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해가 지나가는 길에 대한 판타지 (전편)  _  20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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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은 늘 두렵고 궁금하다. 봉변을 당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과 모험으로의 충동은 언제나 갈등이다. 판타지는 바로 그 경계선에 위치한다. 나 호호당은 이제 제법 오래 살아왔기에 별로 궁금한 것이 많지 않다. 인간사는 다 거기에서 거기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인간은 변하지 않기에 말이다. 하지만 늘 未知(미지)의 세계를 동경하기에 판타지를 좋아한다.

오늘은 때때로 즐겨 읽곤 하는 옛 도가의 책인 淮南子(회남자)에 실린 글을 해설해드릴까 한다. 사실 옛 古文(고문)을 이해하기 쉽도록 옮기고 해설한다는 일이 꽤나 공력이 드는 일이지만 그래도 독자들과 함께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해본다.  

고대 중국인들이 생각했던 판타지인데 해 즉 태양이 어떻게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 하늘 너머로 넘어가고 또 밤을 지낸 후 다시 떠오르는가에 대한 그들의 상상이자 지적 해석이다. (회남자 천문훈의 일부 단락이다.)

원문: 해는 양곡에서 뜨고 함지에서 목욕하며 부상의 뜰을 스쳐 지나간다. 부상에 올라서 이제 막 운행을 시작하려 할 때를 일러서 비명이라 한다.
日出于暘谷(일출우양곡) 浴于咸池(욕우함지) 拂于扶桑(불우부상) 登于扶桑(등우부상) 爰始將行(원시장행) 是謂朏明(시위비명).


해설: 고대 전설에 의하면 暘谷(양곡)은 동쪽 먼 바다 한 가운데 있으며 거기엔 扶桑(부상)이라고 하는 아주 큰 나무가 있다고 한다.  나무의 높이는 무려 300리(120km)나 되며 겨자와 같이 아주 작은 잎들이 자란다고 한다.

이 나무의 가지에는 열 마리의 金烏(금오) 즉 금 까마귀가 서식하고 있는데 까마귀마다 등판에 태양 하나씩을 지고 있다. 옛 사람들은 해가 열 개란 생각을 했는데 이는 10일을 하나의 기간으로 묶는 旬(순)의 개념이다. 한 달을 구분할 때 상순 중순 하순, 이런 식으로 쓰는 용어 말이다.

그런 면에서 생겨난 재미난 전설이 예사구일의 고사이다. 먼 옛날 요 임금이 다스리던 시절 열 개의 해가 한꺼번에 나와서 천지가 타들어가는 불더위가 덮쳤을 때 羿(예)란 용사가 등장해서 활을 쏘아서 나머지 9개의 해를 떨어뜨렸고 그로서 세상이 평안해졌다는 羿射九日(예사구일)의 전설이 있다.

그리고 예의 예쁜 마누라가 姮娥(항아)였는데 서왕모의 불사약을 훔쳐서 달나라로 도망갔다는 얘기도 있으니 月宮姮娥(월궁항아)가 그것이다.

금 까마귀 전설은 동북아시아의 태양신 사상인 세 발 까마귀인 삼족오 신앙과도 관련이 있다.

돌아와서 얘기하면 매일 여명이 되면 금 까마귀 한 마리가 태양을 등에 지고 부상 나무 꼭대기에서 날아오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咸池(함지), 큰 바다를 지날 때면 물속으로 내려가 한 번 씻긴 후에 다시 날아오른다거 한다.  

이 전설을 음미해보면 태양 자체는 허공을 날아오를 자체의 힘이 없는 그냥 알(egg)이기에 금 까마귀가 등에 지고 날아오르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咸池(함지)에서 목욕을 시킬 까? 그 이유는 해는 중국 동해안, 그러니까 우리나라 쪽 바다에서 둥실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번 물속에서 잠수를 한 다음에 먼 수평선에서 그리스 문자인 오메가 모양을 만들면서 붉게 떠오른다고 여겼던 것이다.

본문에서 해가 금 까마귀 등에 실려 큰 바다 속에서 한 번 잠수했다가 다시 떠오르는 이 시각을 朏明(비명)이라 표현하고 있다. 朏明(비명)의 朏(비)자가 참으로 흥미롭다. 달 月(월)에 날 出(출)로 되어있으니 아직 하늘에 달이 떠있는 컴컴한 시각에 해가 먼 수평선 저 끝에서 떠오른다는 표현이다. 아직 어둠이 덮여있는데 먼동이 붉게 터오는 모습을 그리고 있으니 그게  朏明(비명)의 때이다.


원문: 曲阿(곡아)에 이를 때를 단명이라 하고 曾泉(증천)에 이를 때를 잠식이라 한다. 상야에 이를 때를 안식이라 하고 형양에 이를 때를 우중이라 한다.
至于曲阿(지우곡아) 是謂旦明(시위단명) 至于曾泉(지우증천) 是謂蠶食(시위잠식) 至于桑野(지우상야) 是謂晏食(시위안식) 至于衡陽(지우형양) 是謂隅中(시위우중).  


해설: 해가 曲阿(곡아) 즉 굽은 언덕에 이르면 旦明(단명)이라 한다. 旦(단)이란 아침을 뜻하는데 글자를 보면 한 一(일)자를 지평선으로 하고 그 위로 날 日(일), 즉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형용하고 있다. 아침의 밝음이 즉 旦明(단명)인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처음에 곡아는 그저 막연히 먼 동남쪽의 굽은 언덕, 멀어서 가볼 순 없는 곳을 뜻했지만 훗날 중국의 경계가 남쪽으로 확장되면서 오늘날 난징 근처의 양자강 물이 돌아나가는 곳을 두고 이곳이 바로 옛 사람들이 말하던 곡아였구나 하고선 지명을 붙였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그곳의 지명은 곡아에서 丹陽(단양)으로 바귀었는데 이 또한 붉은 태양이란 의미이다. 우리나라 충청북도의 단양읍 역시 그로부터 명칭을 땄다.

