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연초 국정연설 소개  _  2010.1.28
지난밤 오바마 대통령의 연초 국정연설이 있었다.  

미국 대통령의 연초 국정연설을 일반적으로 年頭敎書(연두교서)라고도 한다. 年頭(연두)라는 말은 옳지만 敎書(교서)는 ‘가르치고 지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오늘의 시점에선 피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싶다.

의회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미국 대통령의 연초 국정연설은 1790 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시절 시작된 이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그 비중도 무척 크다.

미국식 표현으로 State of the Union Address 인 이 연설의 내용을 보면 미국이 그 해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해준다. 또 때로는 장기에 걸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번 연설문을 한 시간 여 동안 곰곰이 그리고 찬찬히 읽어보았다. 위기에 처한 미국이 장차 어떤 노력을 하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문제와 관련해서 말이다.

당연히 경제문제, 특히 일자리 문제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다. 모든 것은 일자리 창출에 달려있다는 표현을 했다.

그리고 초미의 관심사인 금융개혁에 관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직접 옮기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더 이상 이른바 지난 10 년간 있었던 경제적 ‘확장’, 그리고 혹자는  잃어버린 10 년이라 평하기도 하는 그런 일을 감내할 수 없습니다. 그 경제 확장이란 그 이전의 어떤 확장 시기보다도 부진한 일자리 증대로 인해 일반 미국인의 소득은 줄어든 반면 의료비와 교육비는 기록적으로 높아졌던 기간이었으니 결국 그 번영이란 주택 거품과 금융 투기에 기초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중략)

이제 그 출발점은 금융개혁입니다. 보시지요, 나는 은행들을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경제를 지켜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튼튼하고 건강한 금융시장은 기업들에게 신용을 공급하여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합니다. 가계의 저축을 결과적으로 소득 증대를 유발하는 투자로 연결시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우리 경제 전체를 거의 붕괴 직전까지 몰고 온 앞서와 같은 무모함을 우리가 막을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소비자와 중산층 사람들이 재무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국민들이 예탁한 돈까지 끌어들여가면서 전체 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는 무모한 리스크를 금융기관들이 더 이상 마음대로 취하도록 용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변화에 있어 의회는 이미 부분적으로 개혁안을 통과시켰지만, 로비스트들은 그 법안들을 말살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이 싸움에서 승리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알맹이가 없는 개혁법안이 제 책상에 올라오면 저는 제대로 될 때까지 다시 돌려보낼 것입니다. 우리는 제대로 일을 하고자 합니다. (이상 끝)

연설문 내용을 볼 때,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는 대단히 확고해 보인다. 자기자본투자와 거대 금융기관의 발호를 막겠다는 것이다. 분명 금년은 금융권력과 정치권력간의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나 독일 등의 다른 나라들을 경쟁자로 인정하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런 표현은 과거에 드물었다. 그들에게 뒤처지면 우리는 이등 국가, second place 로 전락하게 된다는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은 미국이 어려울 때에도 역시 ‘일등 국가는 미국’이라는 표현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다르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수출증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수출이 늘어야만 일자리 증대와 연관되는 것이니 향후 5년간 미국의 수출을 두 배로 늘리는 목표를 설정하자는 표현을 했다.

과연 잘 될까 싶은 생각이지만, 장차 오바마 행정부가 FTA 와 같은 무역조약체결에 보다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연설에는 재미난 통계수치도 곁들이고 있었다.

2000 년 초만 해도 미국 정부의 재정은 2 천억 달러 흑자였으나 자신이 정권을 맡은 작년 초가 되자 한 해 재정적자만 해도 1 조 달러가 넘었으며, 향후 10년간을 예상하면 8 조 달러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다고 하면서 재정긴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재작년 금융위기로 인해 3 조 달러의 구멍이 생겼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모든 일이 백악관으로 자신이 걸어들어 오기 직전에 생긴 일이라 말하고 있다.  

그래서 방위비, 의료비와 저소득층 의료비지원, 사회보장비를 제외한 모든 정부 지출 항목을 향후 3년간 동결하겠다는 내용을 밝히고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방위비지출에 대한 동결의사는 없는 것을 보면, 오늘날 미국의 힘이란 것이 근원적으로는 군사력에 달려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중국 정부가 작년 한 해만 해도 무려 30 % 이상 늘어난 시중통화를 환수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채택했고, 이에 오바마의 금융개혁 의지가 확고한 것을 보니, 글로벌 증시를 포함해서 우리 증시가 일단 조정국면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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