晴耕雨讀(청경우독), 은퇴 이후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_  20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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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은 늘어나는 데 은퇴 시기는 예전보다 빨라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희망퇴직이 많아지고 도중에 직장에서 잘려서 ‘강퇴’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는 희망퇴직 또는 강퇴를 당한 후 섣불리 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시골로 내려가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다.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직장을 그만 두었을 경우 그냥 놀 순 없다 보니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엄청 높다. 자영업 비율이 높다는 것은 같은 시장을 높고 벌어지는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는 말이 되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각박하고 처절하다. 양극화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올 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자영업자들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재앙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가 나름 지원한다고 시늉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효과가 얼마나 되겠는가. 이미 상당 수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접고 지방으로 내려가 농사 일용직에 뛰어들고 있다.

아무튼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당했다고 하자. 일하지 않아도 그런대로 먹고 살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런 분들 그리고 장차 그렇게 될 분들을 위해 나름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하나 들려드리고자 한다.

청경우독이란 말이 있다. 날이 맑으면 밭을 갈고 비가 오면 책을 읽는다는 말인데 이 말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형주성 교외의 융중이란 한적한 곳에 숨어 사는 隱士(은사)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아갈 무렵 제갈량은 시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봉황은 천길 높은 하늘 위로 날지만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선비는 외진 곳에 숨어 살아도 옳은 주인이 아니면 의탁하지 않노라,

기꺼이 몸소 밭을 일구어 먹고 살지만 나는 내 초가집을 사랑하노라
마음 한가로이 거문고를 타고 책도 읽으며 하늘의 때를 기다리노라.

삼국지연의에 소개된 원문은 이렇다.

鳳翱翔於千仞兮(봉고상어천인혜) 非梧不棲(비오불서)
士伏處於一方兮(사복처어일방혜) 非主不依(비주불의).
樂躬耕於隴中兮(낙궁경어융중혜) 吾愛吾廬(오애오려),
聊寄傲於琴書兮(요기오어금서혜) 以待天時(이대천시).

예로부터 선비 즉 글을 읽는 식자층, 오늘말로 지식인들은 벼슬길에 나서야만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게 어디 쉬운가! 그렇기에 때론 궁벽진 시골에서 스스로 논밭을 갈아 의식주를 해결하는 한편 시간이 나면 책도 보고 때론 거문고를 타면서 살기도 했다.

물론 이 또한 과거 선비의 삶에 대한 하나의 아이디얼(ideal)이다. 선비 중에 봉황처럼 탁월한 자 많지 않았고 제대로 된 자리가 아니면 나서지 않는 자는 당연히 드물었다. 名利(명리)를 탐하지 않는 사람이란 원래 드문 까닭이다.

이상적인 삶을 동경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서 인간은 僞善(위선)적일 때가 있는 것이니 그 또한 능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위선이란 것은 어떤 면에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처세의 한 방법인 까닭이다. (이런 것 역시 납득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 호호당 역시 나이를 먹었나 보다!)

그런 까닭에 晴耕雨讀(청경우독)이란 저 문구는 동아시아 사람들의 審美(심미)적 감각과 僞善(위선)의 양면성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쉽게 말하면 스스론 실천하지 못 하지만 그렇게 살고픈 마음은 있기에 과거 동아시아 유교권 세계의 선비들 마음속에 깊숙하게 자리를 잡은 문구가 되어온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청경우독이란 문구가 있다는 것조차 잘 모를 것이라 본다. 하지만 여전히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청경우독의 현대적 실천 방법에 대해 알아두시면 은퇴를 했거나 장차 은퇴할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

노후 준비가 나름 되어있는 퇴직 공무원일지라도 그렇고 직장 경력만 있어서 감히 사업 구상을 하기 보다는 좀 더 안전한 길을 택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晴耕雨讀(청경우독), 날이 개면 밭에 나가 일하고 비오면 책 본다고 하니 평소엔 노동을 한다는 말이다. 취미생활은 그 사이 틈틈이 하고 말이다. 은퇴하는 사람 중에 할 일이 없고 굳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형편이라고 해서 그저 여가를 즐기고 취미생활만 찾을 일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노동은 신체를 건강하게 해준다. 독서를 비롯하여 여가생활은 정신을 맑게 해준다. 心身(심신) 모두를 단련한다는 말이 바로 청경우독이기도 한 것이다.