해가 증천에 이를 때를 잠식이라 한다고 했는데 曾泉(증천)이란 동남방 멀리 샘과 물이 많은 곳을 뜻하고 이때를 蠶食(잠식) 즉 누에벌레에게 아침에 뽕입을 먹이는 시간, 누에벌레들의 식사시간이라 하는 것이다. 예전에 누에치는 일은 농가의 중요한 벌이 수단이었다. 농가의 아녀자들이 부지런히 뽕입을 따다가 먹이는 광경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다음에 해는 동남쪽의 桑野(상야) 즉 뽕나무 가득한 들판을 지나는데 이때를 晏食(안식) 즉 늦은 아침의 새참 때라 한다. 그리고 다시 해가 衡陽(형양)을 지날 때를 隅中(우중) 즉 동남방의 모퉁이에 해가 위치하는 시각이라 한다.

형양은 중국의 전통적인 다섯 산인 五嶽(오악) 중에 하나인 남악 衡山(형산)의 남쪽을 뜻한다.

여기에서 알아두면 재미난 지식을 하나 알려드린다. 산의 남쪽을 山陽(산양)이라 하고 산의 북쪽 사면을 山陰(산음)이라 하며, 반대로 강의 경우에는 강의 북쪽을 양이라 하고 강의 남쪽을 음이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서울을 예로부터 漢陽(한양)이라 불러왔는데 이는 서울이 한강의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그렇다. 또 경상남도 산청군의 원 명칭은 山陰(산음)이었는데 이는 지리산의 북쪽에 있어서 그랬던 것을 명칭이 다소 음침하다는 지적에 따라 나중에 山淸(산청), 산이 맑은 곳이란 명칭으로 바꾸었다.  

돌아가서 얘기하면 형산은 당시 고대 중국인들의 경계 밖이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문화권이었는데 훗날 중국으로 편입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衡陽(형양) 형산의 남쪽은 더더욱 먼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형양시가 존재한다. 중국 양자강 남쪽의 후난성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중국 명칭으론 헝양시가 된다.
  
이처럼 해가 정확하게 동남방에 왔을 때를 모서리 가운데라고 해서 隅中(우중)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아침 열 시 정도 되는 시각이다.


원문: 해가 곤오에 이를 때를 정중이라 하고 조차에 이를 때를 소천이라 한다. 至于昆吾(지우곤오) 是謂正中(시위정중) 至于鳥次(지우조차) 是謂小遷(시위소천).

해설: 해가 昆吾(곤오)에 이를 때, 즉 해가 한낮에 南中(남중)할 때를 정중이라 한다고 한다. 곤오란 말의 유래는 정확하지가 않다. 다만 중국 고대의 지리에 관한 책인 山海經(산해경)에 보면 남쪽에 있는 산으로서 이 산에선 구리가 나오는데 이것으로 칼을 만들면 단단한 옥석도 자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옛 문헌인 文选(문선) 등에 보면 해가 정남방 곤오에 이르면 뜨거워져서 그 불길로 도자기를 구울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어서 鳥次(조차)에 이르면 小遷(소천)이라 한다고 했다. 鳥次(조차)라 함은 회남자의 주해에 의하면 서남쪽의 산 이름으로서 새들이 묵는 거처라고 되어있다. 소천이라 함은 남중했던 해가 살짝 서쪽으로 옮겨감을 뜻한다. 오후 2시 경이 된다.


원문: 해가 비곡에 이르면 포시라고 하고, 여기에 이르면 대천이라 한다. 至于悲谷(지우비곡) 是謂餔時(시위포시) 至于女紀(지우여기) 是謂大遷(시위대천)

해설: 悲谷(비곡)이란 회남자 주를 붙인 고유의 말에 따르면 서남방의 높고 깊은 계곡과 언덕으로서 너무 높고 깊은 그 산위에 오르면 사람으로 하여금 슬픔 감정을 들게 한다고 했다. 중국 서남쪽의 쓰촨성의 험준한 산을 예로부터 蜀山(촉산)이라 했으니 오늘날의 峨眉山(아미산)이 그것이다. 아마도 이 산에 관한 정보가 전해진 게 아닌가 한다.

촉산 즉 아미산은 훗날에 와서 불교와 도교의 성지가 되었으며 무협소설에도 많이 등장한다, 소위 아미판의 근거지로서. 또 서극 감독의 ‘촉산전’ 영화가 유명하고 리메이크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비곡 슬픈 계곡을 지날 때를 포시라고 한다고 하는데 餔時(포시)란 하루 중에서 가장 밥을 많이 먹는 끼니때 오후 3-4시를 말한다. 옛 사람들, 중국이나 한국 그리고 일본 모두 오후 3-4시경에 저녁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후 7-8시경이면 잠에 들었다.  현대인들의 생활 사이클과는 많이 다르다.

이어서 해가 女紀(여기)에 이르게 되면 大遷(대천) 즉 크게 서쪽으로 넘어가는 시각이라 한다. 女紀(여기)에 대해선 출전이나 근거가 별로 없다. 하지만 방위상으로 정서, 酉의 방위를 말한다. 해가 이제 완전 서쪽 하늘에 있는 때를 일컫는다.

글이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리기로 한다.

오늘의 글은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넘어가고 다시 어딘가에 머물다가 다음 날 아침에 떠오르는 과정에 대한 옛 사람들의 설명이자 해석이며 동시에 상상의 소산인 판타지를 원문과 번역, 해설을 곁들여서 설명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음 편까지 다 읽고 나면 즐거울 것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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