10 년 전에 이미 망하게 될 원인을 만들었다는 얘기이다.

이제 정리하면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말의 실제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아울러 성공의 원인이 훗날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 세상에 불변의 公式(공식)은 없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성공은 훗날 실패의 뿌리이자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자수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자기 식으로 성공했다고 큰 소리 치면서 당당해하는 이들도 많다. 자신감은 좋으나 바로 그 자신감으로 해서 몰락의 길을 가게 된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전쟁의 천재 나폴레옹이 자신의 몰락이 결정된 워털루 전쟁에 대해 회고한 말이 기억이 난다.

‘알프스 산맥을 넘어가 치른 마렝고 전쟁에서 나는 거의 패배했는데 결국 이길 수 있었고, 워털루 전쟁은 거의 다 이겼는데 결국 패배했다.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 그의 회고였다.

이처럼 세상은 성공과 실패의 진정한 원인을 알기란 실로 어려운 것이다. 이겼으니 勝因(승인)을 찾는 것이고 패배했으니 敗因(패인)을 찾는 것은 사람이 늘 하는 일이지만, 진정한 승인과 진정한 패인은 우리의 판단과 지식을 넘어서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전쟁에 관한 수많은 책을 섭렵했지만, 나는 승리와 패배에 대한 학자들과 評者(평자)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법은 없다. 모든 것이 사후에 논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안목을 넓히는 차원에서 읽어두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경영의 도사들이 나름의 참신한 경영 기법을 소개하고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애기하지만 그 또한 그렇다. 결국 ‘약장사’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 하는 법이다.

지금 힘든가? 훗날 일어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지금 의기양양한가? 훗날 망하게 되는 기틀이 될 것이다.

(히딩크가 북한 축구 감독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많이 놀랍다. 그 양반을 고용할 돈이면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쌀을 사다가 굶주린 백성이나 먹일 일이지, 아니면 미사일을 밀수출해서 받은 돈이 제법 되니 히딩크를 고용할 수 있다는 얘기인지 원. 엄청 강성대국을 선전하고 싶은가 보다.)



이전페이지로    목록보기            이 글 담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