노동을 하면서 취미생활을 해야 즐겁고 취미를 살리면서 일을 해야 일도 즐거워진다. 이게 핵심이다.

은퇴한 마당에 해보지 않은 사업을 하기엔 두려움이 있다, 그 바람에 그냥 시간만 죽이고 있다면 그거야말로 몸과 정신을 망치기 딱 좋다. 명줄 줄이는 길이다. 등산이라도 자주 하면 될 것도 같지만 어지간히 산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그 또한 얼마 지나면 그만 두게 된다. 더불어서 등산은 나이가 들면 관절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도 있다.

은퇴 후엔 좋은 취미 생활을 가진 자라면 크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역시 부족하다. 무엇이든 사소한 것이라도 경제활동을 해야 즐겁다. 텃밭을 가꾸는 일도 당연히 경제활동이다. 뿐만 아니라 텃밭 일도 몸이 힘들 정도의 노동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신체 단련이 된다.

정확히 말하면 꼭 경제활동이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그 일이 반드시 보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보람이 있으려면 역시 사소한 것이라도 경제활동, 즉 돈 버는 일이 가장 무난하다.

은퇴 전에 월 5백만 원을 벌던 사람이 텃밭을 가꾸면 액수론 어림도 없겠지만 그래도 하는 것이 몇 배 좋다. 열심히 하려면 얼마라도 돈 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고, 열심히 하다 보면 몸도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바탕 위에 취미생활 또는 나름의 여가생활이 곁들여져야 건강하게 즐겁게 은퇴 후의 삶을 누릴 수 있다.

삼국지연의의 제갈량에 있어서 청경우독은 능력이 출중해도 난세를 맞이하여 때를 기다리기 위함이었지만 그거야 소설 또는 허구의 얘기에 불과하다. 오늘의 현실에서 청경우독의 故事(고사)는 은퇴한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적용하면 오히려 그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한다.

은퇴 후라도 목적을 갖고 노동을 해야 여가나 취미생활이 더 즐겁고 발전하며, 그러면 노동도 더 즐거워진다. 몸과 마음이 하나이기에 함께 단련하고 수양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였다.

오늘의 이 얘기는 며칠 전 지인들과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한 것이 동기였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은퇴하게 될 것이니 평소 공부해오던 것에 더 몰두하며 지내겠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그러기 위해선 노동도 함께 곁들여야 좋다는 권고를 해주면서 ‘청경우독’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사람은 정말이지 죽는 날까지 일하다가 죽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라 여긴다. 직장에서 일하거나 사업을 할 적엔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일손을 놓아버리고픈 마음도 수시로 든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은퇴 후엔 그렇다고 아예 일손을 놓아버리면 아니 된다고 본다.

은퇴 이후엔 돈을 벌었다고 해서 마냥 일손을 놓고 놀 일도 아니요, 소규모  경제활동이라도 열심히 하는 것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적당히 긴장시켜주기에 일은 해야 한다. 긴장과 이완, 조임과 풀림이 균형을 잡아야만 빨리 늙지도 않고 건강을 유지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이가 들면 좋은 취미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인생의 보물이라 하겠다. 여기에 곁들여서 몸을 써서 노동할 수 있는 일도 하나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날이 일요일로 바뀌었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남부 지방엔 많이 내렸다는데 서울 역시 오늘밤 푹 적셔주는 비가 왔으면 좋겠다. 비님 오시는 소릴 들어보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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